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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니아 찬가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
조지 오웰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이 책을 읽고 나는 조지 오웰이 훨씬 좋아졌다.
우리에게 조지오웰은 '1984'나 '동물농장'이 더 유명하겠지만 내 취향으로는 오히려 '카탈로니아 찬가'가 훨씬 매력적인 듯 싶다.
특히 239쪽부터 시작되는 총상의 순간 묘사는 오래도록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글이었다. 때문에 다치바나다카시의 임사체험(臨死體驗)이 이 머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듯... 조만간 그 책을 읽고 싶어졌다.
평범한 민병대원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프랑코의 파시즘에 맞서 싸우며 그 현장을 생생히 기록한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소설의 본문에서 건진 몇 가지 내용을 요약한다.
코민테른의 모든 정책은 이제 소련의 방어를 최우선으로 삼는다. (세계상황을 고려할 때 변명이 될만하다.) 이것은 군사동맹 체계에 기초를 두고 있다. 특히 소련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 국가인 프랑스와 동맹 관계다. 프랑스의 자본주의가 강하지 않으면 이 동맹은 러시아에게 쓸모가 없다. 프랑스 공산당은 반혁명적이 될 수 밖에 없다. (78쪽)
스페인에서 공산주의자들의 <노선>은 러시아의 동맹국인 프랑스가 이웃에 혁명적 국가(스페인)가 생기는 것을 강력하게, 스페인령 모로코의 해방을 막기 위해 길길이 날뛴다는 사실에 영향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 (79쪽)
스페인 내전은 제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건인데, 안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위한 혁명이었다. 당시 종군기자로서 스페인에 갔으나 혁명에 매료되어 이 전쟁에 뛰어들게된 조지 오웰은 이 책의 본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신문 기사를 쓸까 하는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다. 하지만 가자마자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 시기,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도 카탈로니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었다. 혁명은 여전히 활발하게 진행중이었다. (……) 상점과 카페마다 집산화되었다는 글이 붙어 있었다. 심지어 상자 같은 구두닦이들의 점포조차 집산화되어,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칠해 놓았다. 웨이터와 매장 감독들은 손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동등한 입장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굴종적인 말투나 격식을 차린 말투까지도 일시적으로 사라졌다. (……) 가장 신기한 것은 군중의 모습이었다. 겉으로 볼 때 그 도시는 부유한 계급이 실질적으로 멸절된 곳이었다. 소수의 여자와 외국인들을 제외하면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 모두가 노동 계급의 거칠거칠한 옷을 입었다. 또는 파란 작업복을 입거나, 의용군 군복을 약간 고쳐서 입었다. 이 모든 것이 신기했고, 또 감동적이었다. (……) 나는 즉시 그 도시의 모습이 내가 싸워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정의와 평등을 위해 투쟁, 스페인 내전은 한 인간에게 실천적인 양심을 이끌어 내어 이 멋진 작품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사건이다. 조지 오웰의 사고력에 상당한 영향을 줄만큼 강렬한 사건이었다. 그는 동물농장에 수록된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후 그의 모든 글들은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 차례 뒤에 옮겨 놓은 잠언이 나를 미소짓게 했다.
미련한 자의 어리석은 소리에 대꾸하지 마라. 너도 같은 사람이 되리라.
미련한 자의 어리석은 소리엔 같은 말로 대꾸해 주어라. 그래야 지혜로운 체 하지 못한다. (잠언 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