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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바보들 세트 - 전2권 - 영화 〈노무현과 바보들〉에서 못다 한 말들 ㅣ 노무현과 바보들
(주)바보들 엮음, 손현욱 기획 / 싱긋 / 2019년 4월
평점 :
노무현에 대해서 뭐 또 할 말이 있을까 싶은 사람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엄청난 기록이 또 나왔다. 각 지방 사투리의 거칠고 꾸밈없는 입말체의 텍스트로 사랑도 명예도 남김없이 대통령을 만들고 일상으로 돌아간 바보들의 이야기다. 꾸밈없는 목소리가 감동과 아픔과 희망으로 소용돌이치며 "아, 이런 사람들이었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자화자찬 자신들의 공적을 고백하는 기록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을 만들어 놓고 할 일 끝났다고 손 털고 떠나버린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문이다. 노짱은 그들에게 따뜻한 변호인이었으나, 그들은 노짱에게 엄격한 판사였다는 자기반성으로 오열하는 책이다. 동네에서 제일 싸움 잘하는 형이 다른 동네 비열한 깡패들에게 무참히 깨지고 돌아왔는데 보듬고 안아줬어야 할 사람들이 그놈들 하나 못 이기느냐고 손가락질하며 오히려 더 부끄러워했던 시절을 반성하는 민초들의 눈물이다.
“1급수가 없으면 2급수를 찾자. 2급수는 약을 타거나 정화하면 훌륭한 수돗물이 된다. 3급수는 공업용수고, 4급수는 목욕하면 피부병 생기는 물이다. 1급수 없다고 좌절하지 말고 2급수를 찾아 우리가 도우면 1급수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던 목소리가 16년이 흘러 다시 울려 퍼지는 요즘이다. 서가 한켠에 노무현 책이 너무 많다. 해마다 오월이 오면 너도나도 노무현 책을 만들어대는 연례행사가 벌써 10년째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단 한 권의 노무현 책을 고르라면 바로 <노무현과 바보들>을 고르고 싶다. 누군가는 감성팔이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이제 지겹지도 않느냐고 따져 물을지 모르지만 이 책은 노사모 개개인의 초라한 뒷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마성의 감동이 있다. 노무현의 품에 안겨 V자를 그렸던, 5년 내내 청와대에 걸려있던 사진의 주인공이던 그 꼬마가 자라서 일베와 여혐에 빠진 모습까지 적나라하게 노출된다. 희망은 무엇일까?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노사모였던 그 아버지가 문제적 아들과 토론하고 대화하는 일상의 모습에서 나는 새롭게 다시 타오르는 희망을 읽었다. 뭐 이런 말까지 쓸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읽다 보니 점점 더 형편 없이 솔직한 이야기들이 사람 미치고 환장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겹겹의 합본 표지를 펼치면 커다란 노짱의 포스터가 덤으로!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꾸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 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 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다. 패가망신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 척 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야 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면서 살아라'. 80년대 시위하다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은 한번쯤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를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초판 한정 엽서 이미지는 상상에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