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벌써 며칠이 지났네요.
2012년 대선과 결별하고도, 여러가지 바쁜 일로 이제서야 포스팅을 올립니다.
제가 2012년동안 읽은 책이 80권 됩니다. 어느 해보다 많은 책을 읽었고 블로그와 글쓰기에 매진했던 한해, 뒤늦게나마 정리해봅니다.
사실, 직장 다니고 매일 두 아이의 숙제검사, 주말에는 가족나들이... 제게 80권은 벅찼습니다. 블로그하면서 욕심을 부려 평소보다 몰입하다보니 부작용도 있었지만, 나름 뿌듯하네요.
이젠 평소 속도를 찾아가려 합니다. 쉬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주위를 더 돌아보면서요.
올해 만난 가장 매력적인 사람, 바로 우석훈입니다.
제가 느낀 그의 매력은 '낯설게 보고, 낯설게 생활하기' 달인이라는 점이었어요. 한때 대기업 소속 경제학자도 해봤고, 정부 소속 경제학자, 시민단체의 정책실장도 해본 그가 어느날 문득 비슷한 사람들끼리 '덩더쿵 덩더쿵'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만만치 않은 학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사회와 떨어져 있는 자신을요.
그래서 그는 과감히 더 낮은 곳, 낯선 곳을 선택합니다.
우리 시대의 불혹이 '혹시는 없다', 즉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 버렸다는 의미라 하더라도, 낯선 곳을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나이로서 마흔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는 구수한 된장뚝배기 같은 맛과 멋으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배 나오고 희끗 희끗한 머리, 후줄근한 패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아저씨'처럼요. 포장마차에서 쐬주 한잔하는 기분으로,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색다른 이야기를 듣노라면 저도 왠지 그의 친구가 된 기분이 듭니다. 친구가 아니라면, 우석훈 모르게 슬쩍 숟가락 얹어놓고 모른척하고 싶어져요. 그런 저를 우석훈은 짐짓 모른체 눈감아 주,겠지요.
좌파, 우파, 진보, 보수.... 골치아픈 사회과학 이야기가 싫더라도, 같이 나이먹는 친구의 사는 얘기, 쐬주한잔 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재밌습니다.
이 소설은 하나의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 마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각자 마음에 새겨진 상처가 그들의 삶을 바꾸어가는 과정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희생자의 가족,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 주변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과거와 현재의 흔적, 그리고 저마다 기준으로 자신의 입장을 호소하는 고백이 숨막히게 펼쳐집니다.
어떤 큰 일은, 가벼운 깃털하나 움직일만큼 가벼운 흐름에 좌우되기도 하지요. 흐름을 끊고 생각해보면 내가 왜 그랬나 싶지만, 흐름 속에 있을땐 알아채기 어려워요.
Yes와 No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하는 미묘한 흐름, 그 흐름을 몰아가는 주변 환경, 그리고 그 흐름을 단절시키지 못하는 사람의 내면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그래서 읽다보면, 도대체 누가 잘못한 거지? 생각하게 되요.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존재, 사람.
길고 긴 여운을 느끼게 됩니다.
간혹, 수학을 공공의 적이라고 하지요.
수학, 처음에는 어땠을까요.
지금으로부터 2,600 여년을 거슬러 저자가 들려주는 수학이야기는, 수학이란 것이 땅의 넓이를 계산하거나 곡물의 양을 계산하는 절차라는 인식을 뛰어넘어 그 무엇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수학이란 것이 OOO정리, □□□정리, △△△정리가 아니라, 그걸 창조하고 발견해낸 정신임을 알게 되요.
최초의 수학자 칭호를 받은 탈레스, 내용이 잡동사니인데다 고작 다섯 개밖에 안되는 공리로 기하학의 모든 정리를 추론한 유클리드의 <원론>, 사람의 몸에서 비롯된 수와 도형, 조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질서를 추구한 그리스인, 학문과 종교의 대립이 극에 달했던 피타고라스 학파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화려한 직관과 이성으로 우주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자 했던, 그들의 정신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수학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근사하네~ 하면서요.
2012년 예술분야와 함께 제 시각이 넓어진 분야, 바로 생물학입니다.
생물학에 대한 인식은 정신세계만 탐구하다, 비로소 사람은 몸으로 이루어진 존재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영하 <검은 꽃>에 '이연수'란 인물이 나옵니다. 조선왕족 후손으로 한때 고귀한 피의 영광을 누렸으나, 조선의 몰락으로 저주의 피가 된 인물이죠.
