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손에 들면서 나는 '검찰관'이라는 제목만으로 형사소송법상 검사를 떠올렸었다. 그러나 이 검찰관은 우리 조선시대의 '암행어사'쯤에 해당하는 역할의 고위공직자로 19세초 니꼴라이 1세 시대의 러시아의 부패한 관료 제도를 실랄하게 풍자한 이야기이다. 러시아의 어느 소도시에 암행 검찰관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관료들은 긴장을 한다. 그 시점에서 우연하게도 한 여관에 묵고 있던 허풍쟁이 하급 관리 흘레스따꼬프는 여러 정황상 그 도시의 관리들에게 검찰관이 틀림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데, 꽤나 치밀하고 닳고닳은 시골 관료들은 스스로 그 착각을 현실로 인식하여 이 엉뚱한 허풍쟁이 청년을 받들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시골의 관료들은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가짜 검찰관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연회까지 베풀어준다. 흘레스따꼬프는 여기에 한술 더 떠 시장의 딸에게 청혼을 하고, 고위 관리를 사위로 맞게 된 시장 집은 축제 분위기가 된다. 그가 유유히 떠나간 후, 가짜 검찰관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경악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진짜 검찰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 이른바 ‘눈물을 통한 웃음’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발표되자마자 격렬한 찬반양론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고골은 약 6년간이나 로마에 피신해 있어야 했지만, 러시아에서는 그 후 ‘흘레스따꼬프시치나(흘레스따꼬프주의)’라는 말이 자만이나 허풍의 동의어로 널리 쓰이게 되었다. 고골은 이 작품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동시에 속물적 인간 본성 또한 비판하고 있다. 당시 직접 공연을 관람한 니꼴라이 1세는 “음, 모두들 멋있게 두들겨 맞았어. 그러나 누구보다도 호되게 얻어맞은 것은 황제인 나야.”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