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허우잉 지음, 신영복 옮김 / 다섯수레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늘 주관적일 수 밖에 없겠지만... 참 좋은 책을 만났을 때의 행복감은 어떤 것으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럴때가 가끔 있어서 그것이 또 행복이다. 좋은 책이 먼전지 행복이 먼전지 헷갈리기에 또 행복하고, 또 다른 좋은 책을 찾아 서점을 찾게 된다.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 책은 옮긴이가 바로 그 신영복이며, 우리에게 이 책을 널리 보급해준 출판사는 신선생님께서 두보를 생각하며 작명해 주셨다던 도서출판 '다섯수레'이기에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오래 전부터 이 책을 읽을까말까 망설였던 나는 신영복 저작이 아닌 번역물이기에 가벼이 여기고 이번에도 별다른 의욕 없이 접근했다가 횡재를 하게 된 것이다. 참 멋진 책이다.
나중에 다시 느낌을 정리하더라도 일단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내 나름의 방식으로 메모하여 둔 것을 요약해 두려한다. 그래서 두서가 없는 독후감이다.

자오젼후안(趙振?): 역사란 실로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언제나 밤의 어둠을 틈타 불의의 습격을 가해온다. 내 머리는 이미 백발이다. 이쁜 아내 핑란씨앙, 영리하고 애교있는 딸 후안후안을 두고도 전처 쑨위에(孫?)를 그리워 하는 백발의 중년....
후안후안 : 자오젼후안과 핑란씨앙 사이에 난 딸로 부모가 별거에 들어갈무렵 이름이 후아후안에서 한한으로 바뀌었다. 쑨위에가 홀로 키우는 딸과 이름이 같다.
쑨위에 : 이혼후, 딸 한한(후안후안)과 함께 살고 있음.
쑨한(孫憾) : 자오젼후안과 쑨위에 사이에 난 딸로 당의 이혼심사에 의해 쑨위에가 홀로 키우고 있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고 고민 많은 소녀로 엄마친구 허징우에게 호감이 많다.
핑란씨앙 : 자오젼후안의 두번째 부인. 부부금슬이 전무하여 쑨위에를 좋지 않은 감정으로 바라본다.
씨리우: C대학 당위원회 서기로 두번째 부인은 쳔위리(陳玉立)와 함께 지내지만 부부금슬은 좋지 않다. 아들 씨왕과 이념적인 대립이 많다.
요루어쉐이 : 씨리우의 충복
씨왕 : 씨리우와 전처 사이의 막내아들. 아버지의 사상과 쳔위리를 싫어하고, 허징우를 추종한다. (P.227 한한에게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허징우에게) "국가를 다스리는데 우민정책은 안됩니다. 어린이 교육 역시 우동(愚童)정책은 안되지요. 선생님 세대는 어린시절부터 한 장의 백지처럼 희었습니다만 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어떤 색으로나 간단히 물들고 말았죠."

쳔위리(陳玉立) : 씨리우의 두번째 부인
쉬어헝종(許?忠) : 쑨위에의 동창으로 아내와 사별하고, 아들 쉬쿤(許?)과 둘이 살고 있음. '사인방의 문예노선 비판'이란 글로 씨리우의 비판을 받음. 지주의 후예이나 가산을 탕진한 아버지 밑에서 빈농으로 성장. 그는 쑨위에게 프러포즈를 하면서 말한다. "알아 내게는 그런 자격이 없지. 원래 평범한 사내인데다 지금의 내 시장 가격은 실제 가치보다도 훨씬 낮으니까. 아무도 귀중하게 여겨주지 않아. 앞으로는 평생 아무런 꿈도 꾸지 않으려고 해."
리이닝(李宣寧) : 95% 이상의 부부는 적응해 가면서 살아간다며 맞선을 권하는 쑨위에의 친구. 모순덩어리 첫사랑에 실패하고, 첫남편의 배신으로 문혁을 경험하고, 자신의 감시원에 의해 목숨을 구하며, 그녀의 오빠 이신(8살 연하)과 결혼하여 딸 후안후안을 두고 있다.
허징우(何 : 쑨위에를 향한 일편단심. 자신이 붙인 대자보에 쑨위에가 서명했던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던 순정파. 급성 폐렴에 걸렸을 때 정치적인 반대파 씨리우의 아들 씨왕 때문에 목숨을 구하고, 쑨위에의 딸 쑨한의 보살핌을 받기도 한다. 젊은이들의 추종을 받으며 학교 교직원 숙소에서 독신으로 생활한다. <마르크스주의와 휴머니즘>이란 책을 내려다 당위원회의 씨리우의 반대로 곤혹을 치룬다.
우츈 : (꾸냥) 티벳에서 10년을 보내다가 병이 들어 귀향. 일주일만에 가정을 꾸린 남자 옛동창. 자신이 과부의 외아들로 자란 까닭에 쑨위에를 버린 자오젼후안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다.
쑤씨우전 : 출신계급은 훌륭하나 공부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옛동창. 체격이 큰 허풍쟁이로 현재 모 현의 현위원회 부서기 사모님이자 무역국의 부국장으로 세상에 제대로 물들어 지식인의 풍모는 느껴지지 않는다.
소생 : 1940년생. 졸업과 동시에 문화국에 배속되어 국장보다 더 바쁘게 살아오면서 단편소설 <어느 쪽이 국장인가?>를 집필한 바 있다.
리지에 : 군인이던 약혼자가 문화대혁명이 터져서 자신을 배신 했을때, 문맹인 농사꾼과 결혼하여 마음의 평화를 찾은 조용한 동창.
샤오왕(?旺) : 자오젼후안을 배신하고 편집국장에 아부하여 직속상관이 되어버린 신문사동료. 핑란씨앙을 소개시켜준 존재.


(168쪽 쑨위에의 추억) "이렇게 보잘 것 없을줄이야!" 언젠가 만화 영화 촬영소를 견학했을 때 손가락 크기의 별 차이가 없는 인형을 보고 나는 그렇게 외쳤었다. 인형을 조종하는 사람이 섰다 앉았다 하며 혼자서 몇개씩이나 조종했다. 이쪽에서 한 사람이 인형의 목을 떨어 뜨리는가 싶으면 다른 쪽에서는 인형의 팔을 올린다. 웃고, 울고, 서로 껴안고, 천군만마, 영웅과 악한, 한 없이 맑게 갠 하늘, 자욱한 연기, 모든 것은 인형을 조정하는 사람의 손놀림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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