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8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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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138권째 작품이다. 시리즈 후반으로 갈수록 시리즈 자체가 널리 알려지는 등 안정되어 가는 탓인지 아니면, 오타많고 무성의한 채로 아이러니칼 하게도 베스트셀러들을 양산해 내던 민음사 계열의 황금가지 인맥으로 편집인들이 재구성된 탓인지 초기에 비해 정열과 무게감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도시와 교환, 도시와 기억, 도시와 기호들, 도시와 눈들, 도시와 욕망, 도시와 이름, 도시와 죽은 자들, 도시와 하늘, 섬세한 도시들, 숨겨진 도시들, 지속되는 도시들...

이처럼 소제목의 詩처럼 부드러운 글들로 표현되는 도시 시리즈가 각 소제목별로 5개씩 모두 9부에 걸쳐 뒤죽박죽 비순차 나열되는 멋은 있는데, 작품 선정과 시리즈의 신뢰도 때문에 원래 목표하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완독의 꿈을 버릴까도 생각하게 된 그런 작품이다. 아, 나의 결심은 다지 이 작품만을 탓하는게 아니라 시리즈 134권부터 쭈욱 느껴오던 책의 무게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제 처음의 감동은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갖고 있던 민음사에 대한 깊은 믿음이 떠나가지 않도록 앞으로는 좀 더 성의 있는 선택과 편집이 있었으면 싶다. 상업주의에 빠져들어가는 편집 방향이 몹시 슬프다.



정원에 나이 든 쿠빌라이 칸과 젊은 마르코 폴로가 앉아 있다. 퇴락해 가는 제국 타타르의 황제와 베네치아의 여행자. 쿠빌라이 칸의 청에 따라 마르코 폴로는 자신이 여행했던 도시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가상의 대화는 마법과 같은 시간의 도시들을 눈앞으로 불러낸다. 집들이 있어야 할 곳에서 수직으로 뻗어 오르고 바닥이 있어야 할 곳에서 수평으로 뻗어나간 상수도 파이프들 말고는 그곳을 도시라고 볼 만한 그 무엇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르밀라, 거미줄 같은 도시 옥타비아와 다른 놀라운 도시들을 묘사할 때, 폴로는 모든 것을 마치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 같았다. 도시와 기억, 욕망, 죽음, 기호, 교환, 눈에 관한 이야기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어지고, 그 이야기는 서서히 우리가 살았고 살고 있는 모든 도시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소설은 이탈로 칼비노의 후기 대표작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매우 섬세하면서도 종작없이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이 스케치들은 도시를 심리적, 물질적, 감각적 상태로 그리며,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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