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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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 북라이프
2015.07 (2015.07 읽음)




나는 무언가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 기록을 잘 해내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여기서 기록을 잘 한다는 것은 잘 쓰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게 그림일수도 있고 혹은 사진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무언가 겪은 부분에 대해 나와는 다른 시각, 특히 더 깊이있거나 혹은 색다를 때 더더욱 그런생각이 들곤한다. 나는 기록하는 인간이지만 내 바램과는 별개로 기록하는 방법도 서투르고, 그림도 못그리고, 사진도 잘 못찍으니까 (사진은 많이 찍는데, 정리는 더더욱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본능적으로 일기를 떠올렸고, 더군다나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이라는 부제에 읽기도 전에 벌써 좋아하기 시작한 책이었다. 심지어 커버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자신이 ‘경이로울 정도의 기억력’을 가졌기 때문에 읽고, 듣고, 보고, 경험하고 나서 쓴, 기록에 관한 기록이라고 했는데, 그래서 이 책도 읽다/ 듣다/ 찍다/ 배우다/ 쓰다 등 다섯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박웅현 ‘팀장님’이 몇 번 등장하는데 (더군다나 박웅현씨가 추천도 했다) 알고보니 같은 TBWA Korea 소속. 내가 좋아라하는 루나파크 홍인혜씨도 같은 회사인데, 아무튼 카피라이터라 그런지 글에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고, 수록된 사진들도 마음에 들었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도 ‘듣다’의 ‘리스본 그 단골집’은 내가 당장 포르투갈에 가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또 부러운 이야기였다.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망한다 (p.130)”. 그러니 언젠가 내가 떠났을 때, 그게 꼭 포르투갈은 아닐 수 있겠지만, 감각의 왜곡일지 언정 그러한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을 가면 나는 더 너그러워지고 모든 감각을 본능적으로 활짝 여니까.


저자는 나름 독특한(?) 면이 있는데, 입사원서에 ‘잘 늙기’를 꿈으로 쓰기도 했단다. 곱게 잘 늙는 것은 나의 바램이기도 하지만 입사원서라니. 어쩐지 만나면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다 (실제로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저자의 남편도 – 남의 남편이라 조심스럽긴 한데(?) - 참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인 것 같다. 아니 두 부부가 참으로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벽면 한쪽을 CD로 가득 채운 것도, 음악을 계속 추천해 줄 수 있는 것도, 인내심을 갖고 여자친구에게 야구를 설명하고 가르쳐주어 결국 같이 즐길 수 있게 만든 그 사람, 저자의 여행 속에 계속 동행하는 그 남자가 참 멋져 보였다. 사실 나의 진심은, 성별을 떠나 내가 그런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럴 깜냥이 되지 않기에 더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책 자체가 술술 잘 읽혀서 조금씩 아껴가며 읽었다. 요즘에 읽는 책이 본의 아니게 기록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기록을 이어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만들어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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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의 탄생 - 창조, 발명, 발견 뒤에 숨겨진 이야기
케빈 애슈턴 지음, 이은경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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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창조물들을 만난다. 그게 책일수도, 음악일수도, 미술작품일수도 있고, 혹은 일상생활에 녹아들어 있어 미처 ‘창조물’로 느껴지지 않는 각종 기술 및 발명품들도 결국 누군가의 창조물들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의 입장에서는 그런 모든 것들을 생각해내고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고, 나는 그 결과물들을 소비하는 사람일 뿐이다. 다만 궁금하긴 했었다. 그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천재’로 태어난 것인가, 혹은 뭘 어떻게 했길래 번개가 치듯 번쩍하고 영감을 받는 것인지. 부럽지만 무언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더군다나 이 책의 저자는 무려 사물인터넷 (IoT: Internet of Things) 개념을 창시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겐 ‘그게 뭐?’ 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선 처음 IoT 개념을 접했던 시기가, 뭐랄까 내가 드디어(?) 뒤쳐지기 시작했다고 느꼈던 때고, 그래서 마음이 한없이 다급했던 때라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 사람이 쓴 책이니 기대할 수 밖에.


그런데 이 책의 서문에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창조는 비약을 일으키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한 다음 반복하는 ‘노동’이라는 것. 이것은 모차르트도, 칸딘스키도, 스티브 잡스도, 우디 앨런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아이디어를 떠 올리는 사람은 많아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단계를 밟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더 나아가 창조자들은 의구심, 실패, 조롱, 거절에도 불구하고 인내하면서 성공할 때까지 창조 작업에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아 붓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시작하고 (정말 시작이 반 인가보다), 한 걸음 한 걸음씩 성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창조의 비결(?)인 것이다.


