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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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 이가 누구인지 알겠으나, 무엇을 왜 어떤 의도로 말하지 않는 걸까.

     그들, 선진국이 말한다. "내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고.

     말은 한다. 단지 이유와 의도를 말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을 말하게 해, 보자.

 

     인플레이션 겁나지? 인플레이션을 낮춰 경제 안정시키고 투자를 불러일으켜 성장해야지?

     이 말은 대중을 겁주기 위해 사용해 온 '무서운 망태 할아범'같은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낮아져도 우리

     대부분은 경제적 안정을 맛 보지 못했다. 인플레이션이 높든 낮든 혜택은 금융자산가가 받는다.   그들

     발밑에 우리가  있다. 장기적 안정, 경제 성장, 그리고 우리의 행복을 거둬 금융자산가에게 준다.

 

     주주를 위해 일해야지? 하인이, 종속된 자가 주인을 위해 일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IMF 후 '주주경영'이란 단어가 유행할 때,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기업의 주인을 위해, 월급 가치 이상

     으로 일해야 한다는 거 너무 당연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주주경영은 '주주'에게만 좋은 일일 뿐이다. 기업과 노동자는 주인과 하인의 관계가 아닌 서로

     상생해야 하는 관계다. 서로 잘 돼야 선순환이 이뤄지는데, 주주경영은 노동자와 정부에게 갈 몫을

     빼앗아 주주에게 주자는 얘기였던 것이다.

     주주경영의 결과로 일자리는 무자비 할 정도로 줄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일단 해고 당한 뒤 더 낮은

     임금에 복지 헤택도 거의 없다시피  한 비노조원 자격으로 재고용 되었다. 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

     직을 대체하는 임시직의 증가, 그리고 지속적인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다.

     경영자들은 이렇게 추가 이윤을 창출해 주주에게 분배하면, 주주는 경영자에게 고맙다며 높은 보수를

     준다. 우리가 보기엔 지들끼리 잔치, 악순환이다.

 

     시장에서 서로 자유롭게 경쟁해야 되지 않겠니? 그럼, 규제를 풀어야지!

     이 말은 내가 침입해 너희 것을 빼앗을 수 있게 규제를 풀라는 얘기다. 이 말이 먹히게끔 그들은 '자유

     시장'이라는 환상을 그려준다. 자유....좋은 말이지. 시장이 자유로와지면 약자인 나도 너희 선진국

     시장에서 먹을 수 있겠네! 치명적 오해를 하게 한다. 순진하게 규제를 푼다. 철커덕!

     그렇지만 알고 보니, 선진국이 더 많이 관리, 규제, 통제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와 그의 자유가

     다르다.

     순진하게 당한다. 당했는지조차 모르게 한다.

     아프리카는 1960~70년대만 해도 괜찮게 성장했었다. 그러다 1980년대, 부자 나라가 제시한 구조

     조정 프로그램 조건으로 따라 온 자유시장, 자유 무역 정책을 추진하다 성장이 멈췄다.

     그리고 사람들은 오해한다. 아프리카가 가난한 건 어쩔 수 없나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들이 말하는 의도를 파악하자. 순진하지 말자. Grobal이 잘 사는 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람. Reginal

     도 있고 우리에겐 무엇보다 Local이 있지 않은가. 먼저 Local인 우리가 잘 살아야 Grobal도 있다.

     잘 규제된 자본주의를 한 후 Grobal 에 신경쓰자.
     인간의 합리성에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완벽하지 않음을 인식하자.
     우리는 이기심 없는 천사가 아니지 않은가. 대신, 우리의 나쁜 면보다 좋은 면을 발휘하게 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자.
     그들이 말하는 '자유시장'에 대한 환상, 사람들이 창출한 가치만큼 보수를 받는다는 생각을 버리자.

 

 

읽은 날   2010. 12. 2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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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 혼자가 아니어서 행복한 우리 이웃들의 인생이야기, 개정판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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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은행맨, 증권맨, 보험맨, 이 중에서 증권맨이 가장 싫다.

그들은 쉽게 들뜬다. 시장의 과욕을 수익률로 여긴다. 손실은 얘기 안 하고 수익난 것만 이야기 한다. 손실로 가망이 없어도 소위 '한 방!'에 바늘 눈꼽만큼의 희망을 억지로 연장한다.

