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 위해 태어나다 -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공감 능력을 회복한 아이들
브루스 D. 페리, 마이아 샬라비츠 지음, 황정하 옮김 / 민음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엄마지만, 사실 아이를 낳기전 엄마가 될 준비를 한 것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신생아를 어떻게 돌보는지에 대해서만 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어릴때는 살짝 자만한적도 있다. 비록 내가 잠은 좀 부족하고 몸이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 키우는 것은 내가 노력한 만큼 어느정도 되는거구나.. 그러다 아이가 크고 어린이집으로 학교로가고, 친구가 생기고, 자기 주장이 생기고 엄마 말을 듣지않고 하면서부터는, 감정에 휩싸여 어쩔줄 몰라하는, 준비되지 않은 엄마의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몸만 피곤하면되었던’ 아이들의 어린시절때가 차라리 속 편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나는 그 사랑을 아이들에게 충분히,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고민하던 때에 이 책을 만났다.

이 책은 공감에 대해서 얘기한다. 공감이란 쉽게 얘기해서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내가 그 입장이면 어떨지 상상하고, 고통스럽다면 도와주려 하는 마음이다. 또한 신뢰, 이타심, 협동, 사랑, 관용과 같은 모든 사회적 가치의 근원이며, 범죄나 폭력, 전쟁, 인종차별, 아동학대, 불평등을 비롯한 사회문제 대부분이 공감에 실패해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한다.


결국 공감이란 살아나가는 데에 꼭 필요한 일종의 기술이며, 공감능력의 발달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양육자, 특히 엄마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뇌가 적절하게 발달하려면 반드시 사회적 경험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그 경험이란 ‘일관’된 신체접촉 및 반응, 행동이 ‘반복’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안정된 환경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 제시되었으며, 또한 놀이야말로 공감능력 개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오늘날에는 놀이시간이 점점 줄고 있으므로, 가급적 TV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스크린 타임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야외놀이시간을 극대화할 것을 제시한다. 또한 언어능력과 관련하여, 중산층 전문직에 종사하는 가정에서 자란아이들은 가난한 집 아이들에 비해 긍정적인 단어를 더 많이들으며, 사용되는 어휘수 자체도 두배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따라서 긍적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또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다.


청소년기에는 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욕구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겠다. 친구 무리 속에서 혼자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친구를 현명하게 고르도록 하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다. 실은 이 부분은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떠한 그룹에서든, 옳고 그름을 떠나 나홀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디 쉬운가. 그런데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그걸 바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인듯 하다.


또 하나, 책을 읽다가 “스트레스가 가득한 세상에 대한 준비는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준비는 사랑을 증가시킨다.”라는 문장에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니까 혹독한(?) 세상에 대해 가급적 미리, 상세히 알려주고 준비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것은 세상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킨 것은 아닐런지.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라고 가르쳐주고 싶은데 정작 나는 반대로 해왔구나 싶다.


이처럼 책에서는 각종 연구와 사례 등을 들어 공감 및 공감능력이라는 주제를 여러각도에서 다룬다. 특히 가정의 범위를 훌쩍 넘어 학교나 사회, 더 나아가 국가에 대한 부분까지 확장되어 있다. 예를들어 공감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면 개인의 행복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 전체가 위기에 처한다는 것,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사회 전체의 신뢰수준을 작아지다는 점 등에 대해서도 얘기하는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날을, 공감능력이 확실히 떨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요즘을 생각해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부터 하나씩 하되, 그 대상을 우리 아이들에서 점차 그 범위를 넓혀가야겠다는 것.

당장은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긍정적인 언어를 쓰고, 자꾸 밖으로 데리고 나가 TV대신 자연을 접할기회를 주고, 가급적 많이 놀게하고…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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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몽 2015-05-01 1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책읽어주고 이야기 많이 나누고 공감한다는 것이 점점 힘들게만 느껴집니다.
점점 제시간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어요..
엄마라는 역할에서 중심을 잡는것이 점점 힘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