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 철학 소설 시리즈 1~10 세트 - 전10권 탐 철학 소설
전호근 외 지음 / 탐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탐 철학소설 시리즈(총 10권)는 동서양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소설입니다. 철학의 딱딱함을 '이야기의 힘'으로 순화시켜, 청소년들이 쉽게 철학을 대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인데요, 내용과 기획의 참신함으로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탐 철학소설 시리즈에는 이러한 책들이 있어요.



 

 

 

  

이 중에서 7권을 읽어봤는데요, 간단한 안내를 해보렵니다.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가 7권 중 제일 재미있었어요.
이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마르크스(진짜 마르크스는 아니구요)란 중년 외국인 아저씨가 대한민국 중산층 가정 집에 열흘 간 홈스테이를 합니다. 마르크스 아저씨는 광화문, 시청, 홍대 등을 다니며 '많은 지식'으로 무장한 '대화?'로 주인공 에게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주는데요, 이 때의 '많은 지식'은 마르크스 사상이고 '대화'는 대화라기보다 교육에 가까워요.
이런 딱딱함을 중화시켜 주는 장치로 홍대거리, TV 드라마 등 익숙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덕분에 젠체 하며 본격적으로 가르치려 하기보다 일상에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되어 편안합니다.

 

마르크스와 얘기하는 것은 대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입니다.

소매치기를 당하면서 범죄의 사회학에 대해 얘기하고,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않는 주인공 아빠를 보며 자본주의에 대해 얘기하고, TV 드라마를 보며 대중 문화의 숨겨진 이면을 논합니다.

 

이렇게 쉽게 접할수 있는 일상에서 마르크스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꺼내 대화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자연스러움과 강한 전달력 덕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쌍둥이 형제가 두 번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과 시간여행에 대한 이론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특수, 일반)에 대해 쉽게 알려주고 있는데요, 오래 전 <E=mc2>란 책을 읽어봐도 모르겠던 걸 덕분에 조금 알게 됐습니다.

    

소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첫번째 시간 여행을 한 뒤 혼자만 5년 전 그대로라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간여행을 하고 오니 자신은 여전히 작고 야윈 초등학생인 반면, 같이 자랐던 쌍둥이 형제는 듬직한 청소년으로 자랐거든요. '시간여행'은 좋았지만, 또래와 다른 외톨이 같은 심정은 주인공을 괴롭혔습니다.
다행히 기술이 발달해 자신의 5년전 과거로 되돌아가는 두 번째 시간여행을 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소설의 이야기적 완성도는 높지 않습니다만(그래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이사이 어려운 상대성원리를 쉽게 알려주는 장점이 좋게 느껴진 책입니다.
 

 

 

 

 

 

 

루소는 <에밀>이란 작품을 썼습니다. 에밀이라는 남자주인공이 성장하는 교육 소설인데요, 루소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교육관,종교관을 집대성했습니다.
이 책 <루소, 학교에 가다>는 루소의 <에밀>이란 작품이 연상됩니다.  (제목과 등장인물이 서로 겹쳐 헷갈립니다...)
    
<루소, 학교에 가다>에는 두 명의 아이(이코, 에밀)가 나와요. 그 중 한 명인 이코(역시 쌍둥이)는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학교를 다니다 우연히 가상마을 존재를 알게 됩니다.  반면  에밀은 루소의 교육관이 실천되는 곳에서 유유자적? 살아요. 그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인성과 자연스런 환경과 흐름 속에서 스스로 깨쳐 배웁니다.
         
에밀이 사는 곳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가상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에밀은 이코같은 아이들이 처한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실험 속에 살고 있는데요, 실험이 비밀 유지에 실패하고 반대세력이 늘어나면서 결국 중단됩니다.
            
실험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것을 보니 루소의 <에밀>이 일으켰던 파문이 떠올랐습니다. 루소의 <에밀>은 1762년 파리에서 출간되자마자 금서 처분을 받고, 루소에게는 체포 영장이 발부될 만큼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어요. 이는 루소가 기독교의 요체인 원죄설과 계시 신앙을 부정하는 요인을 내포하는 ‘시민종교’를 역설했기 때문이랍니다. 당시 시대가 품을수 없었던 종교관과 교육관때문에 비난받았던 루소의 꿈이, 소설 속 실험 중단과 겹쳐 보이더군요.
     
