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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1935년 프랑스 카자르크에서 태어난 그녀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그 소설의 등장 인물에서 '사강'이라는 필명을 따 왔다.
프랑스인들은 원래 브람스의 곡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소설의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극중 대사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의 배경이 프랑스이고, 등장인물들이 프랑스인들인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서른 아홉 살의 폴에게는 아주 오래된 연인인 로제가 있다. 그들에게 불타 오르는 사랑 같은 것은 없고 그저 공일오비의 노래 가사처럼 '저녁이 되면 의무감으로 전화를 하고, 관심도 없는서로의 일과를 묻곤하며 가끔씩은 사랑한단 말로 서로에게 위로하겠지만 그런것도 예전에 가졌던 두근거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주말이 되면 습관적으로 약속을 하고 서로를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을 하고, 가끔씩은 서로의 눈 피해 다른 사람 만나기도 하고 자연스레 이별할 핑계를 찾으려고 한다.
재미없는 일상에 지쳐가는 로제는 어린 여자들을 만나 섹스를 즐기면서도 늘 폴에게로 돌아가는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반면, 아무것도 모르고 로제와의 사랑에 의무감을 갖고 충실했던 폴은 스물 다섯살 미남 청년 시몽의 구애로 갈등을 한다. 로제와의 생활이 권태롭기도 하고 시몽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 유혹을 뿌리치고 착하게(?) 살아가려던 폴, 결국 그녀는 연인 로제의 배신과 시몽의 유혹 속에 갈등하던 토요일 밤 시몽의 장난스러워 보이는 구애의 몸짓에 많이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시몽으로부터의 편지를 받는다.
'오늘 저녁 6시 프레옐 홀에서 아주 좋은 연주가 있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어제 일은 죄송했습니다.' (56쪽)
그렇게 둘은 데이트를 하고, 그 사건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브람스를 좋아하는지 어떤지 그 이상 이유를 찾지 못할만큼 혼돈스러워지는 폴과 충실하지 못한 그녀의 연인 로제는 점점 멀어진다.
한참 나이어린 남자 친구와 생활하다보면 주위의 시선도 따갑고 갈등도 많은 법, 나이트클럽에서 나이 많은 자신을 향해 소곤 거리는 소리에 상처를 받고 좌절하는 폴에게 시몽은 위로한다.
"알다시피 난 경솔한 사람이 아냐. 난 스물 다섯 살이야. 당신보다 먼저 세상을 살진 않았지만, 앞으로 당신이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 않아. 당신은 내 인생의 연인이고, 무엇 보다도 내게 필요한 사람이야. 나는 알아. 당신이 원한다면 내일이라도 당신과 결혼하겠어." (133쪽)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이 세상 수많은 청년들에게 이 멋진 대사를 알려주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관계를 알고 싶다면 브람스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마치 사강은 폴과 독자들을 향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지금 참 된 선택을 하셨나요?' 그녀가 한사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대신에 이 소설의 제목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고 표기한 것도 많이 생각해볼만한 문제이다.
몽상과 현실의 차이... 프랑스인들은 브람스를 왜 좋아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