그런데 단지 성실함이라는 것은 사실 알고보면 그 것에 온전히 집중함을 뜻한다. “분야와 관계없이 모든 창조적 삶에는 그 일에 얼마나 전념하느냐에 따라 성공이 좌우되는 시점이 찾아”오는데, 그 ‘전념’에는 커다란 대가가 뒤따른다. 자기 자신의 의지에 대한 부분도 어렵지만, 정상적인 생활인(?)이라면 실현 불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각종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계속 나아가는 부분은 자기 의지로 어떻게든 헤쳐나간다 하더라도, 창조 작업이 생업과 연결되지 않는, 예를들어 회사생활을 하는 일반적인 가장이 어떻게 ‘완전히’ 창조 목표에 헌신할 수 있겠으며, 창조를 하기위한 혼자만의 시간을 얼마나 많이 가질 수 있겠냐는 것이다 (‘회사생활’, ‘일반적인’, ‘가장’ 이라는 말은 단지 예를 든 조합이다. 이를 ‘가정주부’나 미혼자로 바꿔도, 회사생활을 사업으로 바꿔도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결국 ‘넘을 수 없는 벽’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능력의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성실하게 창조에 몰두할 여건이 현실적으로 갖추어지지 않으니까. 물론 이건 나의 이야기로 내가 왜 창조할 수 없는가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내가 현재 창조해내고 있는 것들 - 예를들어 회사에서 끊임없이 만들어내는(이라 쓰고 쥐어짜는 이라 읽는다) 각종 보고서들 – 에 대해서는 한번도 ‘창조물’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게 밥을 주고, 지겨워는 하되 매일같이 나름의 혼신을 다해 만들어 내고 있는 것들인데도. 결국 태도와 마음가짐의 문제였나 싶기도 하다. 다만 회사 얘기가 나온 김에, 이 책에서 얘기한 창조적인 조직과 관련한 장에선 깔깔거리고 웃었다. 우리회사도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을 쓰고, 뭐만 했다하면 회의가 잡히는 곳이니, 창조적인 나(?) 같은 사람이 답답할 수 밖에, 뭐 이래가면서. “내부 회의에서 진행되는 상당 부분을 가리켜 ‘계획’이라고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되는 일이 좀처럼 없다는 점에서 계획은 제한된 가치를 지닌다”라는 부분에서 특히나 공감했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보니 이 책 자체도 굉장히 성실한 창조물이다. 주석과 참고문헌만 40페이지가 넘어가니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얼마나 많은 조사와 공부를 했을는지. 정말이지 IoT 같은 개념의 창시자도 책 한 권을 쓰는데에도 이토록 수고스러운 창조의 길을 걸었구나 싶다. 창조에 대해 얘기하지만, 사실은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한 여러 자극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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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 내 삶에 힘이 되는 사람을 찾는 지혜
리웨이원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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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가장 중요한 7인을 만나라
(내 삶에 힘이 되는 사람을 찾는 지혜)



리웨이원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즈니스 북스 / 2015.06 (2015.07 읽음)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곱 사람을 잘 선택하는 법을 제시해준다. 정확히는 일곱 명으로 한정된다기 보다는, 어린시절의 소꿉친구, 대학교 때 만나는 멘토, 직장 동료, 직속상사, 사업파트너, 평생지기, 배우자 등 일곱부류의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 사람들은 우리가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사람들로서 인생의 각 단계에서 도움을 주고 자신의 잠재력을 자극해 갖가지 장애물을 뛰어넘게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각 부류마다 한 장씩을 할애했는데, 내 기준으로 이미 그 시기가 지나가서 어쩔 수가 없게 되어버린 소꿉친구와 대학교 때 만나는 멘토는 제외하고, 또 사업파트너의 경우도 당분간 (지금 생각 같아서는 앞으로도 영원히) 내가 사업을 할 것 같진 않아 제쳐두면, 결국 직장 동료, 직송상사, 평생지기, 배우자 이렇게 네 분류가 남는다. 사실 책이 굳이 일곱 분류로 나뉘어져 있어서 그렇지 각 장마다 새겨들어야 할 점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현재의 내가 지금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직장 동료와 상사에 대한 부분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다.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예를들어 직장 동료의 경우, 어떤 유형의 동료든 단점이 아니라 장점을 먼저 보기위해 노력하라는 것, 능력보다도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느냐가 사회적인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모든 도움과 협조는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므로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다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힘을 기를 것, 등이었다. 아마도 최근 나의 모습이 동료의 안 좋은 점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나보다.



