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 - 과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5
이성규 지음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스테디셀러와 기획물로 분류할수 있습니다. 스테디셀러는 꾸준히 읽힐수 있는 힘을 가졌으나 기획물은 잠깐! 반짝!에 그쳐요. 요즘 중고책을 팔다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스테디셀러의 기준은 '감동'인 거 같아요. 책의 내용이나 형식을 떠나 독자가 감동을 받으면 받을수록 꾸준히 읽히고, 단순 지식과 사실 전달이 대부분인 경우엔 계속 읽히긴 어려운 거 같아요.

얼마 전 K-POP STAR3란 TV 프로그램에서 버나드 박이 기술과 기교가 뛰어난 샘 김을 누르고 우승했는데요, 사실 샘 김의 음악성은 모든 심사위원이 천재라 극찬할만큼 뛰어났습니다. 반면 버나드 박은 음악성?도 악기 연주도 못하지만... 묵직한 음성에 가득 실린 무엇이 감상자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해, 그게 우승 이유 중 하나가 된거 같아요.
천재성, 음악성.... 모든 수식어가 있어도 예술의 이유 중 하나인 '감동'은 모든 걸 제압...하는 셈이죠.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이렇게 사설이 긴 이유는 이 책 때문입니다.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꼼꼼한 기록을 과학과 접목한 책인데요, 단순 사실을 알려주는 걸 넘어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강릉 사람 김문석의 집에, 반쯤 검은 암탉이 2월 초부터 변화하여 수컷으로 되었다.”
-『중종실록』

“종친 서성정의 집에서 한 여종이 한꺼번에 아들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사람 몸뚱이에 개의 머리여서 사람들이 모두 해괴하게 여겼다.”
-『중종실록』

“길주 사람 임성구지는 음양이 모두 갖추어져 지아비에게 시집도 가고 아내에게 장가도 들었으니 매우 해괴합니다.”
-『명종실록』

이런 해괴한 비사들을 당대의 역사적 시각과 과학의 통찰력으로 읽어내는 저자의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위해 기초자료 수집에 1년 그리고 보충자료와 집필에 2년, 모두 3년이 걸렸다고 하는데요, 긴 시간과 정성을 충분히 느낄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감동이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기억되긴 힘들지만, 독창성과 꼼꼼하고 알찬 자료로 부담없이 가볍게 읽기에 괜찮습니다.
두고두고 읽히기에 한계가 있어 보이지만, 그런 책 중에서도 괜찮은 수작이라 여겨집니다.
<조선왕조실록>의 세세한 기록을 당대의 역사적 시각과 과학으로 풀어낸 독창성의 힘으로 꾸준히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by 책과의 일상​

http://sign.sewolho416.or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의사에게 살해 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곤도 마코토 지음, 이근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년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2~3년 전부터 갑상선에 작은 혹이 있다고 하더니, 작년에는 의심스러우니 자세한 진단을 받아보라 하더군요. 하루가 갈수록 피곤해 그래볼까 싶다가도, 귀찮기도 하고, 다른 자각 증상도 없는데 설마 그러겠어 싶다가도, 설마 하다가 큰일 날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쑥날쑥이었습니다.
그러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이란 책을 읽고 검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책은, 심하지 않은 통증이나 질환은 ‘내버려두면 낫는다’라는 생각으로 방치하고, 일상생활에 지장 줄 정도의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병원에 가보라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의사인데요, 의사가 되기 전과 후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답니다. 의사가 되기 전에는 의학에 대한 신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의학보다 자연치유력을 더 믿는다는군요.
이렇게 생각이 바뀐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의료행위로 사람을 구하는 수가 너무 적다.
2  암, 신장병, 간염의 경우 낫지 않는 것은 어떻게 해도 낫지 않는다.
3. 약을 사용하면 부작용이 심하고 오히려 목숨이 단축되는 경우가 많다.
4. 의학계 입장에서 어디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만 진찰하다가는 환자 수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병을 찾아내고 치료함으로써 업계의 번영을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질병에 미리 대처해서 막는 의학이 아니라 ‘환자를 끌어들이는 의학’인 것이다.
5. 큰 병원일수록 실험적인 부분에 주력하도록 되어 있다.

