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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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내가 아는 승우형이 집배원들의 항의로 영화와 소설 제목이 바뀌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 줬다. 'The Postman Always Rings Twice'라는 원래의 제목이 '우편 배달부는 벨을 두 번 울린다'로 번역되었다가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로 바뀌었던 사연은 그 이후로 늘 이 작품 곁을 떠나지 않는 우스갯 소리가 되었다. 승우형은 또한 특정 업종의 종사자들이 그렇게 심하게 항의를 했을만큼 잭 니콜슨과 제시카 랭이 주연한 동명의 영화는 음란물 취급을 받았었다고 했었다. 단지 음란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성숙하지 못했던 획일성의 우리사회는 그 영화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음란함에 대해 더 많은 비중을 뒀었나 보다. 그렇다면 이 원작 소설은 과연 음란하지 않단 말인가? 물론 음란할 수 있는 요소는 풍부하지만 읽는 동안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케인의 간결하고 유머러스한 문장이 좋았던 멋진 작품일 뿐이었다. 짧지만 내용 전개가 다이나믹하고 읽으면서 생각할 거리도 많은 복잡한 사건풀이도 매력이다.

대공황의 시기에 케인은 허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일할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그가 아는 어느 주유소에 젊은 부부가 있었는데, 아내는 평범하지만 육감적인 아름다움이 있었고 케인의 패거리들은 그녀에 대한 갖은 상상으로 숙덕거리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은 케인은 6개월 동안 정신없이 그 플롯으로 소설을 썼고, 이 작품이 만들어 졌다.

또 하나... 대공항이 시작되기 직전에 루스라는 여인과 그녀의 정부 저드라는 남자가 루스의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는데, 루스는 남편 몰래 남편 사망시 배액 보상 조항이 있는 보험에 가입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이 보험증서를 배달하는 우편 배달부(postman)에게 자신에게 직접 보험증서를 전달할 것을 요구했고, 남편이 눈치 챌 수 없도록 찾아와서 벨을 두번 울려 신호하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것이 제목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된 사연이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캘리포니아를 여기저기 떠돌다가 '쌍둥이 떡갈나무 선술집'에 정착하게 되는 프랭크 체임버스...
그 선술집 주인장에게는 코라라는 젊은 부인이 있었는데, 프랭크와 코라는 순식간에 눈이 맞아 버렸다. 오, 몹쓸 여자...

목욕 중이던 닉 파파다키스, 사다리를 오르던 고양이, 망을 보던 프랭크, 순찰중인 경찰...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뒤죽박죽 되면서 첫번째 남편죽이기에 실패한 코라...

"프랭크."
"응?"
"그가 내일 집에 와. 무슨 뜻인지 알지?"
"알아."
"당신 대신 그와 자야해."
"그래야겠지. 그가 여기 왔을 때 우리가 사라져 버리지 않는다면 말이지."
"당신이 그렇게 말해주길 바랐어."
"당신과 나와 길 뿐이야, 코라."
"당신과 나와 길 뿐이지."
"그저 한 쌍의 방랑자야."
"그래 한 쌍의 집시지만, 같이 있을거야."
"그래. 같이 있을거야."
(45쪽)
두 사람은 닉이 퇴원하기 전에 가출하지만 참을성 없는 코라는 바로 집으로 되돌아 가고, 프랭크는 당구장 등을 전전하며 다시 방랑의 세월을 보내다가 우연히 닉의 눈에 띄어 되돌아 온다. 닉은 자신이 병원에 있는 동안 그가 선술집 일을 관두고 연약한 부인 코라만을 혼자 남겨둔채 떠나버렸다고 섭섭해 하던 중이었다.

그렇게 다시 선술집으로 복귀한 프랭크는 코라와 함께 두번째 남편죽이기를 계획한다. 이번엔 샌타바버라로 가는 여행길 교통사고였고 결국 임무는 완수한다. 닉은 그들의 계획대로 죽어버렸다.
이제 조사를 받게되는 프랭크와 코라... 뒤이어 밝혀지는 프랭크의 난잡한 과거사... 여기저기 교도소란 교도소는 밥먹듯이 들락거렸던 프랭크를 의심하는 검사 새킷은 프랭크가 전혀 몰랐던 보험에 대해서 말한다.

