채털리 부인의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5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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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쯤 전에 나는 실비아 클리스텔 주연의 '차타레 부인의 사랑'을 봤다. 내가 자주 찾던 관철동의 예술극장이었는데, 적어도 이 영화는 예술성이 느껴지지 않는 음란함 그 자체였다. 이후로 나는 실비아 크리스텔을 포르노 배우급으로 취급했다.

2년전부터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푹 빠져있다. 현재 138권이 나왔으며 대략 120여권을 읽었는데, 이번에 시리즈중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접하면서 일종의 편견을 갖고 독서를 시작했다. 역시나 음란해 보였다. 하지만 읽을수록 음란함보다는 멋스러운 로렌스의 글발이 더 크게 다가왔다. 이 소설의 완성된 것은 1928년 1월이었지만 외설물이라는 검열관의 태클을 뚫고, 1960년11월에 원작 그대로 무삭제판이 출간되었다 한다. 외설시비가 있었던 법정에서 정신만을 강조하던 산업사회의 허위성을 비판하는데 남녀의 육체적인 묘사를 통해 자연주의와 생명주의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기에 이 소설은 멋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몇 군데, 매력적인 글귀와 명문에 연필로 줄을 그었다. 이 책의 상당부분이 음란하다 싶을 정도로 노골적인 남녀의 육체적인 행위와 대화들을 담고 있지만 나는 그것을 노골적이라기 보단 사실적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아울러 하고 많은 내용중에서도 내가 줄을 긋고 감탄한 문장들은 주로 심리묘사와 상황의 묘사였다. 그렇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영화 '차타레이 부인의 사랑'에서 경험한 음란함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다음은 내가 스스로의 기억에 도움이 되고자 두서 없이 요약한 줄거리나 명문장이다.

1913년 힐더와 코니 자매는 독일 청년들을 사랑했고, 두 청년은 전사했다.
1917년 코니는 채털리와 결혼했고, 1920년(?) 채털리는 불구가 되고...
아이비 볼턴, 자신도 한때 사랑했던 10년 연하의 사냥터지기 올리버 멜러즈가 채털리 부인의 연인임을 꺠닫다.(321쪽)
질투와 좌절의 삼각관계... tableau vivant    (2권65쪽) 개조차도 꼼짝하지 않았다.(67쪽)
그녀는 햇볕에 갈색으로 탄 그의 작고 짧은 살아있는 손을 바라보았다. 그녀를 애무해주었던 손이다. (69쪽)

올리버 멜러즈와 버사 쿠츠의 이혼 계획(270)
함께있는 것을 즐거워하되 육체적 관계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덩컨 포브스(274)
코니에게 버림받고 볼턴부인에게 기대는 남자다움을 잃어버린 클리퍼드 (297)
라그비 저택으로 돌아와 덩컨으로 위장했던 자신의 사랑이 사실은 멜러즈임을 밝히는 코니(306)

시골농장에서 일 을하며 오직 돈만 원하고 인간다운 삶을 증오하는 집단의지를 비판하며 산업문명의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나름대로 정리하는 멜러즈의 편지 (315)

존 토머스와 제인 부인의 비밀처럼 결국 내가 이 책에 내리는 결론 음란으로 변질될 수 있는 왜곡된 삶의 본질찾기 프로그램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의 마지막 줄을 장식하는 존 토머스는 멜러즈의 거시기이고, 제인 부인은 코니의 머시기이다.

80년전 영국에서 쓰여진 이 책은 만약 소중한 누군가에게 선물했을 때, 나의 의도가 충분히 왜곡될 수 있을 만큼 난감한 문제작이다.
그래도 난 선물해주고 싶다. 누구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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