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9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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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13년전에 이 소설을 영화로 접한적이 있는데, 제레미 아이언스와 메릴스트립, 안토니오 반델라스와 위노나 라이더 주연이었던 그 영화를 단지 주인공들의 인기도에만 치우쳐 관람했던 별 생각없는 관람객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 적당히 세월이 흐른 후에 보다 나은 의식을 바탕에 깔고 소설로 다시 읽은 '영혼의 집'은 과연 뭉클한 감동과 함께 마르케스의 '백년동안의 고독'을 자꾸 생각나게 하는 마술적 사실주의, 바로 남미 현대 문학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바로 그런 멋진 소설이었다. 그래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손에 꼽을만한 수작이 아닐까 생각된다.

마술적 사실주의에 걸맞는 이 소설의 제목은 인간과 영혼이 공존하는 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후반부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소작인의 아픔은 물론이거니와 핍박받는 여자들의 일생, 독재자의 상징으로 그려지는 에스테반 트루에바,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맞선 그의 아내 클라라와 딸 블랑카, 외손녀 알바의 삶은 작가의 자전적 면을 강하게 부각시켰다. 독재에 대항하는 사회운동의 모습들은 감동적으로 그려지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기법들은 즐거움과 질리지 않는 수다스러움으로 빛난다. 현실의 혹독함과 자인함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판타지로 승화시킨 마르케스적인 그 기법이 육중한 무게감과 가벼운 수다의 범주를 오가며 읽는 즐거움을 준다.

나 자신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제1권 119쪽을 보면 "내가 데리고 있는 사람들은 아주 잘 살아. 그럼됐지 뭘 더 바라?"라는 대사가 있는데, 에스테반 트루에바가 마치 국민의 존엄성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살았던 30년전 우리나라의 독재자의 논리를 보는 것 같아서 움찔했었다.

이 책은 모두 2권의 책,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장의 소제목이 매우 적절한 것 같아 맘에 들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근에 읽은 책들에 선문답 하는 듯한 소제목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이 단순한 진리에도 지은이와 역자에게 많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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