제목만큼 루소를 효율적으로 차용해 <에밀>이란 작품과 묘한 공통점을 이끌어내고, <에밀>처럼 못다한 꿈으로 <루소, 학교에 가다>란 작품이 끝나는 게 닮아 있어, 인상깊습니다.

           

굳이 '에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처한 '교육'의 문제점을 부담스럽지 않게 환기시켜 준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 아닐까 싶어요.

 

 



푸코의 사상은 세 단계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제1기는 <정신 질환과 인격>, <고전주의 시대에 있어서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등의 저서를 중심으로 인식론적 연구에 집
중하던 시기
제2기는 <말과 사물>과 <지식의 고고학>을 중심으로 한 이론 언어학의 연구 시기
제3기는 <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과 <성의 역사>를 출간했던 시기
     
이렇게 잔뜩 어려운 푸코를 이 작은 책(일반 책보다 면적이 적고 272쪽입니다)은 알차게 풀어내고 있습니다(아, 제가 푸코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이런 표현을....).
광인, 가난, 정신병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졌음을 알려 주면서 독자의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고 있어요.
         
대개 이러한 질문이죠.
난 변한 게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선 밖으로 밀려났을까?
내가 다르다는 게 밀어낼 이유가 되는 걸까?
누가 밀어 냈을까?
날 밀어내고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실존적인 질문은 거대한 일상과 관성적인 삶에 당연히 묻힙니다. 이런 책을 읽어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대부분 시대에 압도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아주 가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면, 이 책 <푸코, 감옥에 가다>는 기뻐할 거 같아요.

 

 

 



 

플라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감각적인 세계와 이성으로 알 수 있는 이데아의 세계를 뚜렷이 구분했습니다. 이데아의 세계야말로 진짜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하여, 이 책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는 가상현실 느낌이 나는 영화관을 배경으로 선택합니다.
매우 영리한 판단이에요.

주인공은 영화관을 통해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고대 그리스 세계로 넘어가고 현지?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습니다.
이 설정은 현실(감각세계)과 이성(영화관을 통해 넘어간 고대 그리스 세계)을 구분시키는 효율적인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 포맷을 보니, 탐 철학소설 시리즈는 철학자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앎의 이해를 재창조한다는 느낌이 나더군요. 다양하고 신선한 각도에서 철학자를 차용하고 활용해 나름의 목표를 훌륭히 수행하는,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고매한 철학자한테 함몰되지 않고 나름의 씩씩한 논리를 펴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이 책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는 플라톤이 3D 화면을 본다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까지 합니다.

저자의 용감한 상상이 참신하고 재밌습니다.



 
 


이 책은...난해했습니다. 사실 난해할 수밖에 없어요. 장자의 사상을 딱부러지게 표현하기 힘드니까 알기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가보다...란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 나오는 돌고 도는 대화를 소개할께요.
   
나는 지금 찰나의 순간만 '나'이고, 이 허물을 벗어 던지면 나는 나도 뭣도 아닌 것이다. 란 말에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라고 되묻는 대화가 나옵니다.
   
생긴 대로 열심히 살지, 왜 내가 없어진 다음의 삶을 기웃거리는가, 란 질문에
'OO'란 문패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란 말이 나오구요.
   
이런 선무당 같은 대화는 난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흠.... 동양철학이 더 어려웠나? 란 생각이.....들더군요.
난해함에 큰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독자마다 다르게 읽힐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읽다가 말았습니다.
1년에 50~90권의 책을 읽는데요(올해는 현재 70권 정도 읽었네요), 읽기를 포기하는 책은 2~3권 정도됩니다. 대부분은 완독하는 편입니다만, 이 책은 읽기가 매우 어렵더군요.
주제가 분명하지 않은 대화가 반복되어 피곤했는데요, 아무래도 동양 사상이 어려운가 봅니다.

