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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2
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이 책은 루시모드 몽고메리의 '빨강머리앤'을 읽을 때와 비슷한 유쾌하고 아름다운 상상으로 다가와서,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뒤섞인 듯한 느낌으로 마무리 되었다.
돌코트 물방앗간 주인 털리버씨는 다정다감한 다혈질 사나이이다. 그는 자신이 못배운데 아쉬움이 많아 그다지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아들 톰의 교육에 공을 들인다. 오히려 오빠보다 똑똑하고 귀엽기만 한 딸 매기에 대한 애정이 담다른 털리버씨가 곤경에 빠졌을 때,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이 소설은 오대째 내려온 물방앗간을 중심으로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그런 평범한 드라마와 같은 소재로 시작되지만 등장인물의 심리묘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땅도 없어지고 돈도 다 써버렸을 땨, 그땐 학문이 제일이더라.'라는 어느 집 창문에 쓰여진 글을 이야기하는 이모부 글레그씨의 이야기(1권 120쪽)
"네 판단은 늘 거의 틀려. 내가 너보다 더 잘 판단한단 말야." 동생 매기를 비난하면서 어느 순간 그이 심리를 묘사하는 문장은 '가련한 톰! 그는 조금 전에 훈계를 받고 느꼈던 열등감에서 벗어났다.'로 시작된다.(1권 392쪽) 이러한 글맛이 조지 엘리엇의 매력인 듯 싶다.
1권이 끝나갈 때, 그녀의 매력적인 글귀중 생각나는 하나가 더 있다.
'여러분은 이제껏 웨이컴 씨를 본 적이 없었으므로 그가 진짜 악당이며 교활한데다 일반적으로 정직한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특히 털리버를 싫어하는지 아마 궁금할 것이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물방앗간 주인의 마음속에 있는 그의 모습을 통해서만 그를 보아왔기 때문이다.'(1권 413쪽)
심리적인 차원에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잘 분석하고, 이토록 인간심리를 흥미롭고 객관적으로 묘사한 그녀의 글맛이 참좋다. 계속해서 2권을 살펴보자.
매기가 자포자기 하고 주어진 삶에 순응하려는 시점에서 필립은 희망을 이야기 한다.
"쉽고 즐거운 것에 대한 생각을 접은 후로, 그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불만스러워 하지 않기로 결심한 뒤로 훨씬 행복해졌어. 우리 삶은 이미 정해져 있어. 희망을 버리고 단지 우리에게 주어진 짐을 감내하며 의무를 수행하겠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져."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소망과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아름답고 좋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잖아. 우리는 그것을 추구해야 해. 우리의 감정이 죽지 않는 한 어떻게 그런 것 없이 만족할 수 있겠어?" (2권 62쪽)
털리버씨가 임종의 순간에 아들에게 여동생을 부탁하는 발언은 남성중심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이야기 한다.
"톰, 저 애를 돌봐주어야 한다... 내 딸아, 너무 걱정 마라. 널 사랑하고 네 편이 되어줄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 얘야, 동생에게 잘해주어야 한다. 나도 내 여동생에게 잘해주었단다. 자 키스해다오 매기... 이리와요. 베시..." (2권 155쪽)
스티븐과 매기가 세인트오그스를 떠난뒤 닷새만에 돌아왔을 때, 톰은 그녀의 사정을 이해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의 헌신적인 모성애밖에 기댈 곳이 없다.
"오빠, 오빠에게 돌아왔어. 쉬려고. 모든 것을 말하려고."
"난 너같은 동생 둔적 없어. 넌 우리 얼굴에 먹칠을 했어.아버지 이름을 더럽혔어.제일 친한 친구들을 욕보였어. 비열한 거짓말쟁이. 이제 우린 남남이야."
이후로도 2페이지에 걸쳐 톰의 비난을 듣고 돌아서는 매기를 따라나오는 털리버 부인은 "얘야 내가 함께 가마. 네게는 이 엄마가 있단다." (2권367쪽)
홍수 속에서 남매가 만나는 그 마지막 장면들은... 톰에게 감동이다. 그건 따로 인용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조지 엘리엇의 자전적인 이야기라 알려진 이 소설은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이 순간 우리는 '약한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로다.'라는 셰익스피어 문학의 오류를 발견하게 된다.
매기는 강했다. 아직도 여자라는 이름으로 차별받는 이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