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혈액형별 성격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나, 무의식적으로 거르지 않고 수용하는 거 같다.
생각컨대, 어렸을 때 내 혈액형은  AA 형이었다가, 지금은 AO 로 바뀌었다. 물론 말이 안되지만 내 생각에 그렇다는 이야기다.
지금보다 더 소심하고 꽉 막힌, "A형 성격" 검색하면 촤르르 나오는 게 모두 내 얘기라고 생각하다가 최근엔 A형 안 같다, 쿨하다 라는 등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우리 두 아이 모두 O형이다. 과학적으로 내 혈액형은 변함없이 AO 지만, 심리적 혈액형은 AA 었다가 AO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바뀌는 데는 여러가지 복잡다난한 과정이 있었겠지만, 기억이 나는 순간을 꼽자면,
고딩 때 대학생 고종사촌 언니와 한방을 쓰게 됐는데, 아.....! 그 언니가 외출한 뒤 방의 처참함이라니. 몇번 참다가 아마도 강하게 싫은 티를 냈더니, 언니 왈 "애, 방 더러운 거 못 참는 것 그거 성격 나쁜거다~!"

20대 초반 어느 날, 약속시간에 늦어 안절부절하는 날 보고 그가 했던 말, "이미 늦어서 안절부절 해봐야 달라지는 거 없어."

20대 후반 어느 날, 실수에 대한 자책으로 힘들어 하는 날 보고 그가 했던 말, "다음부터 안 그러면 돼."

그리고, 이 책. 

눈에 힘주고 머리 싸매며 고민하지 말고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만 하라며, 어찌나 명쾌하게 말하던지.
어렵게 에둘러 얘기하지 않고 이야기의 정곡을 콕콕 찍어 내지르듯 말하는 점이 이 책의 가장 뛰어난 미덕인 듯 싶다. 거침없는 글을 읽고 나면 통쾌하고 시원하다.

"자기 선택이 곧 자신이란 거, 이거. 사실, 곧이곧대로, 수용하기 어렵다.  누구나 야비하고 몰염치하고 이기적이며 부도덕한 선택,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 뒤 대다수는 사연부터 구한다.  그 선택을 합리화하고 정당화할.  그리고 그 속에 숨는다.  그리고 공감해줄 사람 찾는다.  피치 못할 사연 있었단 거지.  자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란 거지.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기객관화의 임계점이란 게 있다.  그랬으면 하는 자기가 아니라 생겨먹은 대로의 자신을, 덤덤하게,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그런 순간 있다.  자신이 멋지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고서 멋질 수는 결코 없는 법이란 걸 깨닫는. 이거 절로 안 온다.  도달해야 한다.  그러자면 대단한 분량의 용기가 지성과 함께 요구된다."

이 책을 읽은 후 비교적 매사에 쿨해졌고 명쾌해졌다. 다만, 후유증이라면....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아이들한테도 강요한다는 점이다.
큰 애는 남자아이라서 비교적 쉽게 수용을 하는데, 둘째인 딸은 "A도 싫다! B도 싫다! 다른 안도 없다! 그.러.면. 어.쩌.겠.따.는.거.니!!!!!!!!!!!!!"
아, 살짝 미안하다. 8살 짜리 아이에게 초이성적인 일을 내가 너무 요구한다.

주위에 "나꼼수" 를 열심히 청취하는 이들이 있어, 세삼스레 이 책이 다시 생각났다.
뭐든지 잘 되시길. 우리도 모두 잘 되길. 



 

읽은 날 : 2009. 10. 1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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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심 2019-09-1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신의 틀에 얽메이는 것이 A형입니다. 무언가 어긋나면 기분이 (몹시) 나빠서 식식거립니다.
눈에 거슬리는 무엇, 저건 아니다...하는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시비를 붙는다, 마음에 담는다, 당연히 뒤끝이 있다,
O형은 도덕, 양심에 신경을 안씁니다. 뭔지 모른다, 따라서 ‘현실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을 받거나 싸울때는 모든 것을
다 걸고, 저돌적이 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