주식시장이 자본주의의 화려한 꽃이라지만, 그들은 화려하게 보이는 꽃만 쫓는 부나방이다. 태양 가까이 다가가면 녹는 이카루스 날개를 가졌다. 그들은 개미다. 힘없는 개미다. 태양과 거리를 조절하지 못하면 날개가 녹거나, 조절 하더라도 힘이 없어 당한다.

간혹 여왕개미가 되는 경우, 매우 아주 엄청 드물지만 있긴 하다. 그래서 그들은 욕망을 멈추질 못한다.

시장의 잘못 있다. 그러나 투자보다 투기를 하는 이들, 악순환이다.

 

주식시장, 직접금융의 메카이다. 정보가 공개되고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고 기업은 자금을 직접 조달한다. 채권자 되기 보다 주인 되는 시장이다.

화려한 꽃 주식시장에 외국인, 기관, 개인이 모여 든다. 외국인과 기관은 냉철한 머리와 막강한 자금, 눈코입 없는 네모반듯 얼굴을 가졌다. 네모반듯 강철 얼굴과 심장을 가졌다.

개인은 언제나 포커페이스에 약하다. 욕망, 탐욕의 얼굴과 공포의 심장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간과당한다.

시장은 거기 있을 뿐이나 그 시장에 뛰어든 수 많은 욕망과 공포를 가진 그들.

그들로 시장은 출렁거리고 더 욕망하게 되고 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욕망과 공포로 출렁대는 시장, 견디기 어려운 고충과 힘듬을 해소해야 한다.

술과 기이한 그들만의 문화로. 때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유형들.

'마바라'라 불리는 정말 증권맨들. 다르고 틀리다 생각한다. 다르고 틀려, 이해하기 싫어해 한다.

 

이래서 '박경철의 책<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지 않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이런 일도 있지,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고, 그렇지만 어처구니 없다.

선입견, 무섭다.

무서운 선입견이 깨지게 한 그의 글이다.

 

"그때부터 나는 의료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비슷한 일이 몇번 반복되고, 그때마다 의사로서의 소신과 제도에 복종해야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규범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결국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한 지 1년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당장 최소한 일주일에 한 명씩 내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던 끔찍한 상황이 없어졌고, 하루에도 서너번씩 피를 말리는 상황도 없다. 또 피고름이 묻은 속옷을 버리고 매일 속옷을 사 입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상황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골의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주식투자 전문가이자, 경북 안동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경철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따뜻하고 놀라운, 크고 작은 이야기를 엮었는데, 그 중 정신이 아픈 할머니가 손자를..... 가장 충격 받았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관통하고 있는 그의 질문, 큰 울림이 되어 가슴 속에서 메아치 친다.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고학력에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표정이 심각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병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바람이 제법 찬 가을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도 웃음을 잃지않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근사한 카페에서 코냑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은 표정들이 대개 심각하다.  그러나 안동 막창 골목에서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돼지 막창을 굽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떠들썩하고 유쾌하다.
이것도 분명 인간에게 주어진 정신적 엔트로피의 문제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법칙에 따르면, 폐쇄계에서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면 결국 그만큼 쓰레기가 쌓이므로 외부에서 새로운 무엇인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수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감정은 어떨까.  소위 이성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들의 포로가 되어 ‘고상한 척’하고 사는 사람들은 정신에너지의 고갈로 뇌 속에 찌꺼기만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솔직하게 노동하고 사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라는 이름의 ‘어색한 노동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함으로써 뇌 속 기쁨의 센서가 낮게 세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행복의 총량은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은 것일까."

 

근사한 카페, 코냑, 이성(주식투자의 직관 포함해)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들의 포로, 정신에너지 고갈.

행복의 총량을 따져봐야 함은 비단 그들만의 일은 아닐 터.

오늘도 하루종일 PC 앞에 앉아 머리와 눈으로만 일하며 '솔직하게 노동하고 사는 사람들'을 소망해 본다.

평균보다 많은 이성적인 것과 평균보다 많은 고상한 척.

아, 이.런.

 

 

읽은 날   2010. 4. 28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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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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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지금과 다르고 달랐던 신입시절, 두 명의 선배가 있었다.