이 뿐 아니라,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당뇨병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려줍니다.
고혈압은, 우리가 나이를 먹을수록 뇌나 손발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잘 전달하기 위해 발생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랍니다. 이것을 고혈압이라고 판정받아 약을 쓰면 수치는 개선되어도 심장에는 좋지 않다는군요. 그리고 당뇨인 경우에도 약을 먹는 것보다 운동으로 조절하라 권합니다.

어떤 증상에 대해 쉽게 약을 사용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 증상만 개선할 뿐 본질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는군요. 게다가 증상에 대한 기준치를 올리고 낮추는 것은 제약 업계의 이해와 깊게 연관될 뿐이라는 일침을 놓아요.

특히 “암이 발견되었지만 조기여서 수술로 깨끗이 잘라냈다. 덕분에 5년이 지난 지금도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난 정말 운이 좋았다!” 라며 안도하는 사람들이 흔히 있는데, 이 경우는 쓸데없는 수술로 손해본 것이랍니다.
이 문구를 보니 최근에 본 신문기사가 생각나더군요.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25/2014032502870.html

현재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환자는 인구 10만명당 81명인데, 이는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 수치라는군요. 실제 갑상선암의 95%는 진행속도가 느려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증상이 악화되지 않는 유두암·여포암(정상세포와 비슷한 특성을 가진 암 종류)이며, 5년 동안 림프절에 전이되는 비율은 1.4%, 10년 동안은 3.4% 라니...
저자의 말이 실감납니다. 친정어머니도 6~7년 전에 갑상선암수술을 받으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괜한 수술이었던거 같아요.

병원의 의료행위를 과소평가해서도 안되지만, 과신하여 비합리적인 판단을 해서도 안되겠습니다. 그러나, 치료라는게 목숨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일거에요.
그래도 우리가 자세한 검사를 위해 받는 CT 피폭량이 일반 X선의 200~300배로 그 자체로 발암 사망성이 있다는 아이러니를 기억해야 할거 같습니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3/25/2014032502870.html

저자는 약의 부작용으로 많은 뇌장애나 사망 사건이 헤아릴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수치나 자료를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이것이 치명적인 단점이지만, 저자의 의견을 들어볼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져요.

치료를 받다가 비참하게 죽느니, 암을 방치하면 편안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는 바가 크고, 자연치유력을 믿어서 그럴까요?
이런 저와 달리 병원의존도가 큰 제 직장동료는 이 책을 읽더니, 너무 근거없는 주장같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더라구요.

병에 대한 자신의 태도는 스스로가 결정할 일입니다. 그런 위기의 순간에 처한 모든 이가 성급하게 결정하기보다 충분히 알아보고 도움되는 결정을 내리길 빌어 봅니다.

 

 

 

 

 

 

읽은 날  2013. 12. 2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림문답 - 시대의 이상과 운명에 답한 조선의 자화상
이종수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표암 강세황(1713~1791) 자화상

 

 

위 그림은 전형적인 조선시대의 초상화로, 대상자의 인품과 성격에 촛점을 맞춰 '기념' 목적으로 그려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초상화는 어떨까요.

 

 

윤두서(1668~1715년)의 <자화상>으로, 문외한인 제가 봐도 사뭇 다릅니다.

다른 것은 알겠는데, 어떻게 다른 것인지, 그 다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턱이 없어요. 게다가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이라니, 언감생심이지요.

그럼에도 '화가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그림문답>을 읽게 된 것은 이종수에 대한 좋은 기억과 이웃의 추천 때문이었습니다. 이종수의 <벽화로 꿈꾸다>의 좋은 기억으로, 주저없이 선택하게 됐어요.

 

다시 윤두서의 <자화상>으로 돌아가 볼까요.

