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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평점 :
도대체 이 조리없는 이야기는 뭐란 말인가?
내가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접한 것은 며칠 전 읽은 '거미여인의 키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니 똑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촌에서 홍익대학교로 가는 길목 철길 위로 와우다리가 있고, 그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 세번째 건물이 임영웅 선생님이 운영하는 산울림소극장인데, 10여년 전에 나는 뻔질나게도 그곳 산울림 소극장을 찾곤 했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혼자서 연극 보는 재미에 심취했을 무렵이며 산울림 레스토랑 주인네 족보를 꿰 찰 정도로 그 레스토랑에 단골이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산울림 소극장에서 연극으로 처음 접한 '고도를 기다리며'는 혼자간 청년을 지루하고 짜증나게 하기엔 충분했다. 아직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좋아할 나이의 청년에게 무작정 입장하여 관람하게된 연극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블라디미르로 분한 한명구씨와 에스트라공으로 나온 안석환씨(한명구의 출연은 확실한데, 안석환이 출연했는지는 약간 헷갈림)는 거미여인의 키스의 단짝배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당시에 지금의 내 나이였을 두 주연배우는 요즘도 왕성하게 활동중인데, 안석환씨야 요즘 영화,TV드라마, 연극 등 다방면에서 아주 잘 나가고 있고, 미남 한명구씨는 머리가 많이 벗겨진 중년이 되어 인디언썸머, 취화선, 오!수정 등의 영화에 조연으로 잠깐씩 출연하면서 꾸준히 연극배우(최근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로 활동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연극을 먼저보고 책을 본 느낌은 그때 그 배우들이 참으로 연기를 잘했었구나 하는 후회스러운 추억이다. 그때는 왜 그렇게도 재미가 없었는지... 산울림소극장과 임영웅씨가 유명해진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연극이 바로 '고도를 기다리며'이기에 멀지 않은 미래에 산울림 소극장에서 공연계획이 잡힌다면 마누라와 함께 이 연극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고싶다.
책은 물론 공인된 명작에 공인된 민음사 세계문학시리즈이기에 두말할 필요가 없다.
1906년 4월13일, 아일랜드의 더블린 근교 폭스로크에서 태어난 사뮈엘 베케트는 오스카 와일드의 모교로도 유명한 포트라 로열스쿨에도 다니며 운동선수로도 활동한 전적이 있다.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읽다보면 럭키의 장광설 중에 스포츠 관련 내용이 참으로 길게 나오는데, 당시 만능 운동선수로 활동했던 작가였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한다.
사뮈엘 베케트는 한때 제임스조이스의 비서였고, 조이스의 딸 루치아의 연정을 사기도 했으며 '피네간의 경야'를 대필하기도 했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