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에쿠니 가오리>

 

지금과 다르고 달랐던 신입시절, 두 명의 선배가 있었다.

한 명은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해 상사와 후배 모두의 인정과 사랑을 받았다.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 깔끔한 일처리, 훤칠한 키, 공손한 말투. 신입직원들은 모두 그녀를 닮고 싶어했을 것이다.

 

또 다른 한명. 예쁜 얼굴, 가끔 상냥하고 가끔 친절한, 공손과 까칠 어디쯤에 있는 말투, 여성의 얼굴과 직원 얼굴 어디쯤에 있는 표정.

입사동기 모두는 언제나 상냥한 선배를 따랐지만, 난 가끔 상냥한 선배를 따랐다.

남들과 다르고 싶어서일까, 언제나 상냥하고 친절하지만 그 이면을 의심해서일까, 가끔 상냥한 게 진실한 인간의 모습이라 여겨서일까,  언제나 상냥하지 못한 스스로 때문일까.

 

지금도 가끔 상냥한 그녀들이 좋다. 어쩜 계속 까칠한 그녀들이 좋다. 타인이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세계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굳이 상냥하지 않아도 되는 (상냥과 예의는 별개의 일이다) 그녀들이 좋다. 자신에게 도도하고 세상에 겸손한 그녀들이 좋다.

그런 그녀들이라면, 외롭다고 스스로 허물어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8년전 예기치 않은 오해로 연인과 헤어졌다. 그 연인과 헤어진 후 그녀의 마음은 다른 연애를 한 적이 없다.

그저 생활, 하고 있다. 10년전 헤어진 연인과 한 약속 아닌 약속을 생각하며, 그를 생각하며.

 

"하지만 나는 마빈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조그만 생선을 포크로 한 번에 찍어 입으로 옮기면서, 때로 포도주를 한입 머금고, 적당히 농담도 섞어 가면서, 거러나 평소의 마빈과는 다르다.

“이제 파스타 먹을래요?”

대답은 알고 있지만, 일단 물어 보았다.

“아니, 많이 먹었어.”

칼로리가 넘을 것 같아서, 라고 말하고 마빈은 장난스런 표정을 짓는다.

냉정하고 온화하고 정확한 판단력을 지닌 마빈이 불안해하고 있다. 나는 그런 마빈을 보면서 가슴 아파한다. 하지만 마빈은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나는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럼 과일은?”

침실에서 먹지, 라고 마빈은 말하겠지. 이런 날이면 마빈은 반드시 나를 안으려고 한다. 마치 다른 방법으로는 나를 확인할 수 없다는 듯, 아무 데도 안 가니까 걱정 말아요,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해 줄 수가 없다."

 

이 소설은 한 제목의 소설을 남,여 작가가(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2년에 걸쳐 실제로 연애하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 릴레이 러브 스토리다. 10년 후 재회의 약속을 가슴에 묻어 둔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다. 스쳐지나가듯 말한 약속, 그 약속을 잊지 못하는 헤어진 연인, 그리고 쥰세이와 아오이 입장에서 바통 주고받듯 써 내려간 작가.

 

과거에아오이는 녹색과 파랑에서 보라색까지를 두루 일컫는 말이었다 한다. 차가움, 냉정의 이름을 가진 아오이.

 

"사람은, 그 사람의 인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있는 장소에, 인생이 있다."

라고 말하는 아오이와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내가 끼여들 수 없는 장소에서, 이 사람은 이미 새로운 인생을 쌓아 가고 있다."

라고 말하는 쥰세이.

 

, 알듯 모를듯 <냉정과 열정사이, Rosso> 아오이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녀가, 좋다.

 

 

읽은 날  2011. 9. 24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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