상사에 대한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작은일에서는 전적으로 복종하여 상대에게 만족감을 주고 큰일에서는 정중하게 상의하라는 것이었다. 당연하고 쉬워보이지만 가끔씩 상사를 이겨보려고 대드는(?) 일도 종종 있는 요즘의 나로서는 내 행동을 되돌아보며 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 내용은 꼭 상사여서 라기 보다는 살아나가는데에 있어서 굉장한 도움이 된다고 본다. 실제로 내 친구 중에는 어지간한 일에는 다 져주고 (혹은 져 주는듯 보이고) ‘순둥이’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꼭 필요한 경우는 자기가 원하는 바를 관철해내는 친구가 있다. 모든 과정이 갈등상황 없이 부드럽게 흘러가기 때문에 상대방은 핵심적인 부분을 양보했다는 점을 잘 모르기도 한다. 겉으로는 드세어 보이지만 실속은 별로 없는, 정반대의 모습인 나로서는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부러울 뿐이다. 꼭 실속과 연관되지 않더라도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조언이지 않나싶다.



여기에 직장생활과 관련하여 최근에 배운 것 하나. 실력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널리 알리는 것, 남이 알아주도록 자기 PR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겸손과 자기PR의 경계가 모호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나의 경우는 바로 전 상사가 이런 것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격려했던 분이다. 물론 아무 맥락없이 아무때나 추켜세우는 것은 아니고, 좋은 결과가 나오거나 혹은 과정 자체에 대해 인정받을만 하다고 생각이되면 관련 부서장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도록 떠밀곤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너무 부끄럽기도하고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잘 몰랐는데, 사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다른 팀들, 그리고 우리 회사 높으신 분들이 내 이름 한 번 들어볼 일이나 있었을는지 의문이긴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반성을 많이했던 내용. ‘남에게 잘못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어려운 일은 그 지적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다’라는 부분이었다. 듣기 싫은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오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서 이 부분은 좀 고치고 싶다.



이 외에도 책에서는 여러가지 조언과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읽어보면 대단히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고, 오히려 기본적인 부분들이 많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기본이라는 것이 가장 어려울 수도 있다. 가끔씩 내 자리를 이탈했다고 생각이 들 때 내 자신을 다잡기 위하여 한 번씩 이 책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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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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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에 대한 책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부제는 ‘삼백권의 책, 서른개의 키워드’라고 되어있으며, 크게 ‘나를 찾는 책 읽기’, ‘앎을 찾는 책 읽기’, 그리고 ‘일상의 책 읽기’ 등의 세 가지 굵직한 주제로 분류되어있다. 세 가지 분류 안에서도 글쓰기, 인문학, 과학서, 평전, 팩션, 여행 등의 세부적인 소주제들로 나뉘는데, 각 소주제의 말미에 읽어볼 만한 책, 참고한 책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이 책에 대한 첫인상. ‘성실하다’ 였다. 매우 개인적인 선호도이긴 하지만, 책에 관하여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조합은 활자가 크고 여백이 많으며, 양장본인데 분권까지 했다 인데, 이 책의 경우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약 320여 페이지의 대부분이 활자가 작고 페이지 전체가 빼곡해서 읽어볼만 하겠다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으니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나의 독서 편력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 한 주에 1권읽기를 목표로 하는, ‘Project 52’라고 명명한 나만의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프로젝트에 실패한 해가 없고, 목표 권수의 두 배에 도달한적도 있어서, 아무리 못해도 500권은 읽었을텐데, 막상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특정주제의 책만 편식하고 있는 듯. 철학 및 과학을 포함하여 ‘문학’에서도 좀 더 고르게 읽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여러 주제 중에서도 공부하는 삶에 대한 부분은 정말이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 때는 공부하기가 그리도 싫더니만,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공부와 독서는 죽을 때까지 진행 해야 하는 평생의 숙제라는 생각이다. 그게 업무의 필요성에 의한 공부던, 지친 몸과 정신을 가다듬고 휴식을 위한 독서이든, 뚜렷한 목적이 없더라도 끊임없이 읽고 공부하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인데, 그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를 받아든 느낌.





