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이 혼란스러울수록 인간은 자기 내부로 들어온다.
"도대체 나는 왜 이럴까?"로 시작한 물음은 더 나아가 "나는 왜 직장에서 잘 못지 낼까?" 내지는 "나는 왜 연애에 번번이 실패할까?" 등으로 번져나간다. 이 같은 현 실적인 문제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책이 바로 심리학 대중서들이다. 인문학 출판시 장의 부진 속에서도 유일하게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장르가 있다. 다름아닌 심리 학 분야다.
심리학 대중서들이 이처럼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있는 것은 기업경영, 대인관계, 마 케팅등 모든분야에서 심리학의 쓰임새가 많아 진데다 풍성한 삶을 원하는 개인들의 욕구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올 한 해만 30만부 정도가 팔린 아주대 심리학과 이민규 교수의 '끌리는 사람은 1% 가 다르다'는 나 자신과 타인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바로 그 '1%'를 찾아주는 책이다.
지난해 출간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스키너의 심 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는 심리학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심리실험 10가지를 설명한 책이다. 왜 인간은 타인에게 의존적인지, 혹은 왜 자기합리화를 하는지 등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적 단서를 만날 수 있다.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로리 애슈너), '유쾌한 심리학'(박지영) 등도 인문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어 있는 책이다.
"사람은 왜…'는 우울증 치료 전문가가 쓴 책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어도 행복하지 않고, 늘 삶의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를 탐구 하는 책이다.
국내 저자가 쓴 '유쾌한 심리학'은 사랑과 우정 등 일상에서 부딪치는 심리적 궁금 증을 알기쉽게 정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정신과 의사 정혜신 씨가 펴낸 심리 에세이들을 비롯해 2002년 처음 출 간된 이후 지금까지 95만부가 팔린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이 심리학책 전성기를 주도한 책들이다.
최근에 나온 '유혹의 심리학'(파트릭 르무안), '야심만만 심리학'(시부야 쇼조), ' 소비의 심리학'(로버트 세틀) 등도 반응이 좋다.
각종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심리학'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무려 900종 정도 의 책이 올라온다. 검색어에 걸리지 않는 심리 관련서까지 포함하면 1000종은 무난 히 넘어설 것이라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인터넷 서점들이 아주 전문적인 책을 취급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1000 종이라는 수치는 대단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심리학에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반 증이다.
심리 관련서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현대인들이 자기계발의 동기를 인간의 심리에서 찾고자 하는 실용적 욕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씨(정혜신 심리분석연구소 대표)는 이 같은 현상을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깊은 속을 알고 싶어하는 보편적인 욕구와 인간 심리를 파악해 경 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개인과 조직의 욕구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인간 심리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허연 기자] 매일경제 200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