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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처럼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
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 마일스톤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한 문장으로의 총평. ‘너무 부러우나, 책 자체에 대한 기대를 너무 많이했다’.
내용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책을 읽고나면 뭔가 엄청난 행복의 비밀을 거머쥘 것 같은 기대가 컸을 뿐이다. 책 자체는 읽기 수월한 편이다. 활자가 큰 편이고, 200여 페이지 분량인데다, 표지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라고 적힌대로 모두 열 개의 챕터로 나뉘어져있다. 그러나 ‘자신의 참 모습대로 살아가는 자유와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용기를 위하여’라는, 사뭇 비장한 첫 문구에 비하면 책의 분량이나 내용 자체는 조금 아쉬웠던 것은 사실이다.
북유럽 국가들, 그 중에서도 덴마크는 빠지지 않고 행복한 나라 순위에 등장하지만 사실 덴마크 자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바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책에 언급된 각종 통계나 연구결과는 감탄과 부러움을 넘어, 일종의 ‘넘사벽’의 느낌이다. 예를들어, 덴마크 사람의 78퍼센트가 이웃을 신뢰한다던지 (조사한 나라의 평균은 25퍼센트에 불구함), 정부, 경찰, 사법부, 행정부 등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84퍼센트에 달하고, 66퍼센트 이상이 ‘자신의 삶에 매우 만족’한다 등의 수치를 보고있자면, 안타깝지만 우리나라는 이렇게 되기 힘들겠구나 내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몇일 전 접했 던 (6월 4일자 기사),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평가부문 중 우리나라가 사회적 연계에서 36개 조사대사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사회적 연계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 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더 나아가 덴마크 사람들의 인식도 매우 부러운 부분이다. 덴마크는 사회구조나 세금제도가 소득이 가장 적은 계층과 소득이 가장 많은 계층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이며, 이것이 교육이나 고용 등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서 실제로 실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현재의 모습과 비교되는 부분 중 하나는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시각이다. 불과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만 보아도 소위 이건희 손자손녀에게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건 예산낭비다 등의 의견도 만만치 않았는데, 덴마크의 경우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는 부유한 집안의 젊은이를 도와주는 이유는, 모순 같지만, 가계 소득이 그들에게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항상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 책에서는 가정환경과 상관없이 동일한 경제적 지원, 동일한 교육 및 성공의 기회를 준다 할지라도 모두가 똑같이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제로 부모의 학력이나 재력 등의 사회적 유산 또한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는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 중요하게 여기기로는 어디 덴마크만 그렇겠는가. 그러나 하루 평균 31퍼센트만을 직장에서 보내는 덴마크 사람과 OECD 가입국가 중 노동시간 1위를 달리는 한국은 애초에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나만해도 식구들과 평일에 함께 저녁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이니.
남녀평등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남녀평등은 남자에게도 자유로움을 주는데, 남자도 편견이나 금기없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역할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저자의 경험담도 개인적으로는 매우 놀라웠다. 데이트 후 집에 데려다 준 상대방이 휘발유값을 달라고 하는데 이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것을 도와주거나 자리를 양보해주는 것도 서구식 에티켓인줄 알았는데 덴마크에서는 이런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문을 잡아주는것도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부분들 중 일부는 남녀와 국가를 떠나 사람에 대한 기본 배려이지 않나 생각해본다.
위에 인용한 많은 내용들은 개인차원 에서는, 더군다나 짧은 시간 내에는 변경이 불가능한 부분이다. 아마 그 지점에서 나는 약간 실망하고 풀이죽은 것 같다. 각 챕터에서 다루고 있는 행복의 원리 중, (사회적) 신뢰, 교육, 자유와 자율성, 기회 균등, 공동체 의식, 가정과 일의 균형, 그리고 남녀평등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최고가 아니어도 만족하는) 현실적인 기대, 돈에 초연한 태도, 겸손 정도가 나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나부터 조금씩 생각과 행동을 바꿀 때 이 사회에도 미미하나마 변화가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덴마크에서 태어났지만 그 행운을 깨닫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 조국을 떠났으며, 굳이 다른나라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은 행복을 만드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나는 사실 덴마크라는 나라가 매우 부럽지만, 모든 것을 떠나 행복의 시작은 나부터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