윤두서는 나라에서 손꼽히는 부유한 집안의 종손으로 벼슬은 하지 않았으나 학문과 예술로 인정받았던 선비이며, 무려 아들 열 명을 둔 자식 복도 많은 남자랍니다. '도발'이라 할만큼 사뭇 다른 자화상을 그리기까지, 윤두서의 마음에 무엇이 있었는지, 짐작되지 않아요.

 

윤두서가 살았던 17세기 후반~18세기 초반은 숙종시대로 당파 간 경쟁이 도를 넘어섰던 시기입니다. 그의 셋째 형이 상소문으로 유배되었다가 옥에서 숨을 거뒀고, 임금은 사대부가의 어느 지아비도 차마 할 수 없은 일을 버젓이(왕비 민씨와 희빈 장씨) 했어요. 이런 세상에 출사한다는 게 어찌 가능하며, 어떤 의미인지....혈기 왕성한 나이의 윤두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는 길 자체가 막혔고, 이런 삶을 살아내야 하는 '나'의 존재는 무엇인지...그리고 그가 추구해야 하는 학문은 어떠해야할지....

수많은 고민을, 이종수는 그림 하나에서 읽어냅니다.

감탄스럽습니다.

경탄스러워요.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는 선비의 쓸쓸한 학문을 본 것만 해도 놀라운데, '관모' 없이 그려진 그림에서 고관대작의 빛나는 관모를 얹을 수도 없고, '나를 드러내주는 그 어떤 것도 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윤두서의 마음까지, 이종수는 읽어냅니다.

이종수가 읽어낸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화가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그림 한 점으로 화가의 마음을 유추해 내는 이종수의 능력, 정말 멋집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보고 꿈을 꾼 사람, 꿈에 동참한 사람, 그와 함께한 사람을 읽어내고, 김홍도의 <소림명월도>를 보며 겸재 정선이 지나갔던 길을 훑으며 자신만의 그림을 찾아내고자 애쓴 김홍도를 읽어내고, <귀거래도>를 보며 시대의 끝을 함께 한 장승업을 읽어냅니다.

그 이야기가 어찌나 재밌고 친근하고 새로운지, 읽어가는 내내 아쉬워하며 읽었어요.

 

우리는 대개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어떻든 '내 마음'이 닿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도 해요.

이 책에 나오는 화가 대부분은 조선시대를 풍미했기에, '내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이 크지 않을 것입니다만, 저는 이종수 작가가 고맙더라구요.

당사자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아주고 이해해줘서, 200여 년을 훌쩍 뛰어넘은 독자에게 훌륭하게 전달되니 말입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지속 시간이 연장될 수도 단축될 수도 있다지요.

이종수 라는 사람을 통해 200여 년 전 화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공감합니다.

이렇게, 화가의 마음이 200년 넘게 지속되기도 하네요.  

 

 

 

 

 

읽은 날  2013. 9. 25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울지 않는 늑대
팔리 모왓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웃을 통해 늑대에 대한 책을 종종 봐왔습니다. 

늑대는 우리가 알고 있던 이미지와 달리, 생각보다 부드럽고 사납지 않다는 내용이었죠. 그래서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자연학자이자 탐험가인 팔리 모왓이 북극 늑대와 1년여를 함께 지낸 생활을 바탕으로 쓴 것입니다. 늑대가 북극권역에서 매년 사람을 수백 명씩 해치고, 순록 수천 마리를 도살하고 있다는 소식에 캐나다 정부의 야생생물보호국은 팔리 모왓을 툰드라 지대에 파견합니다. 팔리 모왓은 그 곳에서 만난 에스키모 마이크의 도움으로 늑대를 연구하지요. 

 

그의 연구 결과는 이렇습니다. 

