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출판전망대]한겨레 2006-04-28

 

 

 

 


올해 들어 <해방전후사의 재인식>만큼 대대적으로 언론에 소개된 책이 있을까? 1980년대에 대학생들의 필독서가 되면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오른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역사인식을 문제 삼은 이 책은, 올해 초 책도 나오기 전에 보수언론에서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하고 사설에까지 언급하면서 대단한 반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세상이 떠나갈 듯이 떠든 것에 비하면 대중의 관심이 그리 대단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편자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여러 출판사에서 이 책의 출간을 거부했다. 거부한 이유는 출판사마다 조금씩 달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이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의식해서라기보다는 과거의 ‘성과’나 특정인물을 지나치게 공격하고 있어 출판사의 ‘앞날’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출판기획자의 촉수는 늘 이런 파장을 몰고 올 새로운 ‘감성’을 담은 책에 열려 있다. 팩션, 블루오션, 서드 에이지, 디지로그 같은 신조어를 제목에 달기도 하는 등 대중의 관심을 단숨에 불러일으킬 수 있는 책을 펴내고자 한다. 성공하면 한 해 농사는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로운 ‘담론’을 담은 인문서에서 기획자는 최고의 가치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열풍이 휩쓸고 간 1980년대 이후 더 이상 새로운 사상은 출현하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으니 기획자에게는 지금 같은 악조건이 없을 터이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갖는 사상가가 출현해 이른바 ‘빅 타이틀’을 내놓지 않은 지 꽤나 오래되었고 당분간은 그런 책이 출현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그렇다고 마냥 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출판기획자들이 관심을 두는 대표적인 영역이 인류가 축적해놓은 지적 유산을 새롭게 구성하는 책이다. 지금까지 그것은 주로 신화, 역사, 고전 등을 ‘객관적 명제’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 맥락잡기’로 새롭게 해석한 책이었다. 인류의 문화를 재조명하는 책들이야말로 세상을 헤쳐 갈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획득하려는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그런 유의 책은 크게 두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나는 특정 시기를 다룬 책이다. 적어도 이 땅에서 18세기는 메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한국판 문예부흥기라는 18세기에 정약용, 박지원, 홍대용 등은 “다단한 층위의 글쓰기를 통해 지배적 사유”를 마구 뒤흔들며 새로운 사유를 보여주었는데 그런 간접 경험이 오늘날의 대중에게 매우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도 <나비와 전사>(고미숙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연암을 읽는다>(박희병 지음, 돌베개 펴냄) 등의 신간은 출간 즉시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른 하나는 특정 테마나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주제사로 <사도세자의 고백>,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 같은 문제작들을 꾸준히 펴낸 이덕일이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한 <조선왕 독살 사건>은 팩션 열풍까지 더해져 12만 부나 팔렸으며 최신작 <조선 최대 갑부 역관>(김영사)도 출간 즉시 역사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런데 세계 출판계에서는 이런 출판경향을 20세기 말부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꾸준히 책을 펴내왔다. 국내 출판계는 이제 겨우 출발점에 서 있다. 수요는 있으나 ‘물건’이 한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우리 출판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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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교양만화의 새 장을 연 ‘먼나라 이웃나라’를 잇는 새 시리즈 ‘가로세로 세계사’(김영사)가 탄생했다. 지난해 1월 12권으로 ‘먼나라~’를 완간한 이원복 덕성여대 교수(60)가 1년여 만에 다시 연필을 잡았다.

이교수는 “‘먼나라~’가 강대국 중심의 세계사였다면 새 시리즈는 서구에 가려지고 우리도 관심이 적었던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제목처럼 균형잡힌 시각에서 풍성한 이야기를 담은 입체적 세계사를 꾸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가로세로~’는 ‘먼나라~’와 달리 나라별 역사가 아니라 지역별 역사·문화를 소개하되 하나의 주제를 잡아 글을 풀어간다. 최근 출간된 1권 ‘발칸반도, 강인한 민족들의 땅’은 그리스·루마니아·불가리아·알바니아 등 발칸지역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민족주의를 주제로 정했다. 근래 국내외적으로 관심이 높은 민족주의 문제는 발칸지역이 가장 좋은 본보기.

이교수는 “발칸은 종교·민족·이념 분쟁이 합쳐져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분쟁지역”이라며 “민족의 개념과 역사, 문화적 배경 등을 통해 민족주의 전반을 살펴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60여개국이 서로 대립하거나 싸움이 벌어질 위기에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배타적인 민족주의’ 때문”이라며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닫힌 민족주의가 아니라 세계를 포용하는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새 시리즈는 발칸반도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중동아시아, 태평양의 나라들, 중국과 몽골, 아프리카 등의 순으로 출간된다. 이교수는 “우선 3년동안 6권을 계획했지만 궁극적으론 12권까지로 완간하고픈 욕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먼나라~’는 이교수가 지난 87년 초판을 낸 이래 약 1천만명의 독자를 불러모았다.

〈도재기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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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당문학상 수상자 문태준 시인이 올해 소월시문학상도 받게 됐다. 1970년산 시인이 여섯 번째 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고, 당연히 경하할 일이다.

