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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마담 보바리는 참 단순한 소재로 만들어진 소설이다.
세계문학에서 차타레이부인의 사랑과 쌍벽을 이룰 것 같은 바람난 아줌마의 이야기다.
하지만 단순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단어 선택과 문장 다듬기로 문맥에 리듬을 갖춘 멋진 소설이다. 번역이 이리 좋은데, 프랑스어판 원문 소설을 읽을 수만 있다면 그 글빨(!)의 감동은 얼마나 클까?
무려 5가지의 불어판 마담보바리를 번역하여 완성한 이 책은 40페이지에 이르는 상세한 작품해설까지 참으로 멋지다.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수고해 주신 김화영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난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하고 그는 말했다.
로돌프는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샤를르는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꺼져들어가는 목소리로, 무한한 고통을 채념하는 어조로 다시 한번 말했다.
'그래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심지어 그는 태어나서 여지껏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이 없는, 단 한마디 엄청난 말을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게 다 운명 탓이지요'
이 운명을 인도한 당사자인 로돌프에게는 그 같은 처지에 놓인 사내가 하는 말 치고는 어지간히도 마음 좋게 들릴 뿐 아니라 우스꽝스럽기조차 했거 약간 비굴하게도 느껴졌다. (502쪽)
전통적인 수녀원 교육을 받고 자란 농부의 딸 엠마는 낭만적이면서도 상승 욕구가 강한, 그러면서도 평범한 처녀이다. 빼어난 미모나 엄청난 재력과도 거리가 먼 시골 소녀인 그녀는 역시 평범한 의사인 샤를르 보바리와 결혼한다. 낭만적인 사랑, 짜릿한 순간들을 꿈꾸던 그녀에게 샤를르와의 결혼은 지루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공작의 무도회에 초대받게 되고, 엠마는 처음으로 상류 사회의 무도회에 참석하게 된다. 무도회의 경험은 평생 그녀의 기억속에 남아 있게 된다. 무도회가 끝나고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온 그녀는 일상에 지쳐 곧 우울증에 빠지고 이를 안 샤를르는 엠마의 기분을 위해 큰 도시로 이주한다. 용빌 라베이로 이사한후 엠마는 딸을 낳는다. 여기서 그녀는 로돌프라는 무력하면서 다소 비극적 이미지의 돈많은 독신과 사랑에 빠진다. 동시에 그녀는 사치를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곤 한다.
그녀는 마음을 잡기위해 아이를 돌보고 남편을 내조하는데 열중한다. 하지만 금사자 여관의 하인 이폴리트의 수술이 실패하고 난 후 남편에게 실망한 나머지 로돌프에게 도망가자고 꼬드긴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서 거절의 편지를 받고 절망한다. 보바리씨는 엠마의 기분 전환을 위해 루앙으로 극장 나들이를 하게되고, 그때 레옹과 재회하고 그의 사랑고백으로 엠마와 레옹은 다시 불타오른다. 하루이틀 청구서를 미루면서 엠마는 재정적 압박을 받게되고, 뢰르에게 위임장을 써 주나 결국은 엄청난 돈을 청구받기에 이른다. 레옹에게도, 로돌프에게도 돈을 빌리지 못한채 모든 희망을 잃은 엠마는 자살을 선택하고...
순수하다못해 바보스러울 만큼 엠마를 믿고 사랑했던 보바리씨는 그녀의 무분별하고 너저분한 애정행각을 상상도 못하고 마냥 슬퍼하기만 한다.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딸래미와 함꼐 열심히 살아가려던 보바리씨는 엠마가 남기고 간 빚을 도저히 갚을 수 없을 만큼 괴롭게 생활하다가 결국 엠마의 과거를 알게 되고, 어느날 홀연히 저 세상으로 떠난다.
1857년작으로 모던 소설의 씨앗이라 불리는 이 작품...
이렇게 비극적인 종말에도 불구하고 마치 남의 슬픔을 즐기듯 유쾌하게만 읽은 나는 잔인한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