매년 순록 수천 마리를 도살한 건 늑대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거죠. 늑대는 외려 순록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답니다. 연약해 무리에 뒤처지는 순록을 사냥함으로써 순록을 더 튼튼하게 해준다네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먹는다는 먹이사슬은 생태계 단면만 본 개념입니다. 사실 생태계는 공생적 관계가 더 많아요. 그리고 어른 순록은 늑대보다 더 빠르구요.) 그리고 늑대는 대개의 경우 인간 거주지에 가까이 살려고 하지도 않는다네요.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는 초기에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허구라는 비웃음을 샀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사실 이 책 내용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늑대가 자신에게 너무 몰두한 나머지 15야드 안에 있는 팔리 모왓을 보지도 않고 지나칠 뻔 했다라든가, 늑대가 저장해 놓은 음식이 새 나간다는 사실을 분명 알았을텐데(여우의 소행) 전반적으로 관대하고 온화하게 대한다는 부분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연구 결과라 보기엔 허술한 면이 있구요. 

 

그러나, 오히려 이런 부분이 이 책의 매력이었습니다. 

진짜일까, 가짜일까, 어느 정도가 사실일까...란 의심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늑대와의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한 마리당 포상금으로 10~30달러를 지급했던 그 시절, 순록이 점점 희귀해져 가는 모든 책임을 늑대에게 돌리던 시절에 약간의 과장이 있더라도 늑대 본연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했을 테니까요. 

 

캐나다에서 그런 일이 있었는지 잘 모르지만, 늑대는 우화.동화를 통해 사람에게 해가 되는 동물로 인식되어진 건 사실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공포심을 이용해 순록이 사라진 책임을 늑대에게 뒤집어 씌우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습니다. 

현명하기도 하지만 때론 한없이 어리석기도 한 우리, 사람답게 말입니다. 

 

이 책은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 가치 뿐 아니라 장난기 넘치고 솔직한 모왓의 인간미가 느껴져 더 좋았습니다. 

모왓이 대학 시절 치열하지 않아(?) 공무원이 되었고, 대학에서 배운대로 높은 수준의 복종감을 발휘해 (까라면 까라는 문장이 떠올랐어요) 유배생활 같은 엘즈미어 섬으로 늑대연구를 갔다는 부분, 

쥐를 잡아먹는 늑대에게 영양적 불균형이 있을까봐 자신이 직접 쥐를 통째로 먹어봤다 하고, 

순록 수가 감소하는 이유가 모피 사냥꾼임을 알게 되자, 이렇게 말하기도 하지요. 

"이걸 그대로 보고하면 갈라파고스에 배치되어 거북이 진드기를 10년 이상 연구해야 할 걸~" 

 

사람들이 예전보다 늑대에 대해 잘 알게 돼도 이 책은 여전히 읽힐 거 같습니다. 

사실 여부를 의심받았던 이 책은 오히려 그 부분으로 독자를 매료시키거든요. 

 

            

 

 

 

읽은 날  2013. 1. 30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은 '건축'과 얼마나 가까우신가요? 

저는 상당히 먼 편입니다. 이웃이 아니었다면 '건축'이란 단어를 보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던 '건축'이 성큼성큼 시야에 들어온 건 순전히 이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 덕분입니다. 

 

이 책은 대중적 건축 입문서로서, 건축이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닌 건축가의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축가가 우리를 대상으로 주섬주섬 늘어놓은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 말로 이야기를 풀어내 건물을 만들려 합니다.  

정말 건물이 잘 빚어질런지, 제 가슴도 콩딱콩딱 합니다. 

 

저자 서현은 '점' 부터 이야기합니다. 

하얀 백지에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점 하나를 찍습니다. 그저 점 하나일 뿐인데, 점을 하나 더 찍으려고 하면 이미 위치를 확보한 점이 얼마나 확실하게 공간을 통제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네요. 이미 위치를 선점한 점 때문에 디자인이 대칭으로 흐르기 쉬운데, 그러면 내용은 경직되기 쉽다면서 얘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점과 점, 이렇게 두 개가 되면 영역이 생기고, 영역이 선으로 확대됩니다. 선은 공간에서 담이 되어, '비례'라는 단어로 우리에게 나타나지요. 

