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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3
B. 파스칼 지음, 이환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평점 :
나에게 있어서 파스칼은 생각하는 갈대와 더불어 최초의 계산기 고안자로 오늘날 인류의 필수품이 된 컴퓨터의 아버지이다. 모든 창조자를 아버지라 칭 하듯이 말이다. 서른 아홉에 요절한 이 천재 과학자가 새삼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은 내가 그 나이에 가까워졌는데,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일까? 팡세는 1670년, 그러니까 파스칼이 세상을 등진 8년후에 발표된 책이다. 성서의 기적을 믿고 기독교 변증론을 위한 자료로 축적된 파스칼의 글 924편이 묶음으로 나온 것이다. 오늘날 과학과 상대 개념으로 분류될 수도 있는 종교에 까지 그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과학과 종교의 맞물림 일반화 되어 있던 당시의 시대상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미완의 글 묶음 '팡세'는 파스칼이 병고와 금욕 속에서 4년 동안에 써내려간 정신의 산물이다. 과학자인 그가 '기적만이 종교의 기초다'라고 단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문구인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라는 글은 이책 213쪽, 단장 391에 수록되어 있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연약한 한 줄기 갈대일 뿐이다. 그러나 우주가 그를 박살낸다 해도 인간은 그를 죽이는 것보다 더 고귀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그리고 우주가 자기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의 모든 존엄성은 사유(思維)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스스로를 높여야 하는 것은 여기서부터이지, 우리가 채울 수 없는 공간과 시간에서가 아니다. 그러니 올바르게 사유하도록 힘쓰자. 이것이 곧 도덕의 원리이다.
샤토브리앙과 생트뵈브에게서 찬사를 받고, 보들레르, 니체, 졸라에게 영감을 주고, 실존주의자들의 선구가 된 사상이 바로 이 책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두어달전부터 가벼운 시를 읽는 기분으로 이 책을 가까이 두었는데 좋은 명상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