"체임버스, 이번 일이 당분간 당신이 손을 대는 마지막 사건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다음에 또 다른 살인을 시도한다면, 제발 보험회사는 개입시키지 마. 그들은 로스앤젤레스 군이 사건 수사에 쓰도록 내게 허락한 경비보다 다섯 배나 많은 비용을 쓰지. 내가 고용할 수 있는 사람보다 다섯 배나 유능한 탐정들을 보유하고 있어. 그들은 자신의 업무를 속속들이 알고 지금 당신 바로 뒤에 와 있어. 이건 그들에게 돈을 의미하는 것이니까. 이게 바로 그녀와 당신이 저지른 큰 실수야." (90쪽)

결국 검사 새킷의 협박과 설득, 회유에 의해 자신에 대한 살인 미수와 닉에 대한 살인 혐의로 코라를 고소한다는 서류에 서명하는 바보같은 프랭크...
새킷이 내민 고소장에 서명을 끝낸 뒤 바로 후회하며 변호사 카츠를 고용하지만 이미 사건은 점점 커져 간다.
코라는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고, 프랭크 또한 속수무책이다. 도대체 변호사든 검사든 우리편은 어디있는가? 신문에 대문짝만한 살인사건 기사가 실려나간다. 재판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도대체 거침이 없다. 프랭크는 코라가 교수형에 당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츠가 말한다. 그녀는 무혐의라고...

"우선 당신과 여자가 있었소. 당신들은 각자 완벽한 패를 쥐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건 완벽한 살인이었으니까요. 체임버스, 당신은 아마 그게 얼마나 훌륭했는지조차 모르겠죠. 세킷이 당신을 겁주려고 했던 모든 것, 즉 차가 뒤집힐 때 그녀가 없었다는 것, 그녀가 핸드백을 갖고 있었다는 것, 그 모든 것이 빌어 먹게도 하나도 성립되는 게 아니었어요. (중략) 그것으로는 어떤 범죄를 입증할 수 없어요. 그건 그냥 그녀가 여자라는 걸 입증할 뿐이오." (112쪽)

사건 이틀 후, 그리스인의 장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사건은 종료되고 프랭크와 코라는 풀려났다. 그들은 서로 배신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사랑이 식을 수도 있는 긴박한 순간...

"이제 당신을 증오하지 않아. 저놈의 새킷을 증오해. 그리고 카츠도. 왜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을까? 왜 우리가 함께 끝까지 싸워 나가게 내버려 둘 수 없었던 거지? (중략) 그들은 맨처음부터 비열하게 시작했고 당신이 나를 배신했어."
"그리고, 당신이 나를 배신했어. 그 걸 잊지마."(125쪽)

"1만 달러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많은 돈이지만 그걸로 우리의 산을 사지는 못해" (126쪽)

그날 밤 악마는 제 값어치를 했다.(128쪽)

티격태격 6개월... 병든 어머니를 찾아 떠난 코라... 그새 매지를 만나 바람 피우는 프랭크... 그리고, 카츠의 하수인 케네디의 출현과 협박...
조용하게 치뤄진 코라 어머니의 장례식, 매지와의 관계가 들통난 프랭크, 점점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신뢰...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야. 우리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스스로 속일 수도 있고 돈에 대해 웃어 넘길 수도 있고 침대에 함께 있는 악마가 얼마나 신나는 녀석인지 야단법석 떨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야. 그 여자와 떠나려고 했어, 코라. 고양이를 잡으려고 니카라과로 가고 있었다고. 그런데 떠나버리지 않은 이유는 돌아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야. 우린 서로 사슬로 묶여 있어, 코라. 우린 산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했지. 그게 아니었어. 산은 우리 위에 있었고, 그날 밤 이래로 산은 언제나 거기 있었어." (158쪽)

침대에서 횡설수설 주고받는 대화 속에 프랭크는 그녀에게 남은 애정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또한 코라의 임신 사실도 새롭게 알게된다. 그들은 새출발을 다짐하고 다음날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 후 해변에서 함께 수영하고, 지난 일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모든 일이 잘 되기만을 기원하였건만 잠수 중 코라에게 문제가 생긴다. 프랭크는 코라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도중에 트럭을 추월하다 교통 사고를 낸다. 그녀가 죽었다.

이제 범죄가 검사에 의해 재구성된다.
그녀를 사랑했기에 일부분 억울하지만, 딱히 할말이 없다. 죽는 순간 그녀도 새킷의 추리처럼 자신의 살해의도를 의심했을까 걱정하는 프랭크... 그는 정말 모든 것을 정리하고 코라와 새출발 하려고 했지만 그동안 저지른 범죄의 죄질들이 워낙 나빠 무엇 하나 제대로 인정이나 동정을 받을 수 없는 추악한 사형수일 뿐이다.

간결하고 매력적인 케인의 글발이 빛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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