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태엽달린 오렌지란 말이야?" 주인공 알렉스는 아무런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이 말을 내 뱉었다. 문화적인 차이 탓인지 이 151페이지의 직접인용을 보기 이전까지 나는 제목이 의미하는게 무엇일까 의문만 갖고 있었는데, 이 소설은 결국 인간 자유의지가 무력해진 인간의 이야기를 태엽달린 오렌지에 빗대 묘사하려 했던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나 조지오웰의 1984와 비슷한 류이면서 실험대상인 주인공을 범죄자로 설정하여 실험의 합리성을 강조하게 된 것이 처음 글을 읽는 동안 청소년 폭력을 소재로한 소설로 보이게끔 혼란을 줬던 것 같다. 1962년 발표되어 영국문학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 작품은 개성있는 소재와 혁신적인 철학과 신조어 등의 사용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만한 거의 모든 요소들을 골고루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인간 자유의지와 윤리적인 문제를 소재로한 만큼 국가권력을 시니컬하게 바라본 점에서 오웰과 헉슬리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주인공 알렉스는 신문을 구입했다. 그런데 2면에 퍽이나 낯익은 얼굴과 함께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한다. '바로 이 사람이 새로 생긴 범죄자 갱생 국립연구소의 첫수료자다. 두 주일만에 범죄 심리가 치료되었고, 지금은 법을 두려워 하는 시민이 되었다.' 공포의 루도비코 요법에 대한 언급이다. 악당중에 악당으로 지극히 폭력적인 범죄자의 자유의지를 꺽는 것을 소재로 하기에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기에 혼란스러운 면이 좀 있었다. 무엇이 옳은지는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닌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71년 영화로 제작하였는데, 영국에서 조차 20년간 상영이 금지되었을 만큼 선정성과 폭력성에 촛점이 맞춰지는 이야기로 오해받기도 한다는 평이 있다. 그렇게 평론가들은 오해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폭력과 선정성도 중요한 요소이기 떄문에 말이다. 그리고, 특히나 영화로 만들어 졌다면 그 부분이 강조되거나 눈에 띌 것이 뻔한 사실이 아닐까 한다. 평론가들이야 지적으로 보이기 위해 우회적인 말들을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의 느낌을 영화에서도 느껴보고 싶다. 아울러 이 책의 표지로 사용된 이미지는 영화 포스터에서 가져온 주인공 말콤 맥도웰의 이미지이다. 별것도 아닌 죄수번호 6655321을 기억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