 




     


 



이상으로 탐 철학소설 10권 중 7권에 대한 리뷰를 마칩니다.
탐 철학소설이 청소년 대상이라, 성인이 읽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괜찮은 거 같은데, 감동받을 정도는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어요.
그러나 주제를 풀어가는 참신함과 딱딱한 철학을 부드럽게 해주는 능력이야말로 칭찬받을만 합니다.

 

부디 좀 더 많은 청소년과 독자가 이 시리즈로 철학과 가까워지고, 깨어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애쓰셨고,
내일은 더 잘 되실겁니닷~!!! 

 

 

 

 

 

 

 

 

by 조약돌 礫, 날다  (구, 책과의 일상)

 

 

 

 

 

http://sign.sewolho416.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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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더 이상 가슴 떨리는 단어가 아닙니다만, 연애소설은 재미있습니다. 

 

 

 

프랑스 소설은 매우 관념적이고 고급스러운 지적 유희에 매몰돼 있다는 세간의 평을 한번에 뒤집은, 기욤 뮈소의 연애소설입니다. 사물의 세부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프랑스식 전통에 미국식 소설 기법, 즉 잔혹함, 빠른 전개, 영상미학의 감각적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 서겠다는 꿈을 품은 채 뉴욕에 온 젊은 프랑스 여자 줄리에트와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인생의 모든 꿈이 산산조각 난 의사 샘이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들면서 소설이 시작됩니다. 

  

 

 

 

 

여주인공 가브리엘의 인생에는 두 남자가 있습니다. 한 남자는 첫사랑, 한 남자는 아버지, 한 남자는 사명감 높은 경찰, 다른 한 남자는 신출귀몰하는 세계 최고의 도둑. 

오래 전 가브리엘의 마음 속에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를 남기고 떠난 두 남자. 그들이 한 날, 한 시에 나타나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듭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의사에서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마크, 거듭되는 일탈 행위로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억만장자 상속녀 앨리슨, 복수를 꿈꾸며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는 소녀 에비, 지난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떨쳐버리지 못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커너. 이렇게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 깊은 상처와 고통이 있습니다. 

 

 

기욤 뮈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저마다 지난 생애의 한 지점에서 비롯된 치유하기 힘든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상처를 받고, 어떤 이는 상처를 줍니다. 

상처로 얼룩진 그들의 삶을 구원해주는 것은 바로 '사랑'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사랑하면서 화해와 용서를 통해 운명처럼 씌워진 고통을 극복하고 희망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처음 <구해줘>를 읽었을 때, 기존 독서 세상과 완.전.다.른. 새로운 재미에 흥분했었습니다. 연이어 기욤 뮈소의 소설 2권을 읽었는데요, 반복되는 패턴과 <구해줘>를 능가하지 못하는 재미 탓에 책장 구석진 곳으로 밀려났습니다. 

반복된 패턴을 쓰는 작가를 보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뛰어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생각하게 됩니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은 연애와 철학을 접목시킨, 상당히 흥미로운 소설입니다.       

 

 

 

위의 책은 보통의 연애소설 3종 셋트라 불립니다. 

제가 보통을 처음 만난 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였어요. 이 책이 '지식인의 책'에 자주 등장하길래 궁금해서 읽어봤드랬죠. 

그리고선 미친 듯 줄을 그어가며 읽었습니다. 

'이렇게 밑줄 긋게 하는 소설이 있다니, 처음이얏!!' 하면서요. 

이렇게 보통과의 인연이 시작되어 연애소설 3종 셋트 외 <여행의 기술>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까지, 5권이나 읽었습니다. 

 

저는 다양한 작가의 대표작 위주로 읽습니다. 2008년 이후 300여 권의 책을 읽었는데요, 이 중 시리즈 제외하고 3권 이상 읽은 작가는 공지영, 기욤 뮈소, 알랭 드 보통, 최재천 뿐입니다. 공지영, 기욤 뮈소, 최재천 모두 딱 3권인데, 알랭 드 보통만 유일하게 5권이니.... 제겐 좀 특별하긴 했습니다.     

