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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평생 비강남권에 살다 얼마전 소위 "강남"의 핵인 이 곳에 왔을 때, 당췌 적응되지 않았다. 내게 익숙했던 부와 미의 기준이 너무 달라, 과연 내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그들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헷갈렸다. 그러다 그들과 나의 다름을 깨닫고 다시 정착민이 되어 살고 있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박민규는 부와 아름다움이 우리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르기가 되었다며, 이러한 불변의 진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시시하게> 만드는 것이라 한다. 그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만으론 <시시해>, 그것만으로도 좋았다니 그야말로 시시한 걸, 이 시시한 세계를 시시하게 보자 한다. 왜냐면 가능성의 열쇠를 우리가 쥐고 있으니 - 그건 바로 우리가 절대다수이기 때문이라 한다.
그러나, 강남 한복판에 살고 있으니 그들이 다수고 나는 소수였다. 하여 나는 지금 천천히 물들어 가고 있는 중이다.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 "부모님이 찍으라 해서 찍었고, 나경원 이쁘쟎아!" 주변 대세가 이런 분위기라 박원순 당선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 직원 대부분이 강남에 산다 : 비강남이라 쪼금 X 팔린가? 나도 강남 가야 하나?
- 여자인 경우 외모가 절대적 기준이다 : 노력을 하나 외모가 부족하여 당하는 불이익은 거의 당연하다.
- 남자인 경우 '키'가 매우 중요하다 : 키가 작다는 이유만으로도 욕 먹을 수 있다.
- 부모대부터 강남人인 경우에는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 소위 '간지'를 지키기 위한 분수 이상의 과소비는 매우 당연하다.
주변 상황이 이러다보니,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 존재가 내게 너무 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번 선거의 결과가 내겐 너무 낯설음이었고, 생각보다 지나친 희망이고 기쁨이었다.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일진대 어쩜 이리도 다른 것인지, 그 답은 환경에서 찾을수 밖에 없을 듯 하다. 특히 이것이 가능하게 된 가까운 이유는 교육이 아닐까?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모여 사는 현대판 경화벌열(조선 후기 한양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벌 세력)들이 명문대를 장악한 현상은 이미 1990년대에 뚜렷하게 나타났고, 이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당신들의 대한민국2, 박노자)"
소위 SKY 진학문제와 진정한 학력 차별없이 그들만의 세상에 로그인할 수 있다면,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강남 VS 비강남의 문제는 개인의 교양으로 해결되기엔 너무 뿌리깊고, 각 개인의 교양조차 욕망에 대한 개인의 주권부분이라는 점에서 승리확률이 매우 낮은 게임일 뿐이다. 결론은 제도화, 시스템 구축인데 다수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올바른 투표권 행사가 대표적이지 않은가!
부지불식간에 스며드는 '강남인식'을 틈틈히 경계해야 하며, 말은 이렇게 해놓고 10.26 선거 불참을 한 자신을 꾸짖는다.

읽은 날 : 2011. 6. 27. by 책과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