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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4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14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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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회사에서 책을 구입해 몇 권 읽어보게 됐습니다. 그 책들은 제 돈이라면 사서 읽지 않을 책들이었어요. 그만큼 평소 취향과 맞지 않는 분야인데, 빌려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게 되니 읽어지게 되더군요.

그 중 한 권이 김난도의 <트렌드 코리아 2014> 입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2007년부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하고 있는 책인데, 저는 처음 읽게 됐습니다.
트렌드라는 게 그닥 새로울 것도 없고 모르는 내용도 아닐 것 같아 별 기대없이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10가지 키워드로 뽑아낸 내용이야 그렇다쳐도, 키워드를 채우는 컨텐츠가 알차고 다양한 각도의 많은 이야기가 있어 좋았어요.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 뽑아 낸 2013년 소비자의 키워드 입니다.


1. 날 선 사람들의 도시 - '미안하다' 한마디면 해결가능한 문제지만, 날카롭고 예민해진 사람들은 사과를 받아들일 틈도 없이 분노를 쏟아내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2. 난센스의 시대 - 각박한 세상에서 차라리 나를 한 번 웃겨준다면 그게 더 낫다.
3. 스칸디맘이 몰려온다 (스칸디대디) -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엄마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 뿐. 아기를 엄마에게 맞추라는 제언
4. 소유냐 향유냐 - 렌탈, 셰어의 확대 및 증가
5. 나홀로 라운징 - 심부름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대신 그만큼 자유로운 시간을 얻는 싱글족의 증가
6. 미각의 제국(먹방, 먹송, 요리) - 먹는 모습은 지극히 원초적인 행위이고, 이를 나누고자 하는 경향 역시 본능인데, 이를 공유할 기회가 메말라 가고 있기 때문에 먹방 영상으로 대체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즉, 개인화 시대의 또다른 얼굴인 셈
7. 시즌의 상실 - 소비자들이 주관적으로 시간을 소비하기 시작한 것
8.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 - 웰빙에서 힐링으로, 그리고 다시 디톡스로. 변화하는 사회적 트렌드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잘 살고 싶다'는 열망
9. 소진사회 - 불금으로 표현되는 출구 없는 팍팍한 경제사정 아래 즉흥적이고 현재지향적인 태도.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불가능은 없다, 무조건 할 수 있다..와 같은 불굴의 정신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결국 개인의 탈진으로 이어지기 쉽다
10. 적절한 불편 - 편의과잉 시대, 기다릴수록 더 사고 싶고, 부족할수록 더 재밌으며, 무심할수록 더 끌린다

이상이 트렌드 코리아가 뽑은 2013년 키워드입니다.
이 중 '날 선 사람들의 도시'와 '미각의 제국' 키워드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출구 없는 팍팍한 경제상황 아래 끝장을 봐야 해결될까 말까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작은 문제에도 날을 세우며, 분노를 쏟아내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합니다. 개인적으로 직장과 아이들 교육 사이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날을 세우며 소진하는 자신이 투영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동소이해 먹방을 보며 위안을 받는게 아닐까... 직관적으로 느껴집니다. 김난도 교수의 '먹는 행위는 원초적이고 이를 나누는 행위도 본능인데 공유의 기회가 메말라가고 있다. 개인화시대의 또다른 얼굴'이란 설명이 없어도 TV 먹방을 틀어놓고 혼자 식사하는 1인가구 모습이 절로 투영되네요.

다음은 <트렌드 코리아 2014>가 뽑은 전망입니다.


1. 스웨그 : 스스로 만족하는 멋, 본능적인 자유로움, 기성의 것과 선긋기
2. 몸이 답이다 : 높아진 정신적 스트레스, 성취를 직접 눈으로 확인, 관계회복의 욕구 (목공예 작업실, 공방 등에 향하는 사람 수의 증가)
3. 초니치, 틈새의 틈새를 찾아라 :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가능성
4. 어른아이 40대 : 중위세대의 영향력
5. 하이브리드 패치워크 : 허물어지는 산업 간의 경계
6. '판'을 펼쳐라 : 전문가의 시대에서 일반인의 시대로의 이행,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을 통해 조금이라도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7. 해석의 재해석
8. 예정된 우연 : 실현 가능하고 현실적인 예정된 우연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심리
9. 관음의 시대 '스몰브라더스'의 역습
10. 돌직구로 말해요

스웨그와 예정된 우연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예측가능한 재미를 추구하는, 2013년의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진지하지만 심각하지 않다(스웨그)... 일탈 속에서 찾는 예기치 않은 기쁨...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정형화되고 고착화 되있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스몰 브라더스(작은 감시자들)' 이었습니다.