하나 문단 분위기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문학상이란 게 온전히 심사위원의 몫인데도 가타부타, 수상한 말들이 떠돈다. 오늘 할 얘기가 여기 있다. 문태준 시인의 문학성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수군거리는 소문을 향해 하고 싶은 몇 마디가 있다.

먼저 '너무 젊다'란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요즘 한국문단에선 그렇다. 하나 아시는지. 70년생이면 군대에서 소령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첫 70년생 소령이 탄생했다. 대부분은 대위, 즉 중대장이란다. 중대장이란 게 얼마나 멀고 고루한 것인지 육군 병장 출신이면 안다. 기업에서 40대는 퇴출을 걱정하고 10대가 장르를 평정한 예술도 여럿이다. 문학에서만 우리 나이 서른일곱이 너무 젊다.

'과도한 스타만들기'라는 불평도 들었다. 그러나 문학터치의 생각은 다르다. 요즘대로라면 무리해서라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극단적인 두 사례가 있다. 하나는 전임 한국시인협회장 김종해 시인이 언젠가 자랑삼아 했던 말이다. 70년대만 해도 시인들이 '명랑운동회'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단다. 가수.탤런트랑 함께 달리고 구르고 그랬단다. MVP까지 거머쥔 시인, 공짜 술깨나 마시고 다녔단다. 다른 예는 며칠 전의 일이다. 작가 공지영씨와 홍대 앞 거리를 한동안 걷게 됐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작가에게 사인 부탁하는 이 하나 없었다.

문인들 보고 연예인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태준.공지영을 스타로 키우자는 건 더욱 아니다. 침체한 문학판을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어떻게든 화제라도 생기길 바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하는 소리다.

'문학사상' 5월호는 소월시문학상 특집호다. 거기에 문태준 시인의 '문학적 자서전'이 실렸다. '문학이 사치인' 추풍령 아래 오지에서 꼴 베고 소 받던 소년이, 시를 만나고 시를 앓고 시를 해산하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꼭 읽어보시라. 근자에 이토록 고운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거기서 밑줄 친 글귀다. "시집 100여 권을 읽고 났더니 어렴풋이 잡히는 게 있었다. 퍼진 물처럼. 움켜진 물처럼. 그러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수군거리는 소문, 송아지 눈을 닮은 시인에게도 번질까 걱정이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200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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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스쿨버스 시리즈

조애너 콜·브루스 디건 지음

비룡소, 1999년 첫 출간










괴짜 선생님과 함께 스쿨버스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며 신나는 과학여행을-. 미취학 아동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자녀를 둔 20~30대 엄마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가 '신기한 스쿨버스'시리즈다. 전 세계적으로 520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로, 최근 국내 판매부수 600만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는 10권으로 된 시리즈를 시작으로 '테마 과학 동화 시리즈'(전10권), '키즈 시리즈' (전6권), '베이비 시리즈'(전30권)가 잇따라 나왔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책을 한 번 펴면 끝까지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이야기 솜씨다. 선생님을 따라 종횡무진 공간이동을 하다보면 어느새 과학 원리가 쏙쏙 들어온다. 아이들의 끝간 데를 모르는 호기심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는 엄마 입장에서도 이 책은 구원투수 역할을 한다. 호수.강.바다에서 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비가 내리고 이것이 결국 정수돼 가정에서 수돗물을 쓸 수 있기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엄마가 사실 얼마나 되겠는가. 교사 출신인 저자들은 책 한 권을 낼 때 2년 넘게 걸릴 정도로 철저한 사전 답사와 자료 준비 등을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선민 기자  중앙일보 200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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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만화 교과서 시리즈



고성욱 외 지음, 우지현 외 그림

대교베텔스만, 2005년 첫 출간




지난해 말 속담.고사성어.명언을 비롯해 최근 시리즈 네번 째인 탈무드가 나온 '똑똑한 만화 교과서 시리즈'. 출간된 지 넉 달 남짓 됐는데 총 8만부 가량 팔리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초등학생 대상인 이 시리즈의 강점은 지나치게 심각하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얄팍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수준의 구성이다. 예컨대 속담편은 한 아이템마다 두 쪽씩 할애하는데, 한 쪽은 만화로 내용을 설명한다. 다른 한 쪽에는 이야기를 통한 해설과 각종 정보를 넣는다. '가는 날이 장날'에 비슷한 속담으로 '술 익자 체 장수 지나간다'를 알려주고, 'It never rains but pours(비가 왔다 하면 장대비)'라는 영어 속담을 곁들이는 식이다.

소파에 편하게 누워 책장을 넘기면서도 교양을 쌓을 수 있다는 편안한 인상을 준 점, 논술이 강조되는 시점에 기초 어휘력 향상과 상식 습득에 필요한 속담.명언.고사성어 등의 분야로 접근한 점 등이 독자들에게 먹혀든 것으로 보인다. 속담 500여개, 고사성어 200여개, 명언 300여개, 탈무드 이야기 100여개 등 수록된 정보량도 무시할 수 없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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