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화해를 희망하며

최근 제 작품에 제기된 표절시비 사태에 대해 제 소설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의 심경을 혼란스럽게 한 점,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진작에 이 점에 대해 저의 입장을 피력하고 싶었으나 일부만 인용이 되는 기사문의 경우, 오히려 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고민하던 중 전문(全文)을 밝힐 수 있는 지면에 그 동안의 경위와 작가로서의 제 입장을 진지하고 진솔하게 밝히고 싶었습니다.
2005년 1월경 저 자신의 오진 판단의 체험에서 우러난 삶의 비의 문제에 주제의식을 갖고 청탁소설을 구상, 집필하고 있던 중 박경철씨의 글을 인터넷에서 ‘퍼온 글’이라는 형태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이야기는 특이한 의학적 사례로 여겨져 작년 봄, 오진의 상황에서 죽음을 가정해 봤던 제 실제 상황과 연결되어 너무나도 강렬하게 문학적 아이디어로 떠올라 제 소설에 부분적인 에피소드로 소설화하게 되었습니다. 사일로 시술 부분은, 그후 인터넷에서 복벽 결손증에 관한 다른 지식을 찾아보았으나 별다른 자료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시술이 전문적인 임상처치라 생각했고, 그렇다면 이런 경우 실제의 임상처치도 별반 차이가 없을 거란 생각에 그 용어만큼은 의학적 기술 또는 백과사전적 지식이라 여겨 의학적 용어로서 제 소설 ‘봉인’에 사실적으로 인용하게 된 것입니다.
제 소설 ‘봉인’이 발표된 것은 박경철씨의 수필집 <아름다운 동행>의 발행 이전인 2005년 2월, <세계의 문학> 봄호였습니다. 집필 당시엔 출처를 알 수 없어 양해를 구할 수 없었던 그 글이 우연히 박경철씨가 운영하는 “시골의사 블로그”의 ‘유서’라는 글에서 나온 것이란 걸 알게 된 4월 16일, 그의 이메일 주소로 양해와 답을 구하는 메일을 보내고 이후 며칠 연달아 두 번의 쪽지를 보냈습니다. 저는 수신확인이 된 상태에서 답이 없는지라 양해가 된 줄로 알았고 당시는 제 책 “꽃게무덤”의 인쇄시점이라 4월 25일 책은 곧바로 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10월 29일 박경철씨가 <문학동네> 출판사로 문제제기를 했고, 저는 바로 박경철씨께 전화를 드려 소재출처를 밝히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다음 쇄를 찍을 때 글의 작가 후기에 부분차용의 사실을 인정하고 그 출처를 밝히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박경철씨는 이 문제는 작가의 양심의 문제이니 작가의 양식에 의거해 행동하길 바란다며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고 했습니다. 10월 30일, 소설에 대한 저의 생각과 도의적인 사과를 골자로 한 메일을 박경철씨에게 보냈습니다만, 답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한 저의 메일이 박경철씨의 본뜻을 정확히 헤아리지 못하고 미흡했던지 10월 31일 박경철씨는 자신의 심경을 “어느 유명작가의 표절시비에 대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 일은 YTN 뉴스와 몇몇 언론사의 보도로 이어지고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져 결국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가 소집되는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었고, 동인문학상 심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판단을 공표하였습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의 판단과 법리적 판단 이전에 이미 저는 인터넷상에서 표절작가로 무수한 공격과 비난을 받게 되었고, 마치 사형대 위에 올라서 있는 듯 고통스런 나날을 공황상태로 보내야 했습니다.
이제 정신을 가다듬고 돌이켜봅니다. 글의 출처를 알고 난 이후 박경철씨의 묵답을 너무 쉽게 암묵적 동의로 여겼던 점은 저의 큰 불찰이었습니다. 또한 처음에 정확한 출처를 몰랐다 했을지라도 <봉인>의 일부분을 인터넷에서 힌트를 얻어 소재를 차용했다는 사실을 작가 후기에 분명히 밝혀야 했었습니다. 그것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공인이자 작가로서 취해야 할 신중한 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표절의 논란을 떠나 이번 일로 인해 저는 저의 글 쓰는 자세와 소재를 취하는 작가의 태도를 깊이 생각합니다. 제게 주어진 이런 고통의 시간이 작가로서 더욱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진정으로 바라면서 자숙하겠습니다.
그 동안 저와 제 작품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과 저와 함께 분란의 중심에 서게 된 박경철씨와 혹 이 일로 상처를 입었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머리 숙여 깊은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 부디 여러분들의 따뜻한 이해를 구합니다. 이번 일이 어려운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면서 따뜻하게 맞손 잡는 동행으로 아름답게 화해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출처-http://www.munha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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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조금 더 일찍 본인의 입장을 밝혔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글 내용중에서 시골의사에게 여러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회신이 없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그 부분이 역시 조금은 억울한듯..) 이건 양쪽의 이야기를 대질해서 묻지 않는 이상 정확하게는 알 수 없을 듯 하다.
메일 내용에 문제가 있거나 혹은 시골의사분이 보낸 답장이 메일서비스 제공업체의 필터링 등에 의해 귄지예씨에게 전달이 안되었을수도 있을 것이다.(메일 사용하다 보니 그런 경우로 인해서 오해가 가끔 생긴다. 그래서 중요한사항은 꼭 전화확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