멕시코로 떠나는 인원 초과 아수라장 화물선에서 주자의 예절이 지켜지지 않는다며 한탄하지만, 도착할 곳에선 결코 그러지 않으리라 굳게 믿는 아버지를 둔 여자인데요, 그녀가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몸을 노골적으로 위아래 훓는 남자의 시선에, 자각을 하게 되죠.
자신이 '몸'으로 이루어져 있음을요.
2012년 다윈과의 만남으로, 아수라장 화물선에서 뭇 남성 시선으로 자신의 '몸'을 자각하게 된 이연수가 된듯한 기분이었습니다.
2012년 생물학 책을 서너권 읽었는데요, 이 책으로 입문하기도 했고 처음으로 받은 영향도 커서 이 책을 선정했습니다.
다윈주의가 생각보다 미묘하게 악용되어 우리 생활에 스며들었고,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가 얼마나 무의식적으로 주어진 것을 받아들였는지 절감하게 되는거 같아요.
자신의 변화, 세상의 변화.... 그 첫 단추는 올바른 질문을 얼마나 하는가에 결국, 달려있는 셈이지요.
이 책은 매우 많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담아냅니다. 엄청 놀라울 정도로요.
21세기 수학자들이 버트런트 러셀에게 존경을 담아 바치는 헌정이기도 한 이 작품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1880~1930년대, 명확하게 진술된 논리 위에 수학의 기초를 세우고 말겠다는 수학자들의 열정과 집념, 절대진리를 찾으려 몸부림쳤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간, 영국이 낳은 불세출의 지성 버트런트 러셀의 삶이 그려져 있어요.
칸토어, 고틀로프 프레게, 화이트 헤드, 비트겐슈타인, 그르트 괴델...을 21세기로 소환한 이 책은, 액자형식의 만화입니다.
소환당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들을 소환한 <로지코믹스>의 저자, 아포스톨로스와 크리스토스의 논쟁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재미있고, 이야기가 모여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멋집니다. 그 메시지는 바로, 우리가 어려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존의 공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부족하다, 기존의 해결책을 비판하고 뛰어넘으라는 건데요, 책 마지막에 울려퍼지는 러셀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나는 여러분이 아니므로 여러분이 할 일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지금 딜레마에 직면한 여러분을 위해 나는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인정합니다. 가능한 대답이지요. 그것이 내 이야기에 대한 당신의 반응입니다. 거기 숙녀분의 반응은 무엇일까요? 또 당신은? 아니면 당신은? 당신만이 대답할 수 있어요. 오로지 당신만. 당신. 그래요, 당신.
모든 남자. 모든 여자. 당신!"
2012년은 제가 예술분야에 눈을 뜬 해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한다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넓은 물에서 놀아야하나 봅니다.
이웃 블로그를 통해 옛그림과 관련된 책을 두어권 읽었어요.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다, 그림이다>를 제치고 고심끝에 이 책 <벽화로 꿈꾸다>를 선정한건 무엇보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무척 신선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 이종수는, 독자에게 새로운 친구인 고분벽화와 친해지도록 정감있는 다리를 이어주면서, 고구려 고분벽화가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부추겨줍니다.
벽화가 들려주는 아득한 1,500년전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다 보면, 밝은 색에서 어두운 색으로, 큰 모양에서 작은 모양으로, 껄끄러운 결에서 매끄러운 결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변화의 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아! 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인식되어지는 변화의 작은 시발점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언제나 유효함을 알려주고 있어요. 그 강렬한 인상으로 이렇게 착각(?)하기도도 했답니다. 나도 눈치채기 힘든 변화의 한 지점을 만들어갈 수 있을거야~ 라구요.
<사랑하지 말자>는 도올 김용옥이 이 땅의 방황하는 젊은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신의 철학을 쉽게 풀어쓴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이 퍼즐의 마지막 조각처럼 여겨졌어요. 제가 지금까지 습득한 역사, 종교, 사회, 과학... 분야의 지식이 하나의 퍼즐로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도올이 어려서부터 자신이 활동하는 시대에는 동서문명이 회통될 수밖에 없다는 비전을 획득하고 그것을 착실히 준비했다 하는데, 그것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넘어 고유한 자기것의 완성,이 느껴져요.
지금까지 많은 현인들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동양철학을 서양철학을 말하곤 했어요. 간혹 그 둘의 비교.통합을 시도하긴 했으나, 단순 나열에 그치곤 했지요.
이 책이 기존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하면, 제가 너무 과장하는 것일까요.