한 명은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해 상사와 후배 모두의 인정과 사랑을 받았다.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 깔끔한 일처리, 훤칠한 키, 공손한 말투. 신입직원들은 모두 그녀를 닮고 싶어했을 것이다.

 

또 다른 한명. 예쁜 얼굴, 가끔 상냥하고 가끔 친절한, 공손과 까칠 어디쯤에 있는 말투, 여성의 얼굴과 직원 얼굴 어디쯤에 있는 표정.

입사동기 모두는 언제나 상냥한 선배를 따랐지만, 난 가끔 상냥한 선배를 따랐다.

남들과 다르고 싶어서일까,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그 이면을 의심해서일까, 가끔 상냥한 게 진실한 인간의 모습이라 여겨서일까,  언제나 상냥하지 못한 스스로 때문일까.

 

지금도 가끔 상냥한 그녀들이 좋다. 어쩜 계속 까칠한 그녀들이 좋다.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세계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굳이 상냥하지 않아도 되는 (상냥과 예의는 별개의 일이다) 그녀들이 좋다. 자신에게 도도하고 세상에 겸손한 그녀들이 좋다.

그런 그녀들이라면, 외롭다고 스스로 허물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8년전 예기치 않은 오해로 연인과 헤어졌다. 그 연인과 헤어진 후 그녀의 마음은 다른 연애를 한 적이 없다.

그저 생활, 하고 있다. 10년전 헤어진 연인과 한 약속 아닌 약속을 생각하며, 그를 생각하며.

 

"하지만 나는 마빈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조그만 생선을 포크로 한 번에 찍어 입으로 옮기면서, 때로 포도주를 한입 머금고, 적당히 농담도 섞어 가면서, 거러나 평소의 마빈과는 다르다.

“이제 파스타 먹을래요?”

대답은 알고 있지만, 일단 물어 보았다.

“아니, 많이 먹었어.”

칼로리가 넘을 것 같아서, 라고 말하고 마빈은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다.

냉정하고 온화하고 정확한 판단력을 지닌 마빈이 불안해하고 있다. 나는 그런 마빈을 보면서 가슴 아파한다. 하지만 마빈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나는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럼 과일은?”

침실에서 먹지, 라고 마빈은 말하겠지. 이런 날이면 마빈은 반드시 나를 안으려고 한다. 마치 다른 방법으로는 나를 확인할 수 없다는 듯, 아무 데도 안 가니까 걱정 말아요,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해 줄 수가 없다."

 

이 소설은 한 제목의 소설을 남,여 작가가(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2년에 걸쳐 실제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릴레이 러브 스토리다. 10년 후 재회의 약속을 가슴에 묻어 둔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다. 스쳐지나가듯 말한 약속, 그 약속을 잊지 못하는 헤어진 연인, 그리고 쥰세이와 아오이 입장에서 바통 주고받듯 써 내려간 작가.

 

과거에아오이는 녹색과 파랑에서 보라색까지를 두루 일컫는 말이었다 한다. 차가움, 냉정의 이름을 가진 아오이.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 인생이 있다."

라고 말하는 아오이와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내가 끼여들 수 없는 장소에서, 이 사람은 이미 새로운 인생을 쌓아 가고 있다."

라고 말하는 쥰세이.

 

, 알듯 모를듯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아오이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녀가, 좋다.

 

 

읽은 날  2011. 9. 24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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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 “이게 사는 건가” 싶을 때 힘이 되는 생각들
엄기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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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엄기호>

 

'자아실현'과 '그냥'사이 어디쯤 우리는 각자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다. 박카스의 청춘에서 우루사의 직장인을 거쳐 케토톱의 노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모두는 열정적인 존재가 되곤 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라', '네 일에 열정을 쏟아 부어라', '쫀쫀하게 돈 따위에 연연하지 마라', '네 시작은 미약하지만 네 나중은 창대하리라'...우리는 꿈을 꾼다. 스스로 꾸기도 하고 강요받기도 한다. 그 꿈 너머에 덫이 있어 우리의 꿈을 인질삼아 우리 노동을 공짜와 다름없이 착취하는 자본주의가 있음을 알기 어렵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남이 뭐라 하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네 삶을 값지게 살라 한다. 우리 부모는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세대였다면 우리세대는 베짱이가 시대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여기에 베짱이의 역설이 있다. 부지런하거나 재능이 넘쳐 흐르지 않으면 베짱이는 베짱이 대우도 못 받는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베짱이는 개미보다 더 지독하게 일해야 한다. 이것이 자아실현이다.

