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교수가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놀라움'이다.
토종 한국인이 아님에도 더 한국인 같아서, 우리 문화. 역사를 너무 잘 알아서, 우리 글을 너무 잘 써서. 어찌 이럴 수가!

무엇이 한국인이란 걸까. 생각해 보니 그저 한국에 태어나 한국인 부모를 둔 것이 보편적인 '한국인'인 듯 하다. 각자가 선택한 일이 아닌만큼 그 속 모양은 다양할 것이나, 대한민국이라는 큰 프레임에 갇혀 있기도 하다.
박노자도 한국인이다. 우리와 달리 국적을 선택한 적극적인 한국인. 태어나자마자 한국인이 된 우리와 달라서인지 그의 시선은 무척 날카롭다.
반면, 강준만, '한국인 코드' 는 포근하다. '한국인 코드'는 우리의 이런 단점은 이러저러한 부분을 이겨내고자 한 이면이라며 독자에게 위안을 준다. '한국인 코드'도 그대로, '당신들의 대한민국' 또한 그대로 각각 진정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은 의식하지 못한 일상 속의 권위주의를 콕콕 찍어 얘기해 아렸고, 언제나 그러하듯 여겼던 불교의 이속 離俗 은 평소에 얼마나 관행적으로 사물을 대했는지 절감하게 해준다. 교수인 그의 직업을 살린, 착취 공장이자 지식 시장의 명품 백화점이 된 한국 대학에 대한 얘기는 그야말로 직설적이며, 이주 노동자 (外勞, 外奴)에 대한 얘기는 내가 얼마나 주변에 무심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반면, 미국적 사고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되지 않았다며 '시일야방성대곡'을 논하는 부분은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북한의 주체사상에 대한 진지한 성찰없이 가볍게 스케치한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가 지적한 한국인들의 철저한 자기비판 정신이 지금도 많은 외국인을 놀라게 한다며, 한국  사회에 틈입한 그가 한국인임을 실천하는 것이 무엇이고 그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한국성 요소로 "한국 문화의 놀라운 보편성"을 언급한다.
우리 생활에 직격탄이 되는 중대한 사항들엔 굉장히 무관심하며 연예인 가십은 빠르고 정확하게 아는 많은 이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는 일이 잦은데 (나 또한 그런 부분이 있다) 그의 말(자기비판 정신)이 정말일까 싶다. 비슷한 얘기를 "지식인의 죽음" 에서도 보긴 해서 그저 그렇구나 할 뿐이다.

그의 말대로 한국이 기댈 수 있는 미래 산업 - 학력과잉이 지식 생산으로 승화하길 바라고, 동양 사상의 보편주의를 살려 민족주의를 벗어나 인류의 선두에 서길 바란다.
그 중 너무나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 서로를 걱정하고 생각하는 연대 의식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으며,

"신자유주의적 노동의 도살을 막고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복지사회로 가자면 아마도 이와 같은 대투쟁의 준비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 것이다…그런데 그러한 일이 가능하려면 수많은 준비 작업들이 필요하고,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의식’의 준비다."

가장 영감을 준 글귀다. (그래서, 서재소개 모티브로 삼았다)

아무리 그가 한국학 교수라지만, 그저그저 놀라울 뿐인 이 책을 읽게 되어 무척 고맙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 피와 살이 된듯한 기분을 안고,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완독에 대한 뿌듯함을 또 한번 느낀다.
 


 

읽은 날 : 2011. 10. 08.  by 책과의 일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