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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들의 책사 - 조선시대 편
신연우.신영란 지음 / 생각하는백성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태조왕건이 방송되면서 책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출간된 책일 것이다. 그 드라마를 통해서 주인공들보다 바로 옆을 늘 지키며 때로는 치밀하게 때로는 냉혹하게, 때로는 악랄하게 왕을 보조하고, 때로는 리더를 하는 책사들의 역할과 비중이 높아지고 연기력이 바쳐주면서 드라마의 흥미는 높았고 더불어 책사라는 위치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도 높아지고 모르던 사람들도 그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선택하는 분들도 드라마 속 뿐 아니라 당시에 존재했던 제왕들의 책사들의 치밀한 지략대결을 흥미롭게 기술한 책이길 바라고 구매를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이하, 수준이하의 책이다.
이 책의 전개방식을 비유하자면 국사 참고서나 문제집에 나와있는 요악본, 혹은 우리나라 긴 역사의 일정부분 줄거리에다가 적당히 책사라는 위치에 있던 인물들을 대충 대충 짜집기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너무 이 책을 냉혹하게 평가한 것일까? 저자를 보니 역사공부를 제대로 한 이 분야 전문가도 아닌것 같고, 이야기의 패턴도 교과서 읽는듯이 너무나도 지루하다. 왕이 있었고 그 옆에 이런 이런 인물들이 방해를 했고, 이런 이런 사람들이 책사의 역할을 하면서 왕이 될만한 인물을 추대하고 부추기고, 혹은 왕을 보조해서 그 주변 인물들을 제어하고 제거하고 하는 이야기만 계속 반복될 뿐이다.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치밀한 두뇌와 지략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린 왕이나 그 주변의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대처해나가는 조선시대 다양한 책사들의 용병술을 흥미롭게 읽어 보려 했던 나 같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에 대부분 실망했을 것이다. 소실 느낌을 물씬 풍기는 요즘 인기있는 역사책의 흥미로운 전개방식에 비추어 봤을때 교과서 내용 줄거리 요약해 놓은 듯한 깊이도 재미도 없는 이런 단순 나열형 구성의 책이 독자들의 호응을 받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인용:
"그는 늘 원리원칙대로 행동했고, 무엇이 진정 백성을 위하는 일인지 깊이 생각했으며, 정승으로 몇 십년을 지내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날이 허다할 정도로 검소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타난 황희의 인물평이다. 이러한 그의 생활태도는 바로 두문동 선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일생일대의 책임감과 홀로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그리고 변절자란 오명을 벗으려는 안간힘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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