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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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인 제목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괜히 부담스러워 했던 이 책...

어린 시절 나이 차이가 많은 형님들이 보던 책중에 바로 이 '오만과 편견'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책과 나란히 키에르케고르 라던가 토마스아키나스 같은 이름들을 보면서 책장의 그쪽으로는 눈을 돌리는 것이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별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던 책... 결국 내가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위대한 개츠비로부터 비롯된 '민음사 세계문학 죄다 읽기'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며, 이 책을 읽을 당시(2006년 2월) 에는 동명 영화가 개봉을 앞 두고 있어서 서둘러 읽었던 것 같다.

 








윤지관과 전승희, 두 영문학자들이 10년 동안 충실한 번역과 꼼꼼한 원문 대조 과정뿐 아니라, 서로 교차해서 검토하는 과정을 되풀이해 탄생한 번역본이다. 이런 번역 과정에서 특히나 역자들이 염두에 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많은 번역서들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오역이나 부정확한 번역을 거의 모두 없앴고, 무엇보다 원작을 그대로 충실하게 재현해 내려고 했다. 한 문장, 한 문장 빼놓지 않고 꼼꼼한 번역과 원문 대조 과정을 거쳐 오역이나 내용 첨삭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원문 중에 표시된 강조나 인용문의 표기를 철저히 따라서 소화시켰다.

둘째, 작가 제인 오스틴의 문체적인 특징이나 기법을 최대한 살렸다. 제인 오스틴은 반어나 풍자 등의 수법에 탁월했으며, ‘묘출화법’을 즐겨 쓰는데, 바로 그것이 이 작품이 묘미다. 그러므로 그러한 문투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셋째, 당시 시대상에 맞도록 적절한 표현을 찾아 번역하려고 노력했다. 또 작품의 배경인 18세기 말과 19세기 초 영국의 농촌 생활이나 풍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하고 내실 있는 번역을 하려고 애썼다. 가령 이 작품에는 식사 약속이나 식사 장면이 무수히 나오는데, 당시 농촌 신사 계급 집안에서는 늦은 아침을 먹고, 오후 너덧 시경에 디너(정찬)를 하고, 저녁 늦게 간단한 저녁식사(Supper)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를 정확하게 구별하여 번역하였다. (기존의 번역본에서는 대개 ‘디너’를 ‘저녁 식사’ 혹은 ‘만찬’으로 번역하여 내용상의 혼란을 초래하였다.) 또 morning은 아침 식사와 정찬 사이의 시간을 말하기 때문에 낮 시간을 포함하는 것으로, 일률적으로 ‘아침’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장면의 상황을 고려하여 적절히 번역하였다.

넷째, 원작의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도 빠뜨리지 않고 번역하되,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읽힐 수 있도록 했다.

사실 이런 번역 과정은 비단 이 작품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번역물의 기본적인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기본적인 과정과 노력도 부족한 우리나라 번역 문학과 풍토의 척박함을 반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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