 

TV각종 오디션 프로에 멘토가 넘쳐 난다. 멘토는 그들이 가진 힘으로 위로를 멘티에게 건넨다. 멘티는 여전히 예의 긍정으로 가능성을 꿈꾸며 삶이 가능한 공간으로 상상한다. 여기에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다. '네가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가 좌절했기 때문이다', '네가 어리석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멘토는 멘티의 힘인 반면, 사회를 가리는 판타지다.

 

몇년 전 등장한 '긍정 산업'이나 개신교 일각에서 몰아 붙이는 '긍정 교리'가 넘쳐 난다. 긍정의 힘, 분명 있고 힘 또한 세다. 그러나 긍정의 힘으로 부정되어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문제가 있다면 원인을 외부에서 찾아 불평하지 말고 네 안에서 찾으라, 자신의 내부를 잘 들여다보면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고 마침내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닌가.

사회는 '보호'되고  대신 사.람.이 폭로된다.

 

카이스트 사태 - 징벌적 장학금이 있다. 평균에 가까운 학점. 그러나 이 '평균'은 '중간은 갔다'는 의미가 아니다. 평균은 곧 탈락이다. 그리고 탈락은 징벌로 이어진다. 패자에게는 일말의 기회가 없는, 아니 기회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에게 모독과 치욕감을 준다.

열심히 살아왔고 살던 이에게 사회는 뿌듯함 대신 굴욕감을 준다. 나를 보호해 주리라 여겼던 사회는 오히려 나를 배제하고 추방하겠다고 위협한다.

 

서점가에 자기계발서가 인기다. "이게 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똑같이 가진 문제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하는 메시지를 보낸다. 결국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말로 하면 이것은 네 문제이니 네가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다. 그래서 위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한 친구는 이것이 '뽕'과 비슷하다는 말을 했다. 처음 책을 사 읽을 때는 그대로 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대로 할 수도 없고 그대로 해도 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러면 다시 마약을 찾듯이 다른 자기계발서를 찾게 되고 결국 책장 가득히 자기계발서만 채우게 된다."

 

저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몰입, 열정, 변화...숱하게 들어온 얘기다. 그 단어의 매력에 대해 알지만, 숨어있는 꼭두각시 인형 조종자가 누구인지도 알아야 한다.

자살로 내몰려진 학생들, 말하지 못하는 고통으로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을 겪는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어 호소할 수 없는 사람은 상처 받지 않은 듯 숨기며 살아가야 한다. 심지어 같은 학생들에게조차도 묻혀 버린다.

어쩜, 지금 대학생들은 부모의 지위와 역할, 그리고 사는 동네 등에 의해 어렸을 때부터 위치가 정해져 동시대인으로 체감하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노무현의 장례식 날에 이르기까지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 학생들의 하소연을 듣다 나는 문득 알게 되었다. 이 삶들,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슬퍼하고 있다는 것을. 노무현의 죽음에서 이들이 본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꼬라지'였다.  지금 여기 살아가는 우리들의 궁상맞고, 망가지고, 팍팍하고, 초라하고, 강퍅한 모습을 슬퍼했다. 우리는 노무현의 죽음에서 땅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비극을 보았다."

 

우리는 개미처럼 살자고 버는데 벌다 죽을 지경이거나, 베짱이처럼 가다가는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다 굶어죽을 지경이다. 그저 소소하게 개짱이처럼 살아갈 있기를 바랐을 뿐인데, 정말 어쩜 우리는 그의 장례식 우리의 비극을 것일지도 모른다.

가진 없이 태어나 주먹으로 정당하게,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을 뿐인데 결국...

우리가 알던 삶은 끝났다.

