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당문학상 수상자 문태준 시인이 올해 소월시문학상도 받게 됐다. 1970년산 시인이 여섯 번째 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흔치 않은 일이고, 당연히 경하할 일이다.
하나 문단 분위기는 꼭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려의 목소리가 종종 들린다. 문학상이란 게 온전히 심사위원의 몫인데도 가타부타, 수상한 말들이 떠돈다. 오늘 할 얘기가 여기 있다. 문태준 시인의 문학성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수군거리는 소문을 향해 하고 싶은 몇 마디가 있다.
먼저 '너무 젊다'란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요즘 한국문단에선 그렇다. 하나 아시는지. 70년생이면 군대에서 소령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첫 70년생 소령이 탄생했다. 대부분은 대위, 즉 중대장이란다. 중대장이란 게 얼마나 멀고 고루한 것인지 육군 병장 출신이면 안다. 기업에서 40대는 퇴출을 걱정하고 10대가 장르를 평정한 예술도 여럿이다. 문학에서만 우리 나이 서른일곱이 너무 젊다.
'과도한 스타만들기'라는 불평도 들었다. 그러나 문학터치의 생각은 다르다. 요즘대로라면 무리해서라도 스타가 나와야 한다고 믿는다. 극단적인 두 사례가 있다. 하나는 전임 한국시인협회장 김종해 시인이 언젠가 자랑삼아 했던 말이다. 70년대만 해도 시인들이 '명랑운동회' 같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단다. 가수.탤런트랑 함께 달리고 구르고 그랬단다. MVP까지 거머쥔 시인, 공짜 술깨나 마시고 다녔단다. 다른 예는 며칠 전의 일이다. 작가 공지영씨와 홍대 앞 거리를 한동안 걷게 됐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작가에게 사인 부탁하는 이 하나 없었다.
문인들 보고 연예인이 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문태준.공지영을 스타로 키우자는 건 더욱 아니다. 침체한 문학판을 지켜보고 있자니 답답해서 하는 소리다. 어떻게든 화제라도 생기길 바라는, 절박한 심정에서 하는 소리다.
'문학사상' 5월호는 소월시문학상 특집호다. 거기에 문태준 시인의 '문학적 자서전'이 실렸다. '문학이 사치인' 추풍령 아래 오지에서 꼴 베고 소 받던 소년이, 시를 만나고 시를 앓고 시를 해산하는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꼭 읽어보시라. 근자에 이토록 고운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거기서 밑줄 친 글귀다. "시집 100여 권을 읽고 났더니 어렴풋이 잡히는 게 있었다. 퍼진 물처럼. 움켜진 물처럼. 그러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물처럼." 수군거리는 소문, 송아지 눈을 닮은 시인에게도 번질까 걱정이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2006-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