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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
책자을 정리하다가 읽은 책들을 다시 한번 읽기로 했는데
그 첫번째 책으로 당첨이다.
철도원으로 만난 아사다 지로는 삶의 슬픔을 아는 작가 같다.
많은 직업과 사람들을 경험한 그의 소설이 진솔함을 담은 것은
그의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겠다.
이 책을 5월 15일~20일까지 걸쳐 읽었는데
천천히 읽으며 각각의 단편들을 음미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사다 지로만의 삶의 작은 감정들을 잃지 않으면서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수국꽃 정사
우연히 들른 쇠락하는 온천 여관 여행지에서 만난 스트리퍼와 손님의 이야기
아사다 지로의 책들이 친근하면서도 조금은 익숙한 느낌을 주는 것은 그의 여성페르소나들이 가진 공통점 때문인 것 같다.
각각의 그녀들은 같은 사람을 묘사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옛날 사람같은 따뜻함과 솔직함, 여성미를 갖춘 여성들.
30대 후반이후의 아저씨들의 로망이랄까?
" 아무렇게나 앉아 맥주를 마시는 릴리의 모습을 보며 기타무라는 그녀가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표정이며 몸짓 하나하나에 잘 다듬어진 조각품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목소리며 말투도 그런 아름다움에 어울리는 음악 같았다."
그녀의 불행과 애처러움, 당참, 예의바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락
엘리베이터 아래 나락으로 추락한 사내의 인생은 정말 나락 같다.
촉망받았던 과거, 동기들의 시기를 받고, 회사를 위해 희생했건만
그는 출세길에서 비껴지고 말았다.
그리고 알고보니 그의 처마저도 회사사람들의 뒤처리로 떠맡게 된 여자.
결국 이혼 후 가정도 잃고, 회사에서도 설자리를 잃은 그가 향할 곳은 나락인가?
죽음비용
편안하게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지불할 수 있을까? 1억엔? 10억엔?
나같으면 조금이라도 살아 있을 때 더 쓰고 죽으려고 할텐데
가진 자들과 죽음을 앞둔 자들은 다른가 보다.
여비서의 순정을 앞에 두고 죽을 수 있는 사장의 행운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값진 일이다.
어느 누구든 사랑받으며 죽을 수 있는 것은 기적아닌가?
히나마츠리
일본사람들이 팬시나 애니에 강한 것은 이런 아기자기한 풍습이 이어내려 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재미있는 풍습같다. 어머니보다 어리고 자기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아저씨.
아버지의 자리에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 주는 그가 있어서 외롭지 않다.
요즘 초딩 6학년이 젊은 아저씨와 목욕탕을 간다면 그건 원조일텐데
이런 독자는 이걸 읽을 자격이 없는 거겠지?
장미도둑
신사풍의 어조로 프린세스 호의 선장인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순수한 아들
이런 이야기는 정말 웬지 만화같다.
배를 타는 집안사람들이 많은 동네에서 바람둥이 총각 선생님이
아줌마들과 바람을 피는데 그는 장미도둑이다.
흠, 나는 이렇게나 삭막한 여자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