미니홈피 = 내가 이렇게 감수성이 많다 

페이스북 =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 

블로그 = 내가 이렇게 전문적이다 

인스타그램(사진공유 SNS) = 내가 이렇게 잘 먹고 다닌다 

카카오 스토리 = 내 자랑 + 애 자랑 + 개 자랑

 

'자랑과 과시'란 단어가 아프게 박혔습니다. 진정 이 단어를 넘어 소통을 원하는지 자신할 수 없었어요. 때마침 아이들 교육과 맞물려 불가피한 시간 조절로 예전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제 속에 자랑과 과시가 단어가 소통이란 말로 대체될 때까지 제 블로그의 덧글은 닫혀있을 겁니다.

원래 선호하는 분야가  아니라 기대 없이 읽었지만, 재미와 생각지 않게 저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꼭 책을 사서 볼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다양한 분야를 읽은 것 같은 흐뭇함이 만족스럽습니다.

 

 

 

 

 

 

읽은 날  2014. 2. 1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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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숲에서 놀자 - 숲 체험 교육의 모든 것, 109가지 숲 체험놀이 완전 수록
남효창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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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하면 몇 년 전 어느 수목원에 갔다온 게 생각납니다. 

아담한 어느 수목원 초입 언덕진 곳에 벤치와 그네식 의자가 곳곳에 있었어요. 아이들은 그네식 의자를 타고, 부부는 아름드리 나무 사이로 간간히 들어오는 햇살을 즐기던..... 저절로 '그때 참 좋았지!' 하게 하는 기억이 떠오르네요. 

미화된 기억이라도 갖고 있는 저와 달리, 아이들은 '숲'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나무일 뿐이고 풀, 그리고 꽃일 뿐이니까요. 그런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싶어 <얘들아 숲에서 놀자>를 읽게 됐습니다. 

 

이 책은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대학원 산림학 박사를 취득한 남효창씨가 자연에 대한 본질적 이해를 높이기 위해 쓴 책입니다. 

자연에 대한 본질적 이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학교와 책을 통해 배우게 되는 지식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한 감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대상에 대한 지식은 나와 다른 세계인 자연에만 한정된 것인데, 그 지식을 내가 있는 세계와 연결시켜야 진정한 이해가 됩니다. 

연결하는 방법 중에 숲에서 누구와 함께 무엇을 했고 무언가를 느꼈다는 구체적인 기억은 자연을 올바로 볼 수 있는 눈과 감성을 갖게 해줍니다. 즉, 자연에서 신나게 놀아본 구체적 기억이 자연과 내가 하나라는 인식을 깨워줄 겁니다. 

 

이 책은 생태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분야별로 심도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숲 교육 필요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아이들 연령별 특성에 따른 구체적인 숲 놀이 방법과 함께 숲 교육자가 되려는 이들에게도 부족하지 않은 내용이 실려 있어요. 

여러 대상을 포괄적으로 다룬 이 책을 보고 솔직히 놀랐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생태교육 분야가 척박한데 이렇게 전문적인 내용의 책이 있다니.... 실제와 이론의 괴리가 크게 느껴졌어요. 유치원생 아이에게 대학생 내용을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는 모두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남효창 씨의 바람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 

 

이 책을 읽고 남효창 씨의 숲 연구소 싸이트에 들어가봤습니다. (http://www.ecoedu.net/

다양한 방법으로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삶'이라는 목표로 동분서주하고 있는 저자를 보니, 고작 아이의 체험활동이나 해보려는 얄팍한 마음이 부끄러웠어요. 돈만 내고 체험한다고 해서 자연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되지 않는데 말이죠. 그리고, 체험 교육을 받겠다는 마음 속엔 돈만 내면 자연이 계획대로 따라준다는 근거 없는 무의식이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됐어요. 미리 예약해도 계절이나 시간, 날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생태교육 특성 상  '어차피 계획대로 되기 힘드니 예약하지 말아야겠다...' 란 마음이 들었거든요. 

