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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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데라의 상징이다.
'농담'이라는 제목이 주는 간결함 또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유사한 메시지의 매력을 물씬 풍겼다.
박완서 선생님도 어쩌면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아주오래된 농담'을 제목으로 결정한 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 소설은 다소 분위기 파악 안되는 어려운 내용으로 시작되어 한참 읽다가 다시 앞으로 가고, 열심히 읽다가 체코의 지도를 펼쳐 보게 하는 등 개인적인 산만함으로 읽기를 포기하고 싶은 생각들이 참 많았었다. 그러나 쪽을 넘길수록 진해지는 몰입의 즐거움은 박진감과 함께 누구도 흉내내기 벅찬 밀란 쿤데라만의 글맛을 전해줬다.

내 방식대로 요약해보면...

오랜만에 찾아온 루드빅에게 루치에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코스트카...
바람난 남편 파벨 제마넥으로부터 벗어나 멋진 과학자 루드빅 얀에 빠져드는 방송국 기자 헬레나...
젊은날 겉멋과 만용으로 괜한 폼 잡고 마르게타에게 보낸 별 의미 없던 농담의 엽서를 회상하며 괴로워하는 모라바 강가의 루드빅...
...
믿었던 친구 제마넥의 주도로 당에서 축출되어 학업도 그만둬야 했던 가슴 아픈 루드빅의 젊은 날...
오스트라바(체코 북동쪽)의 오지에서의 군복무와 수감생활, 그 와중에 빠져드는 순결한 처녀 루치에와의 사랑...
부모의 사상으로 인해 검의표식의 군생활을 함께했던 알렉세이의 죽음과 이유를 알 수 없는 루치에와의 이별...
기원이 모호한 축제 '왕들의 기마행렬'과 전통주의자 야로슬라브와 그의 아내 블라스타, 이번 축제에서 왕으로 내정된 그들의 아들 블라디미르...
철없이 루드빅에 빠져버린 헬레나와의 그릇된 섹스를 즐기며 코스트카를 기다리는 루드빅...
코스트카로부터 루치에의 비밀을 듣고 황당해지는 루드빅...

그리고, 코믹스럽거나 우울하거나 침통하거나 부질없거나 멋스럽게 정리되는 이 관계와 관계 속의 농담들...

주저하지 않고 추천할 수 있는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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