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를 위하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1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이비종교 취재차 계룡산에 들렀던 삼류잡지사 기자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히 <남조선 태조 백성제>라는 비명은 거창하나 그 생김은 초라한 묘지를 발견한다. 묘비 앞에서 궁금증이 도진 기자 앞에 황제의 묘소에 큰 절을 올리는  늙은 신하 우발산이 목격되면서 기자는 이 이야기의 화자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 우발산과의 조우로 인해 황제의 삶과 제국의 실록을 읽어본 것이 계기가 되어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황제>는 갑오농민전쟁이 끝날 무렵, 계룡산 기슭의 작은 마을 흰돌머리에서 태어난다. 그의 아버지 정 처사는 마을 사람들에게 신이한 이야기들을 퍼뜨려서 황제가 장차 이 나라를 통치하게 되리라는 천명을 받은 인물이라는 믿음을 심어준다. 정 처사는 황제에게 어려서부터 정통 유학을 익히게 하는 등, 제왕에게 합당한 교육을 시킨다. 또한 황제 자신도 가사 상태에서 하늘의 목소리를 듣게 됨으로 해서 스스로 황제라고 믿기에 이른다. 그러던 중 이씨 조선이 몰락하고, 황제는 자신이 받은 천명을 확신하게 된다. 그리하여 황제는 일제를 물리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지만, 어설픈 무기로 당당하게 나선 흰돌머리 마을의 군대는 참담한 패배를 당하게 된다. 그후 황제는 가만히 때를 기다리기보다 앞날에 대비하련다는 목적으로 세상 구경을 나서게 되는데, 기차를 처음 보고는 괴물이라 생각하고 도망치는 등 여러 가지 소극을 벌인다. 이후 흰돌머리로 돌아온 황제는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장터 거리의 삼일운동 인파에 합류하게 된다. <조선 독립 만세, 황제 폐하 만세>라는 외침을 자신을 향한 것으로 착각한 황제는 흥분에 겨워 일본 순사의 목을 베게 된다. 일경의 수사가 흰돌머리로 옮겨지고 있을 즈음, 황제는 그를 따르는 무리를 이끌고 만주로 건너가게 되고, 황제의 큰 뜻을 높이 산 중국인 척 대인의 호의로 넓은 땅을 얻는다. 그곳에서 황제는 나라를 세우고, 풍요한 삶을 꾸리게 된다. 여기에서 황제는 또 한차례 군사를 일으키려 하는데, 사려 깊은 신하의 조언으로 다시 흰돌머리로 돌아가게 된다. 갖은 고초 끝에 황제는 흰돌머리로 돌아오지만, 이미 세월이 흘러 마을 주민들은 거의 황제를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아들들의 눈가림으로 황제는 다시금 성세를 누리게 된다. 그러던 중 육이오가 발발하고, 황제는 피난을 가는 도중에도 맥아더의 군대를 위로하고자 전시 징발을 명하는 등 제왕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으려 한다. 이후 황제를 곁에서 돌보던 둘째 아들이 공산군이 된 형으로 인해 일본으로 몸을 피하게 되자, 한 신하가 모반을 꾀하여 황제는 가산을 모두 날리게 된다. 그리하여 황제는 신도안 골짜기로 이주하고, 여러 사교 집단들 사이에서 살아가게 된다. 말년에 이른 황제는 다스림의 미망을 접고 장자류의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이 책 자체만으로 그다지 큰 불만은 없지만 세계문학전집의 시리즈에 절판한 이문열의 책을 집어 넣은 것은 민음사의 추태였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