 

이 책에 소개된 몇 가지 숲 체험 놀이를 안내합니다. 

 





 

 

 

비록 생태교육이 현장교육의 수많은 어려움과 우선순위에 부딪혀 쉽게 후선으로 밀려나는 분야지만, 자연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저자의 노력은 척박한 우리나라 처지에 빛과 같은 존재라 생각합니다. 

자연과 조화롭게 공생하는 것은 과학으로 풀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현재 당면한 생태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과학이 담아낼 수 없는 감성을 향상시키는 교육과 절묘한 조화를 찾는 것일 겁니다. 이러한 점에서 생태계를 직접 체험하는 환경 체험교육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이 책 제목이 <얘들아 숲에서 놀자> 인가 봅니다. 

얄팍한 의도든 순수한 의도든 지금보다 아이들이 숲과 친해지면 좋겠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숲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갖게 된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생태교육이 아닌가 싶네요.  

 

      

 

 

 

 

 

읽은 날 2013. 7. 25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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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 고독한 사람들의 사회학
노명우 지음 / 사월의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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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읽게 된 것은, 사회변화가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통계와 실제 생활에서 '1인 가구' 증가는 누가 봐도 명확한 일이니까요.

 

이 책은 다양한 1인 가구 중 '싱글'이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혼자 사는 모.든. 사람을 하나의 종족으로 묶을 수 있는 이념이나 철학 따위는 없다며 이 책의 한계를 정직하게 말합니다. 그럴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기도 합니다. 미혼, 비혼, 만혼, 이혼에다 로(老)까지 더해 '독거'란 단어까지 나오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1인 가구'란 한 개의 단어로 묶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자가 촛점을 맞춘 '싱글'이란 단어를 볼까요.

독신이나 자취 그리고 혼자 산다는 표현까지 혼자 산다는 정체성은 동일하지만, '싱글'이란 단어로 표현되는 순간 마법이 펼쳐집니다. 궁상맞고 찌질한 이미지는 사라지고, <신사의 품격>같은 드라마에 나오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둔갑하게 되지요.

'싱글'이란 단어가 '화려한'이란 형용사를 만나게 되면, 보호받지 못한 채 홀로 버려진 사람들이 깔끔하게 생략되기까지 합니다.

 

화려한 싱글부터 독거노인에 이르기까지 혼자 잘 살기 위해 요구되는 것은 '균형'입니다. 저자는 균형 이루기에 성공한 사람을 '단독인'이라 표현하는데요, 이는 사회적으로 주어진 각종 역할(부모, 자식, 직업인 등)에 함몰되 자아를 상실하거나, 각자 내면을 향해 파고드는 바람에 사회적 역할을 방기하지도 않는 적절한 균형상태를 말합니다.

이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균형을 말하는데요, 이게 실질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선 자기만의 공간과 최소한의 소득이 보편적으로 보장되야 한답니다. 이 말은 '독거노인'이 우리나라 현실에서 잘 사는 모습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돌려 말해주는 것인데, 그닥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새롭거나 예리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어려운 말로 장황하게 말하는 단점까지 있어요.

그러나, 한참 진행되고 있는 1인 가구에 대해 나름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찰했다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며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부정적인 편견을 생각해볼 때,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1인 가구 비율은 상당히 높은데(의도치 않게 또 인용됩니다만, 이 책에 나오더라구요), 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1인 가구 증가는 '표준 가족의 안정성 상실'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존 사회가 전체를 위해 개인(혹은 가정)이 희생하곤 했었는데, 이젠 동등하게 win-win 해야 한다는 거죠. 사회적 책임을 가정이 떠안는 것이 개인(가정) 입장에서 부당한 일임에도, 전통적 사고방식에 익숙하다보니 당연한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지만, 이제 그 한계에 달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결코 '개인주의 = 이기주의'를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미 통계 상, 변화는 현실입니다.

