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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사상 33
강준만 외 지음 / 개마고원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중앙일보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요즘 1주일에 한번씩 10주 연속으로 한국사회를 움직인 100대 드라마 시리즈가 타블로이드판 섹션으로 발간이된다(아마 목욜인가 나오지?. 크기가 찌라시사이즈랑 비슷해서 신경써서 잘 안챙기면 아버지가 신문모아놓는곳에 후딱 갖다놔버리시므로 조심해야 한다..^^;;).
7월 말 경인가? 문화부문을 점검하면서, 한국의 지성사를 10년 단위로 나누면서 우리들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 책들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었다.
리영희 교수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비롯해서 80년대 민주화투쟁시기를 대변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 임지현 한양대 교수의 『민족주의는 반역이다』(1999년)와 김경일 상명대 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필화사건을 겪은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 에 이르기까지 한국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명저들을 시대순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다 좋긴 좋았다. 하나도 빼먹을 것 없는 훌륭한 책들이지.
그런데 왜 이 책이 빠졌냔말야. 바로 강준만 교수의 [인물과 사상] 시리즈 말이다.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는 도발적인 캐치프레이즈 아래, 우리사회에 뿌리깊게 잔존해있던 고정관념과 기득권에 과감하게 의문부호를 던진 문제의 그 시리즈,
솔직히 이 책을 통해 나는 대학시절 선배나 온갖 의식화된 서적들을 통해 강제적으로 학습해야만 했던 것보다 더 큰 깨달음을 얻었고, 얼마나 내가 기존의 편협한 사고에 그대로 길들여져 있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꼭 서양의 저명한 누구의 이론을 빌려오지 않아도, 지금 현재 우리의 시각에서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 이 책보다 신랄하고 냉철하게 지적해주는 것은 없었다.
내 생각엔 김대중 정부의 집권부터 노무현 정부의 집권에 이르기까지, 그래도 개혁세력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집단이 지배세력으로 헤게모니를 장악하도록 대중의 인식을 바꿔놓는데 기여한 것에서, 이 책의 영향력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00일보 하면 보수극우신문...으로 이미지 쇄신(?) 시키는 데에도 큰 공헌을 했었고말야.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가 한국 지성사를 빛낸 책에서 인물과 사상을 빼놓은건 실수한거다. 암 실수고 말고.
(인물과 사상을 열심히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강교수님은 사실 중앙일보에 빚이라면 빚이 있으시다. 수습기자로 중앙일보에 입사해서 한달인가 근무하시다가 은근슬쩍 퇴사를 하셨다나...설마 그 앙갚음으로 중앙일보가 이 책을 제외한건 아니겠지???)
지금은 33호를 끝으로 종간을 했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결코 종간을 할 상황이 아니다.
경제불황과 혼란스러운 정국을 핑계삼아 민생안정이라는 허울좋은 구호를 외치는 딴나라당 이하 기득권 세력이 전반적인 지지도 상승곡선을 긋는 이변을 만들어가는 상황 속에서, 개혁을 하는건지 자기들 잇속을 채우자는 건지 심히 의심스러운 행보를 걷는 열우당 사람들을 보며 속이 부글부글 끓는 일반 서민들에게, 강교수님이 예전의 짜릿하고 시원함을 주는 시리즈를 다시 써주신다면 진보의 싹은 꺾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