 

우리가 알던 , 우리가 꿈꿔 왔던 삶이 끝났음을 우리도 안다. 그의 장례식날 우리는 슬퍼했고 분노했다. 그리고 지금은...희망을 말하지만 냉소한다. 그래서 대안이 뭐냐고. 어쩌자는 거냐고. 얘기 한번 해보라고. 들어, 보겠다고.

머리를 뒤로 빼고 팔짱 낀채 싸늘하게 말한다. 그래, 어쩌자고!

 

" 말은 정말 대안을 찾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합리화하는 말인지에 대해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게다가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상당히 공격적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수동적인 말이다. 대안이 자기 손에 구체적으로 주어질 경우에만 자신은 움직이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안이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는 자기가 나서서 대안을 생산하고 실천해보겠다는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나는 요즘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심을 품게 되는 다른 이유를 하나 발견했다. 우리 삶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꼼꼼하게 자기감정을 이입하며 알아보고 살펴보려는 태도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에게서는 발견할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의 저자는 말한다. 대안을 찾기보다감하자고. 동시대인임을 알아가자고.

경제가 파국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경고에 대해 '누가 그걸 모르나요?' 라고 어깨 한번 으쓱하며 대꾸하지 말자고. 세상을 향해 짱돌을 던지는 사람들만이 사회에 대해 증언할 있는 아니다. 우리 모두 김진숙 지도위원처럼 투쟁할 없다. 비록 삶은 비루하여 세상과 맞설 용기는 없다 하더라도 용기를 사람들에게 의리를 저버리지 말자.

그리고 권력에 내가 얼마나 철저하게 무력할 밖에 없었는가를 드러낼 있다.

 

"‘사마귀 유치원 우리들 모두가 불쌍해졌다고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대신 시대를 싸늘하게 풍자한다. 그래서 공감은 한층 격이 높다. 사람을 옹호하고 사회를 폭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감은 시대를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미디어 이야기나 정치적인 현상을 보고 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공감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삶에서는 별로 공감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나뿐 아니라 너도 그렇다는 것을 느끼자. 그것을 느꼈을 세상과 부딪칠 있는 용기를 있다. 쫄지 않을 있다.

공감, 동감. 적선을 하는 쪽이 동감이고, 거지와 자신 사이에 공통의 운명 같은 것을 직감하고 공포를 느껴 외면할 수도 있는 쪽이 공감이다.

'시대의 어둠' 보는 동시대인이 되자. 동료 (시대의 어둠을 보았기에 운명까지 함께할 있는 사람) 되지 못할지언정 공감, 하자.

 

아무리 세상이 망한다 하더라도 내 옆에 누군가가 나와 함께 망해가는 세상을 견뎌내고 있다면 얼마든지 신날 수 있다. 내 삶을 응원해주는 동료, 너의 삶을 공감해주는 나.

 

우리 삶을 바꾸려 하지 말자. 다만 우리 삶을 옹호하자. 무엇보다 비참하지만 이 비참함을 같이 껴안을 동료가 있다면 삶은 위대하다. 아니, 삶은 끈질기기에 위대한 것임을! 이 삶의 끈질김에 충실하자.

 

한진중공업 - 김진숙 위원과 희망버스

 

※ 1577-6406은 대리운전 전화번호, 이 번호를 이용하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을 후원할 수 있다.

 

 

읽은 2012. 1. 26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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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 절망의 시대에 쓰는 희망의 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1
우석훈.박권일 지음 / 레디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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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요새 젊은이들은 말이야~'의 대화는 군대와 정치 얘기만큼 제각각이다. 각자의 경험과 시각에 각자의 젊은 시절을 오버랩시켜 지금의 젊은이 - 20대를 바라보곤 한다.

'너희들은 고생을 모른다' 하기도 하고 '너희들은 민주주의를 모른다' 라고도 한다.

난, 당연하다 생각한다. 개인의 안전이 보장되야 내가 아닌 타인을, 사회를 생각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아직도 가슴 속에 '혁명' 이라는 단어를 묻고 살아가는 386세대라지만, 다음을 보자.

 

"우리의 386세대는 대단히 강력하나, 대학개혁에 대해 거의 아무런 청사진이나 의미 있는 노력을 개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학벌사회를 더욱 강화시키며 교육 엘리트주의를 강화시키는, 일종의 역사에 대한 배신을 행한 세대이다.