도올의 책을 접해보지 않으신 분, 우리나라 철학자의 책에 생소하신 분이라면 한번쯤 일독을 추천합니다.
근대 이후로 인간이 그토록 거부해왔던 '운명'이라는 말이 다시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모욕에 맞서 스스로의 몸을 던진 노무현 전대통령이 유언으로 남긴 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운명이다"
우리가 알던 삶은 끝났어요.
자신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면, 희망이 있었던 삶이 말이에요. 지금은 '희망'이 넘쳐날수록 형편없는 자신을 자각하게 될 뿐입니다.
이런 서글픈 현실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희망'이 아닌 공감이라 엄기호는 말하고 있습니다. 내 삶에 '동의'해주는 사람보다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동료의 공감' 말입니다.
모욕주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유령이 되갑니다. 이미 긍정사업으로 치유되기 어려운 지경에 와 있어요.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지요.
삶을 계속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힘에 맞선 힘', 용기입니다. 나만 상처받은 것이 아니라 너도 상처받았고, 우리 모두의 삶이 모독받았다는 공통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유대가 필요해요.
영화가 개봉했네요.
영화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 이 책은 작가가 16살 때 227일 동안 벵골호랑이와 함께 태평양에서 표류한 이야기입니다. 조난객이 된다는 것과 권태와 공포를 이겨내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요. 잔잔하며 극적이지 않아요.
그러나 소설 마지막, 주인공 파이가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됩니다.
비유와 은유가 가득찬 그의 이야기는, 아직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거든요.
특히, 벵골호랑이가 자신에게 인사도 없이 떠나서 엉엉 울었다는 부분에선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사람의 내면을 보는듯 했습니다. 판도라 상자는 연 이상, 결코 전과 같아질 수 없는 마음의 경계와 그 경계에서 엉엉 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 느껴졌어요.
사람이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복잡하다는 걸 한가득 느낄 수 있는 소설입니다.
기업이 돈을 벌면 그 돈이 어디로 갈까요?
IMF 이후로 기업은 더 부자가 됐고, 서민은 더 가난해졌습니다. 돈 벌려고 기업하는 거, 맞아요. 하지만, 우리가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돈 버는 방법은 없을까요? 내 것만 챙기려고 돈 버는 거 말고 말이지요.
전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돈을 버는 각자의 욕망, 이기심을 버려야하는데, 이건 뭐 유토피아에나 가능한 일이지요. 사회구조를 바꾸는 혁명? 이건 썩소나 날리고픈 일이네요.
그러나 이 책이 알려주는 '협동조합'은 근사한 우리의 대안이 될 수 있겠더라구요.
나만 잘 살기 위한 기업이 아닌, 우리가 서로 잘 살기 위한 기업, 협동조합!
가슴이 뛰는 신세계를 여는 열쇠는, 협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절박한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절박한 상황에서 논의하고 토론하며 1인 1표 원칙을 고수하는 거랍니다.
기업의 수익이 자본에게 귀속되어 있는 자만 더 잘 살게 되는 것보다, 수익이 골고루 분배되고 그 힘으로 기업이 더 잘되는, 착한 선순환의 길.
이제 불가능이 아닌 가능을 꿈꿀 수 있게 됐어요~
책은 독자가 처한 상황, 시기에 따라 다른 감동을 주기에 우선순위를 매긴다는게 계면쩍네요. 그리고 제가 꼽은 베스트 목록 또한 시간이 지나면 바뀔테구요. 그럼에도 현재 제가 서있는 좌표에서 이 책들은 제게 큰 감동과 영향을 주었고, 그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가 뽑은 목록이 당신에게, 이웃에게, 그리고 사회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베스트10 목록에 매우 아쉽게 탈락한 책 3권이 있어요.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상위 1% 만드는 초.중.고 통합공부법> 김유강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랍니다.
2012년에 만난 책들
▣ 과학 분야 : 8권
▣ 누군가의 이야기 : 14권
▣ 문화 분야 : 3권
▣ 사회 분야 : 6권
▣ 영미소설 : 5권
▣ 한국소설 : 13권
▣ 그 외 소설, 시 : 6권
▣ 역사 분야 : 5권
▣ 인문 분야 : 11권
▣ 자기계발 분야 : 3권
▣ 어린이 : 3권
▣ 기타 : 3권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총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 고백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
|
| 다윈 이후
스티븐 J. 굴드 지음, 홍욱희.홍동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1월
22,000원 → 19,8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0원(5% 적립)
|
|
총
1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