 

 

 

제게 익숙한 핵가족(부부+자녀) 형태가 앞으로 20여 년만 지나면 가장 소수인 가족 형태가 된다니, 낯섭니다.

낯섬은 대개 두 개의 얼굴을 하고 오는데,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우리의 몫이겠죠.

혼자 살아도 불편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체를 위해 '나'가 희생하는 건, 싫거든요. (네, 시대는 확실히 개인을 침투합니다.)

 

저자가 제안한 '새로운 개인주의' (단독인의 삶)은 혼자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개인과 개인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합니다.

각자만의 공간과 최소한의 소득이 보장되고 네트워크가 있다 하더라도, 혼자 살 수 있는 심리적 힘(즉, 균형을 이루는 감각)은 각자가 길러야겠지요.

 

아, 앞으로 20여 년 후라....

 

 

  

 

 

읽은 날 2013. 12. 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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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 안에서 행복한 나라 - 싱가포르가 이룬 부와 교육의 비밀 타산지석 14
이순미 지음 / 리수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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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연방에서 1965년에 분리.독립함으로써 공식적인 싱가포르 역사가 시작됐습니다만, 그들 땅의 역사는 훨씬 이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3세기 경 중국에 의해 '반도 끝의 섬'이라 불리우다, 13세기 스리위자야왕국(2~3세기 동안 있었던 고대 해상왕국) 왕자에 의해 지금의 싱가포르(사자의 도시란 뜻) 이름으로 불리웠다죠. 

 

잊혀진 땅의 역사에서 누구나 아는 국가로의 역사는 1965년 리콴유 수상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무단정착촌에 살고, 제대로 된 교육도 없었고, 실업률이 10~20%에 달했다죠. 무엇보다 좁은 국토와 부족한 천연자원으로 고정 수입원이 없었답니다. 

이렇게 생존이 힘든 땅에서 지금은 GDP 2700억$(2012년 IMF 기준, 세계 39위)의 국가가 되었다네요. 

 

이 책은 저자 이순미가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 주재원 10여년 생활을 토대로 쓴 것으로, 싱가포르 고유의 사회.문화와 리콴유 수상을 중심으로 한 싱가포르의 발전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주목한 건 우리와 사뭇 다른 문화가 아닌, '독재'라 불리지만 국민이 애정해 마지않는 리콴유 수상의 '통치'였습니다. 

 

지금의 싱가포르를 보면 리콴유 수상이 품었던 '이상향'을 볼 수 있습니다. 인권을 확대 해석한 자유보다 '제한된 자유'를 중시하며, 자유가 소소한 방종이 되면 태형도 서슴치 않습니다. 

    

※ 태형 : 싱가포르의 태형이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싱가포르에서는 기계로 태형을 가한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한 대 맞기도 힘들 만큼 고통스럽고 위험하다고 한다. 임신이 불가능할 수도 있어서 여성에게는 태형을 가하지 않는다니 그나마 고마운 일이다. 태형보다 더 무서운 형벌은 추방이다.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중등교육조차 받을 수 없습니다. 몇 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평생 낙오자로 살아야 하고, 그 시험만 잘 통과하면 편안한 삶이 보장된다는군요. 

 

오늘의 싱가포르를 만든 1등 공신을 '에어컨'이라 할 만큼 더위에 지쳐 늘어진 사람들을 다독여 '유리벽과 방공호'로 대변되는 이상향의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유리벽 안은 쾌적하고 즐길 것 많지만, 유리문 밖에 나가면 너무 덥고, 냄새가 지독하며, 철저한 규제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비밀경찰의 존재 또한 '유리벽' 같습니다. 없는 듯 보이지만 분명 있는 유리처럼 말이에요. 

방공호는 또 어떤가요.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핵 전쟁과 화학전 같은 미래형 전쟁을 대비한 방공호가 각 개인 집마다 있답니다. 