또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읽고는 결국 몽테뉴의 수상록도 샀다. ‘몽테뉴의 책을 펼치면 펼치는 곳마다 우리 자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책을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으랴. 그 외에도 책을 읽다보면 이 책도…, 저 책도.., 하며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가 점점 늘어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어본 책들도 있고 이번에 처음 알게된 책들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읽어본 책들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과 다른 점들, 혹은 내가 읽으면서도 그냥 스치고 지나간,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게되어,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들도 많았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공부로서의 책 읽기를 실천한 지난 1년간의 결과물이라고 했는데, 그 시간동안 오로지 읽고 쓰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독서 안내서나 서평집이 아니라고, ‘내 살아있음의 증거’라고까지 하는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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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처럼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
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 마일스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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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의 총평. ‘너무 부러우나, 책 자체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했다’.

내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고나면 뭔가 엄청난 행복의 비밀을 거머쥘 것 같은 기대가 컸을 뿐이다. 책 자체는 읽기 수월한 편이다. 활자가 큰 편이고, 200여 페이지 분량인데다, 표지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라고 적힌대로 모두 열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있다. 그러나 ‘자신의 참 모습대로 살아가는 자유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용기를 위하여’라는, 사뭇 비장한 첫 문구에 비하면 책의 분량이나 내용 자체는 조금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북유럽 국가들, 그 중에서도 덴마크는 빠지지 않고 행복한 나라 순위에 등장하지만 사실 덴마크 자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바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에 언급된 각종 통계나 연구결과는 감탄과 부러움을 넘어, 일종의 ‘넘사벽’의 느낌이다. 예를들어, 덴마크 사람의 78퍼센트가 이웃을 신뢰한다던지 (조사한 나라의 평균은 25퍼센트에 불구함), 정부, 경찰, 사법부, 행정부 등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84퍼센트에 달하고, 66퍼센트 이상이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 등의 수치를 보고있자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이렇게 되기 힘들겠구나 내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몇일 전 접했 던 (6월 4일자 기사),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평가부문 중 우리나라가 사회적 연계에서 36개 조사대사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사회적 연계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더 나아가 덴마크 사람들의 인식도 매우 부러운 부분이다. 덴마크는 사회구조나 세금제도가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과 소득이 가장 많은 계층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이며, 이것이 교육이나 고용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재의 모습과 비교되는 부분 중 하나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시각이다. 불과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만 보아도 소위 이건희 손자손녀에게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예산낭비다 등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는데, 덴마크의 경우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는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를 도와주는 이유는, 모순 같지만, 가계 소득이 그들에게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 책에서는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동일한 경제적 지원, 동일한 교육 및 성공의 기회를 준다 할지라도 모두가 똑같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부모의 학력이나 재력 등의 사회적 유산 또한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는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중요하게 여기기로는 어디 덴마크만 그렇겠는가. 그러나 하루 평균 31퍼센트만을 직장에서 보내는 덴마크 사람과 OECD 가입국가 중 노동시간 1위를 달리는 한국은 애초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나만해도 식구들과 평일에 함께 저녁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니.



남녀평등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남녀평등은 남자에게도 자유로움을 주는데, 남자도 편견이나 금기없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저자의 경험담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놀라웠다. 데이트 후 집에 데려다 준 상대방이 휘발유값을 달라고 하는데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것을 도와주거나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도 서구식 에티켓인줄 알았는데 덴마크에서는 이런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문을 잡아주는것도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들 중 일부는 남녀와 국가를 떠나 사람에 대한 기본 배려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위에 인용한 많은 내용들은 개인차원 에서는, 더군다나 짧은 시간 내에는 변경이 불가능한 부분이다. 아마 그 지점에서 나는 약간 실망하고 풀이죽은 것 같다. 각 챕터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의 원리 중, (사회적) 신뢰, 교육, 자유와 자율성, 기회 균등, 공동체 의식, 가정과 일의 균형, 그리고 남녀평등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최고가 아니어도 만족하는) 현실적인 기대, 돈에 초연한 태도, 겸손 정도가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나부터 조금씩 생각과 행동을 바꿀 때 이 사회에도 미미하나마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덴마크에서 태어났지만 그 행운을 깨닫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 조국을 떠났으며, 굳이 다른나라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은 행복을 만드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는 사실 덴마크라는 나라가 매우 부럽지만, 모든 것을 떠나 행복의 시작은 나부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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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15-06-08 1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덴마크가 뜨네요. 한동안 핀란드식 교육이 시끄럽더니 이젠 덴마크식 행복이라...
기본적으로 저 나라들이 어쨋든 우리와 다른건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그런 복지정책을 위한 사회적 마인드가 만들어져 있는데서 출발하는거겠지요.
우리 나라의 요즘을 보면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 이런 현상이 어디까지 추락할까 싶어 걱정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