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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의 초상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5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2001년 3월
평점 :
이 책은 "Dublin 1904. Trieste 1914"이라며 끝을 맺는다.
이 책이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성된 것임을 알 수 있는 말이다.
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다들 읽고 지나간다는 제임스 조이스라는 말을 듣고, 영어를 복수전공한 우리 마누라에 물으니 그녀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을 읽었다고 한다. 물론 원서로...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율리시스를 읽다말다 반복하던 중이었고 제임스 조이스에 대해 거의 몰랐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읽고 나서도 뭐 이런 어려운 책이 있을까 싶었다. 원서를 읽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뭔가 머리가 골 때리게 복잡해지면서 사고의 영역에 날 개 하나가 추가된 듯한 즐거움은 남는다.
줄거리 요약
유년 시절을 보낸 스티븐 디덜러스는 클롱고우스 우드 학교를 다니게 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아 의식이 너무 강하고, 너무나 섬세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다. <길고 희고 가늘고 차고 부드러운> 아일린의 손을 만지면서 <상아탑> 같은 성모 마리아를 인식하고, 픽, 팩, 퍽, 폭 소리를 내는 크리켓 방망이 소리에서 분수대에 솟은 물방이 낙수반에 떨어지는 청각적 이미지를 느끼기도 한다. 이런 그에게 기숙학교 생활은 거칠고, 적응하기에 힘든 것이다. 동료 학생들이나 교사들로부터 부당한 박해를 받으면서 그는 예술가로서의 거부적이고 반항적인 자세를 차차 키워 나간다.
그리고 첫장에서부터 우리는 스티븐의 주위 환경을 이루고 있던 종교 생활과 정치적 분위기의 편모들을 볼 수 있다. 가톨릭 교회의 요구와 영국 통치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하는 정치적 갈망 사이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데, 이 두 가지 현실은 스티븐이 언젠가 예술가적 자아를 의식하고 이를 확립하려고 마음먹는 날 모두 버리거나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장애물들이 된다.
가세가 기울어 클롱고우스 우드 학교를 다니지 못하게 된 스티븐은 벨비디어 학교로 옮기게 되는데, 이 무렵 스티븐은 이단과 욕망의 세계를 발견한다. 19세기의 전형적인 반항아인 바이런이 대표적인 시인이라고 주장했다가 동료 학생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하고, 또 학교 시험과 작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서 받은 막대한 상금으로 돈을 쓰는 재미에 열중하기도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성적 욕구에 허덕이다 더블린의 사창가에서 창녀의 품에 안긴다.
그러던 중 스티븐은 자신이 저지른 죄악 때문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학생 신심회 회장직까지 맡게 된 그는 동료 학생들 앞에서 거짓된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의 고뇌는 그만큼 더 커진다. 마침 벨비디어 학교에서는 성 프란시스 사비에르 추념 피정 기간이 시작되고, 학생들은 죄인이 받게 될 저주와 파멸에 대한 강론을 듣게 된다. 그리고 스티븐은, 지옥의 처절한 정경이나 최후의 심판 날에 죄인들이 받게 될 영원한 벌에 대한 강론 신부의 생생한 묘사에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결국 고해 신부를 찾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 후 스티븐은 참회를 위해 신앙 생활에 몰두한다. 그러다가 교장의 눈에 들게 되고, 교장은 그에게 성직자의 길을 걷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그러나 스티븐은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길은 신앙의 세계에 있지 않고, 감각, 유혹, 욕망이 있는 세속임을 직감한다. 결국 스티븐은 이 제안을 거절하고, 어느 날 해변을 산책하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공장(工匠) 다이달로스(그의 성 디덜러스는 다이달로스의 영어식 표기임)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다이달로스는 그가 오랫동안 모색해 온 예술가 본분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결국 그는 <영혼의 자유와 힘을 밑천으로 하나의 살아 있는 것, 아름답고 신비한 불멸의 새 비상체(飛翔體)를 오만하게 창조>하는 예술가의 삶을 살리라 다짐한다.
대학에 진학한 스티븐은 부단히 현실 거부의 몸짓을 강화해 나간다. 아일랜드 민족 문화 부흥 운동의 일환에서 진행되고 있던 모국어 학습을 단호하게 거절하는 등 아일랜드라는 조국을 거부한다. 또 부활절에 성찬을 배수하라는 모친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스티븐은 자신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박고 있던 종교와, 어머니의 애정으로 상징되는 가정을 거부하기에 이른다. 이리하여 정치, 종교, 가정을 모두 떨쳐버리고 그는 자신의 예술가적 신념을 확립한 후 이를 실천하려는 다음과 같은 결의를 다진다.
내가 믿지 않게 된 것은, 그것이 나의 가정이든 나의 조국이든 나의 교회든, 결코 섬기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이나 예술 양식을 빌려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자유로이, 가능한 한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무기인 침묵, 유배 및 간계를 이용하도록 하겠어.
이렇게 선언한 후 그는 예술가로서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자기 유배의 길을 떠나는 것으로 이 작품은 끝이 난다.
어떤 독서라도 독이 없는 것 같다.
읽는다는 것은 그저 즐겁다.
어서 율리시스나 마저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