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 혼자가 아니어서 행복한 우리 이웃들의 인생이야기, 개정판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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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은행맨, 증권맨, 보험맨, 이 중에서 증권맨이 가장 싫다.

그들은 쉽게 들뜬다. 시장의 과욕을 수익률로 여긴다. 손실은 얘기 안 하고 수익난 것만 이야기 한다. 손실로 가망이 없어도 소위 '한 방!'에 바늘 눈꼽만큼의 희망을 억지로 연장한다.

주식시장이 자본주의의 화려한 꽃이라지만, 그들은 화려하게 보이는 꽃만 쫓는 부나방이다. 태양 가까이 다가가면 녹는 이카루스 날개를 가졌다. 그들은 개미다. 힘없는 개미다. 태양과 거리를 조절하지 못하면 날개가 녹거나, 조절 하더라도 힘이 없어 당한다.

간혹 여왕개미가 되는 경우, 매우 아주 엄청 드물지만 있긴 하다. 그래서 그들은 욕망을 멈추질 못한다.

시장의 잘못 있다. 그러나 투자보다 투기를 하는 이들, 악순환이다.

 

주식시장, 직접금융의 메카이다. 정보가 공개되고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고 기업은 자금을 직접 조달한다. 채권자 되기 보다 주인 되는 시장이다.

화려한 꽃 주식시장에 외국인, 기관, 개인이 모여 든다. 외국인과 기관은 냉철한 머리와 막강한 자금, 눈코입 없는 네모반듯 얼굴을 가졌다. 네모반듯 강철 얼굴과 심장을 가졌다.

개인은 언제나 포커페이스에 약하다. 욕망, 탐욕의 얼굴과 공포의 심장이 있음을 상대방에게 간과당한다.

시장은 거기 있을 뿐이나 그 시장에 뛰어든 수 많은 욕망과 공포를 가진 그들.

그들로 시장은 출렁거리고 더 욕망하게 되고 더 공포를 느끼게 된다.

 

욕망과 공포로 출렁대는 시장, 견디기 어려운 고충과 힘듬을 해소해야 한다.

술과 기이한 그들만의 문화로. 때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유형들.

'마바라'라 불리는 정말 증권맨들. 다르고 틀리다 생각한다. 다르고 틀려, 이해하기 싫어해 한다.

 

이래서 '박경철의 책<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을 읽지 않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이런 일도 있지,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고, 그렇지만 어처구니 없다.

선입견, 무섭다.

무서운 선입견이 깨지게 한 그의 글이다.

 

"그때부터 나는 의료시스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비슷한 일이 몇번 반복되고, 그때마다 의사로서의 소신과 제도에 복종해야 하는 사회인으로서의 규범 사이에서 일종의 사회부적응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결국 종합병원에서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한 지 1년만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물론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당장 최소한 일주일에 한 명씩 내 환자의 임종을 지켜봐야 했던 끔찍한 상황이 없어졌고, 하루에도 서너번씩 피를 말리는 상황도 없다. 또 피고름이 묻은 속옷을 버리고 매일 속옷을 사 입지 않아서 좋다.
그런데 누군가는 지금 이 시간에도 그 상황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골의사'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주식투자 전문가이자, 경북 안동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경철이 자신의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병원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따뜻하고 놀라운, 크고 작은 이야기를 엮었는데, 그 중 정신이 아픈 할머니가 손자를..... 가장 충격 받았다.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관통하고 있는 그의 질문, 큰 울림이 되어 가슴 속에서 메아치 친다.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들 표정이 가지각색이다.  그런데 고학력에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표정이 심각하고, 오히려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이 병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바람이 제법 찬 가을 아침에 일자리가 없어도 웃음을 잃지않는 그분들의 모습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운다.  근사한 카페에서 코냑이나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들은 표정들이 대개 심각하다.  그러나 안동 막창 골목에서 소주 한 병 시켜놓고 돼지 막창을 굽고 있는 사람들은 항상 떠들썩하고 유쾌하다.
이것도 분명 인간에게 주어진 정신적 엔트로피의 문제일 것이다.  엔트로피는 열역학법칙에 따르면, 폐쇄계에서 에너지를 계속 소모하면 결국 그만큼 쓰레기가 쌓이므로 외부에서 새로운 무엇인가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결국 수명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감정은 어떨까.  소위 이성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들의 포로가 되어 ‘고상한 척’하고 사는 사람들은 정신에너지의 고갈로 뇌 속에 찌꺼기만 쌓여 있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솔직하게 노동하고 사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라는 이름의 ‘어색한 노동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함으로써 뇌 속 기쁨의 센서가 낮게 세팅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행복의 총량은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은 것일까."

 

근사한 카페, 코냑, 이성(주식투자의 직관 포함해)으로 해결해야 할 대단하고 복잡한 문제들의 포로, 정신에너지 고갈.

행복의 총량을 따져봐야 함은 비단 그들만의 일은 아닐 터.

오늘도 하루종일 PC 앞에 앉아 머리와 눈으로만 일하며 '솔직하게 노동하고 사는 사람들'을 소망해 본다.

평균보다 많은 이성적인 것과 평균보다 많은 고상한 척.

아, 이.런.

 

 

읽은 날   2010. 4. 28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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