덕분에 치안이 엉망인 동남아 국가에서 확실한 '안전'의 이미지를 구축해 '금융 허브'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네요. 

 

사회 안전.질서에 해가 되지 않는다면 웬만한 자유와 권리를 보장 받는다지만, 싱가포르 국민에게도 불만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의 불만은 리콴유 수상의 도덕성 앞에 작아질 것 같습니다. 

 

리콴유 수상의 친한 친구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 있었는데, 그는 친구의 자살에도 불구 철저히 조사해 시시비비를 가리라고 지시했답니다. 최측근 부정비리에 솔선수범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닦을 수 있었다네요. 

사스라는 전염병으로 싱가포르가 발칵 뒤집혔을 때, 수상의 모습은 소름이 돋을 만큼 짜릿했답니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연설하고 토론하는 모습이라니, 부럽기 그지 없어요. 

 

이제 50여년 역사를 가진 싱가포르는 리콴유 수상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척박한 땅인 채 말레이 연방에서 독립했을 때 리콴유와 다른 정반대의 지도자를 만났다면 어땠을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개인을 넘어 한 국가의 미래조차 '운'이 상당히 작용하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의 싱가포르가 미래로 계속 이어지기 위해선, 리콴유 아들로 이어지는 현 싱가포르 총리 리센룽의 도덕성과 변화하는 국제정세의 적응력일 것입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건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느끼는 제한된 자유나, 제한된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감수는 지도자층의 도덕성과 맞바꿔야 가능할 거에요. 이 둘의 균형이 조화롭다면 살기 좋을 테고, 균형이 깨진다면 그만큼 범인이 살기 어려운 세상일 겁니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글로벌 인재상 등장으로 교육에 대한 반성이 이뤄지고 있답니다. 아시아 3대 명문대학이 있는 자부심만큼, 변화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 흐름을 볼 때, 국가로서 50여년 밖에 안된 싱가포르 미래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잘 만들어갈까요. 

그러하기를 기원합니다. 

 

 

  읽은 날  2013. 5. 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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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여긴 쿠바야 - 우리와는 다른 오늘을 사는 곳
한수진.최재훈 지음 / 책으로여는세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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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이 사망했습니다.

최근 변화하고 있는 남미의 명망있는 대통령 사망이라는 사실보다 쿠바가 퍼뜩 떠올랐어요.

베네수엘라는 남미 최대의 산유국으로 하루 2만 배럴이나 되는 석유를 쿠바한테 공짜로 공급하고, 쿠바는 의사, 교사, 운동 코치, 예술가들을 빈민가와 가난한 시골에 파견하거나 환자들을 쿠바로 데려와 무료로 치료를 해주는, 나눔과 연대의 힘 - 중남미 PTA를 하고 있는 나라거든요.

(※ 중남미 PTA :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에서 시행 중인 '민중형 무역협정'으로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의 대안적 지역통합 전략이다. FTA가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면, PTA는 회원국 주민의 공공서비스 질 향상이 목표이다.)

차베스 대통령 사망이 중남미 PTA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걱정입니다만.

오늘은 수도인 아바나 공항에 '온 인류가 (나의) 조국이다 (Patria es Humanidad)'란 멋진 문구를 달고 있는, 쿠바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괜찮아 여긴 쿠바야>는 저자인 한수진과 까밀로(최재훈)이 일반 여행자가 잘 가지 않는 구석구석을 누비며 쿠바의 본모습을 오롯이 기록한 책으로 쿠바의 일반 여행 안내서로는 부족하지만, 있는 그대로 날것의 쿠바를 만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전 그들의 여행을 통해 본 쿠바의 역사와 현재가 인상적이었어요.

 

쿠바의 현재를 말하기 위해선 그들의 역사를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잠깐 소개할께요.

1492년 콜럼버스가 이 섬을 발견한 후 17세기 중반 영국군이 아바나 항구를 점령, 18세기 말 아이티에서 일어난 흑인 노예혁명으로 수천 명의 프랑스인들이 대거 쿠바로 쫓겨 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런 계급 구조를 바탕으로 1868년 10년 간에 걸친 1차 독립전쟁을 거쳐 1895년부터 시작된 2차 독립전쟁에서 스페인을 거의 몰아내기 직전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엔 바로 코앞에 위치한 미국이 쿠바에 끼어들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쿠바는 사실 상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게 되지요.

