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총사 협회, 조향미>
"엄마, 이 책 좀 읽어봐, 재미있어~"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책, 사 주기만 하고 같이 읽지 못하고 있는데 큰 애가 재미있다며 건넨
책이다. 작은 애도 이 책 <오총사 협회>를 'TV로 보는 원작 동화'에서 봤댄다.
아이가 건넨 몇 안 되는 책, 기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일주일 용돈 3,000원 정도를 받는 초3,4학년 또래 아이들.
어느 날 TV에서 '임금투쟁'하는 걸 보고 자신들도 '오총사 협회'를 만들어 부모에게 요구를
한다.
오총사 협회 요구 사항
1. 현재 용돈의 50%를 인상해 달라 (지금 용돈으로는 인간답게 살 수 없다)
2. 엄마 아빠는 텔레비전 보면서 우리에게 공부하라고 하지마라 (생선 앞에다 두고 고양이더러
먹기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3. 하루에 한 시간씩 자유 시간을 달라 (엄마만 앞치마 벗어놓고 쉬고 싶은 거 아니다. 우리도
가방 던져 놓고 쉬고 싶고, 놀고 싶다)
4. 우리 스스로 학원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 (아니면 엄마가 학원을 다니든가)
5. 일요일은 쉬게 해 달라 (우리는 365일 돌아가는 공부 기계가 아니다)
요구사항과 함께 5명의 아이들은 텐트, 코펠 등을 챙겨 아파트 어디선가 그들만의 아지트를
만들어 가출생활을 이거가다 고작 하루 반만에 내린 '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귀가를 한다.
귀가를 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서슬퍼런 엄마의 얼굴과 20가지나 되는 '엄마협회'의
요구사항이었다!
그야말로 허걱~!이다.
아이들은 가출하면서 5가지밖에 요구를 안했는데, 엄마는 20가지랜다. 눈에 띄는 요구사항은
'상쾌한 기분으로 7시까지 독서하기, 그날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 두 가지씩 얘기해 주기,
여자친구 사귀지 않기, 좋아하는 연예인만큼 부모님을 사랑하기' 인데, 마지막 요구사항이
압권이다.
'오총사 협회 해산하기!!!'
가출하고 협회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요구를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협상 상대방은 콧방귀도 안
뀐다. 가출까지 했는데 부모는 걱정도 안 하는 눈치다. 10여살 아이들, 거창하게 칼을 뽑아
들었으나 결국. (결국이 이 책의 결말은 아니다)
요즘 동화책, 초등학생 책 재미있다. 다양하다.
아이가 독서를 좋아한다면, 다양하고 많은 간접경험과 지식이 쌓여가는 게 눈으로 보인다.
독서의 장점을 알기에 우리 아이가 독서를 좋아했으면, 즐겼으면 모든 부모가 바란다.
그 바램을 가진 부모라면, 부모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모는 책 한권 읽지 않으면서 제 아이 책만은 종류, 가격 불문하지 않고 사준다.
난 그들이 욕심을 내는거라 생각, 한다. 욕심은 아이와 부모 자신에게 좋지 않다.
독서를 생활화하는 부모를 가진 아이라해도 아이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다.
한때, 책에 나와 있는 '책 좋아하는 아이'의 이론을 충실히 하건만, 기대만큼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속상했었다. 집 여기저기 책이 널려있고, 엄마는 늘 책을 읽고, 어릴 땐
매일 책을 재미있게(?) 읽어주고, 책에 대한 대화도 하고.
그런데 왜 우리 아이는 기대만큼 책을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을 편히 먹고 기대를 줄이면 어느 순간 책 읽는 아이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엄마는 또 바랜다.
책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가기를, 호기심과 도전심이 끊이지 않기를, 의무감이 아닌
진정한 기쁨을 맛보기를.
엄마는 욕심쟁이다.
"엄마, 선생님이 책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구에 밑줄 그으래. 엄마처럼 하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어."
감사한 일이다.
큰 애가 밑줄 그은 문구다.
"아니나 다를까, 도끼눈을 한 엄마가 냉장고를 등진 채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잘 들어, 엄마가 이 돈 주기는 하는데, 그냥은 안 돼."
"눈치 구단 엄마와 그 딸인 누나라도 돈 투입구를 위로 끄집어 올리지 않는 한 눈치채지 못할
거다. 푸하하, 이것이 바로 완전 범죄라는 거다."
"통 뚜껑에는 낯익은 탤런트 아줌마의 얼굴과 함께 '똑앤똑 밀폐 용기'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었고, 그 아래에는 '특대형' 글씨가 꼬리처럼 붙어 있었다."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이다.
"'엄마, 돈 좀 줘, 응?'
'못 줘'
그러고는 엄마는 도마 위의 무를 칼로 쩍 쪼갰다. 한 번만 더 조르면 알지? 내게 협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엄마는 나를 무시한 채 뽀얀 무에다 칼질을 다다다닥 했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엄마의 마음을
바꿔 놓기란 채쳐진 저 무 조각들을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것과 같을 거라는 걸."
"'내일 영어 학원 가는 날이지? 숙제는 다 해 놨어?'
얼핏 들으면 그냥 묻는 말 같지만 그게 아니다. 명령하는 거다. '밥 먹고 영어 숙제 다 해 놔!'
이런 명령. 목구멍을 넘어가던 밥이 식도 중간에서 꽉 막혔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먹을 때만이라도 공부 얘기 좀 안 하면 안 되나?"
역시 아이의 눈과 내 눈은 다르다.
큰 애가 밑줄 그은 '도끼눈을 한 엄마', '엄마가 이 돈 주기는 하는데 그냥은 안돼'
음. 아마도 이 문장에서 큰애는 자신의 엄마를 발견했나보다. ㅠㅠ
'이것이 바로 완전 범죄라는 거다.'
음. 아마도 사사건건 엄마에게 들켜버리는 (착한 아이들 ^^), 그래서 완전범죄를 늘 꿈꾸고
있나 보다.
간만에 읽은 아이들 책, 큰 애가 재미있다며 건네 준 이 책, 정말 재미있었다.
아이들 시선과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데 역시 책만한 건 없나보다.
"애들아, 책 읽고 재미있는 거 있음, 꼭 엄마한테 추천해 줘~~~"
읽은 날 2012. 4. 6 by 책과의 일상
http://blog.naver.com/cji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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