보기 좋은 비례를 만들기 위한 건축가들의 수많은 노력과 황금 비례이야기는 유럽의 수많은 건축양식이 눈에 잡히는 듯 하게 해주었어요. A3, A4 종이에 담긴 비례는 지금도 끝나지 않은 탐구를 보는듯 했습니다. 

 

이렇게 건축의 기초를 풀어쓴 다음 저자는 우리가 흔히 보는 건물을 예로 들어 건축을 이야기해줍니다. 어딘가 뚝 떨어져 있는 곳이 아닌, 지금 내 삶이 이뤄지고 있는 도시, 서울이라 더 친근했고 이해가 쉬웠으며 재미있었습니다. 

 

 

 

<삼성플라자>  

워낙 번잡한 거리에 있어 혼란스러울 법한 이 공간을 보행자에게  

개방된 마당으로  만들기 위해  건축가는 굽은 벽을 선택했다지요.

 

 

<루스채플> 

기둥의 수를 줄여서라도 지붕이  떠 있는 듯 보이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건축

 

 

  <브릿지증권 사옥>

명동입구에 자리잡은 자신의 위치가 갖는 중요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그런 만큼 개방되어 있습니다 

 

 

 

경동교회, 교보강남타워, 그랜드힐튼 호텔, 국립민속박물관, 국회의사당, 금호전기 사옥, 두산빌딩, 로댕갤러리, 명보플라자, 명동성당, 포스틸타워, 코엑스몰, 올림픽 역도 경기장, 포스코센터... 저자가 풀어놓은 건물 중 가장 인상깊은 곳은 <국립현대미술관>이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입구는 산을 향해 나 있어, 관람객은 건물의 모퉁이를 우회해야 한다네요. 안 그래도 먼 길을 과감히 더~ 멀게 만들었다는 점이 건축가의 결단이랍니다. 

 

 

 

 

관람객은 이 길을 걸으며 정말 미술관이 있을까, 생각합니다. 그러는 사이 건축가 의도대로 자연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걷게 되지요. 

그렇게 멀리 돌고 돌아 드디어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섭니다. 

 

 

 

 

 

그 순간 갑자기 막이 열리고 조명이 켜지고 지휘자 지휘봉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내가 걸어온 길과 사뭇 다른 웅장한 미술관 자태를 보며 절로 하게 되는 감탄, 이것이 건축가의 의도입니다. 

 

 

 

 

 

저는 매년 여름 이 곳을 다녔는데 어찌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는지, 건축가 의도와 달리 서비스 도로만 타박타박 걸으면서 왜 이리 멀까! 원망만 했던 기억이 부끄럽습니다. 

 

저자는 <부석사>를 끝으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건축하는 이들이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건물로 꼽는 부석사는 이들에게 순례지와 같다고 합니다. 부석사의 위대함은 단지 오래 전에 지어졌기 때문에, 거친 세파를 헤쳐 살아남았기 때문이 아니라 공간이 이루어낸 가치로 현대에 살아있기 때문에 그러하답니다. 

신라 시대지만 무량수전은 고려 시대의 건물이고 다른 건물은 또 훨씬 후대에 지어졌습니다. 1300년을 이어온 보존과 첨삭이 날줄과 씨줄처럼 교차하는 과정, 그 긴 세월을 관통하는 일관된 마음이 부석사에 있답니다. 

그 마음을 저자는 '문득 돌아봄'으로 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부석사에 가게 되면 느낄 수 있을까요. 

천왕문을 나서면 부딪히는 계단, 그 계단 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이, 

안양문부터 꺽인 길 - '축을 꺽어 놓음'이 가지는 의미를, 

잠시 마당에서 숨을 고르며, 문득 뒤를 돌아볼 때 한 번도 짐작하지 못한 산 아래 풍경을 한순간에 내려다보며, 깨달음의 통렬함을 느낄 수 있을런지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믿어봐야겠어요. 정말 믿어야 겠어요.   

 

      

 

 

 

 

읽은 날 2013. 4. 11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