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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책고집
최준영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책에 대한 책으로, 어떻게 책을 읽을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부제는 ‘삼백권의 책, 서른개의 키워드’라고 되어있으며, 크게 ‘나를 찾는 책 읽기’, ‘앎을 찾는 책 읽기’, 그리고 ‘일상의 책 읽기’ 등의 세 가지 굵직한 주제로 분류되어있다. 세 가지 분류 안에서도 글쓰기, 인문학, 과학서, 평전, 팩션, 여행 등의 세부적인 소주제들로 나뉘는데, 각 소주제의 말미에 읽어볼 만한 책, 참고한 책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일단 이 책에 대한 첫인상. ‘성실하다’ 였다. 매우 개인적인 선호도이긴 하지만, 책에 관하여 내가 가장 싫어하는 조합은 활자가 크고 여백이 많으며, 양장본인데 분권까지 했다 인데, 이 책의 경우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며 약 320여 페이지의 대부분이 활자가 작고 페이지 전체가 빼곡해서 읽어볼만 하겠다는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으니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나의 독서 편력이 너무 협소하다는 것. 한 주에 1권읽기를 목표로 하는, ‘Project 52’라고 명명한 나만의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지 올해로 9년째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프로젝트에 실패한 해가 없고, 목표 권수의 두 배에 도달한적도 있어서, 아무리 못해도 500권은 읽었을텐데, 막상 분야별로 나누어 보면 특정주제의 책만 편식하고 있는 듯. 철학 및 과학을 포함하여 ‘문학’에서도 좀 더 고르게 읽을 필요가 있을 듯하다.
여러 주제 중에서도 공부하는 삶에 대한 부분은 정말이지 눈여겨볼 만하다. 학생 때는 공부하기가 그리도 싫더니만,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공부와 독서는 죽을 때까지 진행 해야 하는 평생의 숙제라는 생각이다. 그게 업무의 필요성에 의한 공부던, 지친 몸과 정신을 가다듬고 휴식을 위한 독서이든, 뚜렷한 목적이 없더라도 끊임없이 읽고 공부하는 것이 내가 지향하는 삶인데, 그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를 받아든 느낌.
또 ‘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읽고는 결국 몽테뉴의 수상록도 샀다. ‘몽테뉴의 책을 펼치면 펼치는 곳마다 우리 자신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책을 어찌 읽어보지 않을 수 있으랴. 그 외에도 책을 읽다보면 이 책도…, 저 책도.., 하며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가 점점 늘어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 중에는 내가 이미 읽어본 책들도 있고 이번에 처음 알게된 책들도 있다. 그런데 내가 읽어본 책들에 대해서는 내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과 다른 점들, 혹은 내가 읽으면서도 그냥 스치고 지나간, 미처 잡아내지 못했던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알게되어,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들도 많았다.
저자는 이 책을 두고 공부로서의 책 읽기를 실천한 지난 1년간의 결과물이라고 했는데, 그 시간동안 오로지 읽고 쓰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독서 안내서나 서평집이 아니라고, ‘내 살아있음의 증거’라고까지 하는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