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e - 전10권 세트 - 개정판 그린게이블즈 앤스북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유경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아내 애경은 앤 셜리의 열렬한 팬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내 관심은 특별하지 못했었고 아무런 공감대도 형성되지 못했었다.
그저 아직도 소녀의 마음으로 순수하게 살아가는 아내를 바라보는게 즐거웠을 뿐이다.
말괄량이 삐삐를 닮은 그 소녀라고 한다면 지나친 도전을 받을런지도 모르겠다.

TV로나 비디오로는 단 한번 본적이 없지만 얼핏얼핏 주근깨 많은 빨강머리 소녀의 그림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해온 앤의 이미지는 말괄량이 삐삐보다는 조금 더 귀여운 정도의 외모를 가진 소녀일 뿐이었다.

어느날 내가 인터넷으로 빨강머리 앤 시리즈를 주문했다.
퇴근 후에 책꽂이를 차지한 이 책의 전집을 바라보는 애경은 눈빛은 기쁨에 넘쳐 났으며 소녀처럼 흥분된 그 목소리는 나에게 보람이었다. 그 순간 애경의 행복해 하던 그 모습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문한 동서문화사의 빨강머리 앤 시리즈는 모두 10권이었다.
그간 우리에게 알려진 빨강머리 앤은 루시모드 몽고메리가 35년간 집필한 ANNE 시리즈의 극히 일부였을 뿐이라 한다. 특히 일본에서 제작된 60회 분량의 만화영화는 앤시리즈 10권중에서 겨우 첫째권에 해당되는 내용일 뿐이라 하며 2권부터는 더 이상 빨강머리 소녀가 아닌 기품있는 여인으로서의 앤을 만날 수 있다. 꿈과 낭만의 처녀시절, 길버트와 결혼하여 꿈의 집에서 행복에 젖어가던 신혼시절, 여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잉글사이드의 생활, 1차대전에 참전한 둘째 아들의 죽음에 슬퍼하는 노년의 앤의 모습 등은 그냥 수박 겉핥기로 앤을 알아온 나와 또 다른 어설픈 앎으로 앤을 이해하려 했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캐나다 대하소설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는 9권째 '달이가고 해가가고'의 310페이지까지만 읽고 나머지는 나중을 기약하며 일단 책을 덮었다. 10권중 9권째부터 진행되는 앤의 이야기는 그녀를 비중 낮은 엑스트라로 간간히 출연시킬 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먼 과거로부터 진행되므로 약간은 따분해진 까닭이다.

즉, ANNE 시리즈의 실제 앤이야기는 8권째 '아들들 딸들'에서 사실상 끝이 난다는 말이며, 책을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8권만 구입하는 것도 괜찮을성 싶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앤의 수다스러운 이야기는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앤 셜리의 오랜 팬인 애경은 앤에 대해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남편으로 변신한 내게 고마운 눈빛을 보낸다.
그 이후로 나는 앤의 매력에 심취된 또 한 사람의 앤 전도사가 되고 말았다.

멀지 않은 미래에 앤의 본고장 프린스 에드워드섬(Prince Edward Island)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준다면... 그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정말 몇년 내에 그곳으로 휴가를 떠날 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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