 

 

 

 

<너를 사랑한다는 건>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의 개정판으로 원제는 Kiss and Tell 입니다. 'Kiss and Tell'은 (보통 돈을 바라고 유명인과 과거에 맺었던) (성)관계를 공개하다, 폭로함, 비밀을 누설함, 믿음을 배신함...의 사전적 뜻을 갖고 있는데요,
 

대개 자기밖에 모른다는 비난을 받곤 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씌여진 소설입니다. 

그러다보니 3종 셋트 중에선 가장 공감하기 어려웠어요.       

 

 

 

 

 

 

이와 반대로 <우리는 사랑일까>는 여성 입장에서 씌여진 소설입니다. 

20대 중반의 여주인공이 꿈꾸는 낭만적 사랑과 그녀의 남자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아슬아슬한 사건을 통해 이상적 사랑이 어떻게 현실 속에서 성숙한 사랑으로 완성되어 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랑과 자존감 사이에서 사랑을 택할 것 같던 여주인공이 당당하게 홀로 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마지막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3종 셋트 중 가장 무난합니다. 

인류 역사 상 가~~~~장 오래되고 진부한 것 중 하나인 남녀의 연애를 이보다 철학적으로 풀어낼 순 없을 거 같아요. '연애' '사랑' 뒤에 숨은 '철학'을 보고 싶다면, 괜찮습니다. 

물론 재미도 있구요. 

 

        

 

 

 

 

 

 

똑같은 제목의 소설을 남성, 여성 각각의 작가가 쓴 <냉정과 열정 사이>입니다. 

츠지 히토나리와 에쿠니 가오리란 작가가 2년에 걸쳐 실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릴레이 연애소설이에요. 

소설의 설정은 10년 후에 재회하기로 한 헤어진 연인인데, 독자 성향마다 호불호가 다른거 같습니다. 전 에쿠니 가오리의 ROSSO편이 훨씬 더 좋았어요. 여주인공 아오이를 잊을 수가 없네요. 

 

 

얼마 전 TV 드라마 <결혼의 여신>을 보고 필이 꽂혔는데, 갈수록 흥미가 떨어져 지금은 시큰둥합니다. 

'연애'에 설레진 않지만,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요. 

 

혹, 당신이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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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마을에 하나 뿐인 우물은 으례히 고약한 용이 지키고 있고, 그 물을 마시기 위해 처녀를 상납해야만 하는, 이런 류의 이야기를 어렸을 때 보고 듣고 자랐던 거 같다. 엇비슷한 이런 이야기는, 마을에 평민처녀가 없어 공주가 마지막으로 상납되어지는 순간 짜자잔~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그녀를 구한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올해 초3인 아들녀석이 질문을 한다.
"엄마! 생명은 소중한 건데 물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바쳐야 한다는 건 말이 안되지 않아?"

"어! 어.... -_-;  듣고 보니 그렇네."
그 순간 어렸을 때부터 으례히 그러려니 하고 살았다는 것이 너무나 또렷히 인식되었다.
왜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단.한.번.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이런 생각이 증폭되면 될수록 아들 녀석이 기특하기만 했다.
순간 당황한 나와 아들의 대화는 '생명은 소중하다. 물을 구하기 위해 딸을 바쳤어야 했다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차라리 딸 가진 가족 혹은 마을사람들이 뭉쳐서 용과 싸웠으면 됐었을 것을. 고작 왕자 한명으로 용이 KO패 당했는데 말이야. 그치??' 로 급 마무리됐다.

자식의 청출어람은 부모의 큰 기쁨이다.
자의반 타의(부모)반 다독을 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진짜 궁금하다.

