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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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니 슈호프가 알료쉬카에게 했던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왜, 영혼이 원하는 대로 살지 못하냐고?
알료시카, 기도라는 건 죄수들이 써내는 진정서와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세.
말해봤자, 꿩 구워먹은 소식이 될 뿐이고, 거절당하기 십상이란 말이야!"

이렇게 슈호프는 그의 형기가 시작되어 끝나는 날까지 무려 십 년을, 그러니까 날 수로 삼천육백오십삼일을 보냈다. 사흘을 더 수용소에서 보낸 것은 그 사이에 윤년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솔제니친의 경험적 노동수용소 생활을 하루 날잡아 세련되고 절제된 필치로 묘사한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평범하고 가련한 이반 데니소비치라는 인물을 통해 지배권력에 의해 죄없이 고통당하는 힘없는 약자에 대한 숭고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러한 약자들을 대변해 진실을 밝히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고 그러한 예술이야말로 예술의 궁극적 목적임을 역설하고 있다.
솔제니친은 이 작품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다양한 인간의 삶을 그리고 있다. 이 인간 군상들은 수용소 내부의 부패되고 모순된 소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지만, 스탈린 시대의 사회 축소판으로서 더욱더 폭넓은 의미의 확장을 통해, 부패된 정치 권력과 사회적 생활상, 모순되고 획일적이고 비인도적인 사회 제도, 종교 문제, 인간 본성의 문제까지도 우리에게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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