그러다가 1959년 쿠바 혁명이 시작됐어요.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는, 까밀로 씨엔푸에고스와 체 게바라 같은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젊은이들과 함께 부정부패로 국민의 미움을 받아온 독재자를 축출하고 사회주의 국가를 선언합니다. 그러자 미국이 바로 침공, 실패로 끝나자 외교단절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추방, 40년 이상 제재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전적으로 소련과 동구권 무역에 의존하던 쿠바는 1990년 소련이 해체되자 매우 큰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거의 외국인 관광객에 의존하다, 지금은 무상 의료와 교육을 하는, 부족하지만 자립이 가능한 나라가 됐다고 합니다.

 

쿠바의 젊은이들은 대학교까지 완전 무료로 교육받는 대신 2년 동안 의무적으로 사회봉사를 한다고 합니다. 내가 흘린 땀방울로 병든 사람이 건강해지고 못 배운 사람이 읽고 쓸 줄 아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더욱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그게 바로 체 게바라가 꿈 꾼 '새로운 인간'의 모습이었다네요.

그런, 게바라가 꿈꾸던 이상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을까요?

 

저자가 만나본 쿠바 사람들이 말합니다.

"혁명의 큰 뜻에는 동의해. 그리고 공짜로 배우고 무료로 병원에 갈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너희는 이렇게 다른 나라에 여행을 다닐 수 있잖아. 우린 그럴 수가 없어. 일단, 보통사람 월급으로는 비행기 표를 살 수가 없어. 여권을 받는 절차도 무지 복잡하고 돈도 많이 든다구. 그리고 운 좋게 여권이 나와도 외국에서 초청장을 받지 않으면 쿠바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그들 목소리에 저자는 이렇게 말해요.

"근데 막상 가보면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산다는 게 쉽지가 않아. 한국만 봐도 그래. 너희가 보기엔 우리가 부러울지 몰라도, 아침부터 밤까지 평생 뼈 빠지게 일만 하고 행복 따위는 생각할 겨를도 없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아."

이 말이 쿠바 사람들 귀에 들릴.....까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에 충분한 생활은 가능하지만, 옷을 산다거나 여가를 즐길 수 없다....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무상 교육과 의료 그리고 자립자족이 가능한 반면 여유를 즐길 수 없는 생활과,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되어야만 누릴 수 있는 여유....

어느 것이 더 좋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렵네요. 그저, 쿠바를 이렇게 만든 미국의 경제 제재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혁명의 1세대를 지나 요즘 쿠바 젊은이들은 리바이스 청바지에 비싼 카메라를 메고 거리를 활보하는 서양 관광객들을 보면서 자신의 낡은 옷을 초라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비록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이상이 아무리 근사하고 멋져도 당장 자신의 삶이 초라하다면...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해도, 쿠바는 사회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한 미국 정부의 온갖 공작과 음모, 혹독한 경제 봉쇄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또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 그 어떤 나라들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 문맹퇴치, 주거 같은 보편적 복지와 사회 안정을 이룩한 나라입니다.

결코 완벽하지 않고 많은 모순과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되지 않은 채 그래도 한 발 한 발 천천히 전진해나가는 사회는 세계에서 오직 쿠바 뿐이라는군요.

그래서 쿠바는 자본주의와 다른 대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푸른 유니콘'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최근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나 북유럽 국가들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이상을 흠모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진 것에서 미래를 만들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근사하고 멋진 체 게바라의 '새로운 인간'은 쿠바에서 가능한 것이며, 우리는 우리만이 가진 역사와 문화 속에서 새로운 미래를 꿈꿔야 하겠지요.

그 새로운 미래에 쿠바는 분명, 멋진 영감을 주는 곳임에 틀림없습니다.

 

 

저자의 친구 라몬, 윤종신을 닮았다고 해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읽은 날 2013. 2. 17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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