지금 10대와 20대가 맞게 된 조금 황당한 상황들은 사실 이 386세대에게 상당한 역사적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세대는 IMF 이전에 이미 사회 진출을 상당 부분 완료한 연공서열의 마지막 세대이다.

세대 간 소득 이전의 가설을 통해서 보더라도 지금의 386들이 자신들의 경제적 성과물을 이전하게 될 다음 세대는 20대가 아니라 지금의 10대 초반, 아직 경쟁에 들어오지 않은 세대들이다."

 

우리(386세대)는 사회에 대한 뜨거운 고민을 했으나, 그냥저냥 공부해 어려움 없이 사회에 진입해 연공서열의 마지막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지금의 20대는 유치원부터 어렵게 공부해 바늘 구멍을 통과 할까 말까다.

386이전 세대는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만 고생한 게 아니다. 나도 힘들고 너도 힘들고 모두가 힘들, 었다.

지금의 20대가 되어 보지 않고 각자의 잣대로 그들을 평하는 건, 위험하다.

 

88만원 세대, 이제는 너무 유명한 단어다.

"지금의 20대는 상위 5% 정도만이 한전과 삼성전자 그리고 5급 사무관과 같은 단단한 직장을 가질 수 있고, 나머지는 이미 인구의 800만을 넘어선 비정규직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하면 88만원 정도가 된다.  세전 소득이다.  88만원에서 119만원 사이를 평생 받게 될 것이다."

 

그럼, 20대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석훈, 박권일의 얘기를 보자.

 

20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현재의 88만원으로 충분히 살 수 있는 생활의 양식을 제시하거나 그런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길은 생태주의자들이 제시할 수 있는 해법이다.  현재까지 이런 방식으로 한 사회 전체를 재구성한 사례는 관찰되지는 않는다.  또 다른 해법은 이들의 소득이 높아지고 직업 안정성이 높아지는 방식으로 기존의 노동과 사회를 재구성하는 방법이다.  스웨덴이나 스위스가 대체적으로 이런 방법을 택했다."

 

생활양식, 그런 사회를 만드는 방법. 너무 먼 이상일 뿐 현실적이지 않다. 88만원 세대는 88만원으로 이렇게 살면 된다....로만 읽혀진다. 나는 이렇게 살테니 너는 요렇게 살라, 한다. 가혹하다.

스웨덴, 스위스 방식은 국가가 나서야 한다. 기득권을 다 내려놓고 어떤 협박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reset 버튼을 누를 용기와 무모함을 단 5년에 해야,한다.

 

20대를 위해 필요한 어떤 것들, 저자의 얘기를 보자.

"다양하고 수준 높은 독서로 무장한 지금의 10대가 지식경제 1세대로 등장한다면 10대에 기대어 그나마 나을 것"

"20대들은 자신의 문제를 각자 알아서 풀게 될 확률이 높다."

 

'각자 알아서' 는 다음과 같다. 40대와 50대는 같은 돈을 지출하더라도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그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지역공동체가 살아 있던 시절에 배운 대로 조그만 가게에서 단골이 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는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보다 스타벅스를 더 선호하는..등등 문화적 배경이 스스로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대 스스로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을 보자.

"지금의 88만원 세대는 자신들이 있는 곳에 서 있기 위해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바리케이트가 필요하고, 만약 한 발이라도 자신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짱돌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자는 짱돌이 필요한 상황이라 말한다. 그러나, 내겐 '짱돌을 들어라' 로 읽혀진다. 네가 그렇게 힘들고 절박한 거 안다. 지금 상황에서 버티든가, 한발이라도 내딛고 싶다면 '좌우상하 살펴보지 말고 혼자 짱돌을 들라' 로 읽혀진다.

20대, 명품과 브랜드를 선호하는 너희들이쟎아! 공동체를 위한 소비, 안 하쟎아. 그런 성향대로 혼.자. 짱돌을 들어! 라고.

 

난 20대가 아니다. 88만원 세대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그들의 날카로운 분석력을 높이 사지만, 마음에 울림이 없다.  '희망' 찾기가 어렵다.

 

정작 20대는 이 <88만원 세대>를 어떻게 읽을까?

 

 

 읽은 날   2008. 9. 22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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