반면, 지금 10대가 만들어 낼 세상이 궁금한 또 하나 장면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 강남 유일의 ㄱ사립초교를 보내고 있는 친구의 말은 또 다른 측면에서 궁금증과 염려증을 불러일으킨다.
부모 중 한 사람만이 "사"자 직업을 가진 경우 그 아이를 안쓰러운 시선으로 본다는, 그 학교 학부모인 친구는 집에서 '밥'을 해 식구를 먹인 적이 없고, 자기들은 '유기농 쌀'만 먹는데(가끔 유기농 카레를 데워 먹기 위한 용도의 밥이다) 마트에서 산 쌀이 너무 맛이 없어 막내아들 장난감으로 갖고 놀게하다 버린다며, 진짜로 쌀을 갖고 놀고 있었다!
친구 자식이라도 지나친 행동은 어른으로서 한마디 해야한다는 사명감으로 4살짜리 친구 아들에게 아주아주 살짝 "그건 안되는거지?" 했다가,
자기 애는 태어나서 단.한.번.도. 안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데, 가족도 아닌 너한테 그런 말을 들어서 우리 아이가 당황해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이건 뭐….
친구집에서 머문 2~3시간은 완전 딴세상 - 너무 아득한 물과 기름의 세상을 붕붕 떠다니는,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엄마가 바로 나였다.
X같이 더러운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가족으로부터 '니가 정상이다'란 위로를 들으며 현실의 나로 돌아왔지만, 이런 아이들과 평생 살고 부딪혀야 할 우리 아이들이 걱정됐다.
같은 세대를 사는데 경제적 차이로 인한 백만가지 문화적 차이를 겪는, 출발선부터 달라 발생한 이 모든 차이가 과연 극복이 될 것인지...너무 궁금했다.

그 당시 7살이던 아들과의 대화는, 딱히 의견이랄 게 없고 엄마의 생각이 자신의 생각인지라 달리 기억나는 건 없다. 지금도 그럴거 같다. 뭐, 달리 할 말이 있으랴.
생명은 소중한 건데 물을 구하기....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수준인만큼 백만가지 문화적 차이가 나는 친구들과 잘 조율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믿을 수 밖에!

아이들이 만들어 갈 세상, 그 세상의 주체에 나도 포함되 있음을 인식하며...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할 것이다.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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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젠가 아이들과 얘기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동화책으로 오해받은 책이다. (물론 이 책도 좋아하긴 하지만.)
딸아이가 엄마의 BEST 라고 오해를 할만큼 엄마의 평소생각과 비슷했던 모양이다.

엘리자베스는 여느 공주보다 덜 이쁘지만, 궁전을 불태운 괘씸한 용을 물리치고 성에 갇힌 약혼자인 "왕자"를 구하는 아주 당찬 아가씨다. 근데, 이x의 왕자는 네 꼴이 뭐냐며, 다시 예쁘게 하고 오라며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식이다. 이에 모습만 구질구질한 엘리자베스는 "흥! 나도 너같은 애는 별로야" 하며 겁쟁이 왕자를 떠난다.

 

오호! 백마 탄 왕자 기다리는 것만이 배역의 전부였던 기존 공주와 확실히 다르다!
이 책뿐만 아니라, 요즘 엄마들은 딸아이의 의존성향을 줄이고자 다양한 노력과 방법을 시도한다.
나 역시 그렇고.
 

그런데, 무신경하게 주위에 널려있는 기존 "공주"의 이미지는 무시할 게 못되나 보다. 여아들 헤어밴드, 귀걸이, 반지 등 일상에 두루 퍼져 있는 "공주"이미지 탓인지, 초1 딸애가 기존 공주 책시리즈 full set 장착을 강력히 원하기에 사주게 되었다. 그것도 꼭 디즈니 버젼으로 말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의하면 여아들이 "공주시리즈"를 찾으면 성 정체성을 찾는 시기라 한다.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도 최근 "성"에 부쩍 관심이 많다. "why 사춘기와 성" 책을 수시로 보며 질문을 하고, 할머니께 "할머니! 할머니 사춘기 때 어땠어요?" 라며...성 정체성을 알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연년생 오빠와 자동차, 탱크 등등 남아 장난감으로 살아도 싫은 걸 모르더니, 유치원 들어가 여자친구와 남자친구의 다름을 배워가고 엄마의 BEST 가 "종이봉지공주"라고 알만큼 교육도 받았건만, 기존 "공주 시리즈"를 찾다니.
사람의 유전자에 깊숙히 박힌 프로그래밍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다시 중요해진 건 아이와의 "대화"이리라.
"종이봉지공주" 시리즈 책도 두어권 주문해야겠다.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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