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탐 철학 소설 시리즈 1~10 세트 - 전10권 ㅣ 탐 철학 소설
전호근 외 지음 / 탐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탐 철학소설 시리즈(총 10권)는 동서양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소설입니다. 철학의 딱딱함을 '이야기의 힘'으로 순화시켜, 청소년들이 쉽게 철학을 대할 수 있도록 만든 작품인데요, 내용과 기획의 참신함으로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탐 철학소설 시리즈에는 이러한 책들이 있어요.
이 중에서 7권을 읽어봤는데요, 간단한 안내를 해보렵니다.
<마르크스, 서울에 오다>가 7권 중 제일 재미있었어요.
이 책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어느 날 마르크스(진짜 마르크스는 아니구요)란 중년 외국인 아저씨가 대한민국 중산층 가정 집에 열흘 간 홈스테이를 합니다. 마르크스 아저씨는 광화문, 시청, 홍대 등을 다니며 '많은 지식'으로 무장한 '대화?'로 주인공 에게 새로운 지평선을 열어주는데요, 이 때의 '많은 지식'은 마르크스 사상이고 '대화'는 대화라기보다 교육에 가까워요.
이런 딱딱함을 중화시켜 주는 장치로 홍대거리, TV 드라마 등 익숙한 소재가 등장합니다. 덕분에 젠체 하며 본격적으로 가르치려 하기보다 일상에서 보여지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되어 편안합니다.
마르크스와 얘기하는 것은 대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입니다.
소매치기를 당하면서 범죄의 사회학에 대해 얘기하고,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않는 주인공 아빠를 보며 자본주의에 대해 얘기하고, TV 드라마를 보며 대중 문화의 숨겨진 이면을 논합니다.
이렇게 쉽게 접할수 있는 일상에서 마르크스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꺼내 대화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자연스러움과 강한 전달력 덕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은 쌍둥이 형제가 두 번의 시간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일과 시간여행에 대한 이론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특수, 일반)에 대해 쉽게 알려주고 있는데요, 오래 전 <E=mc2>란 책을 읽어봐도 모르겠던 걸 덕분에 조금 알게 됐습니다.
소설 내용은 이렇습니다.
쌍둥이 중 한 명이 첫번째 시간 여행을 한 뒤 혼자만 5년 전 그대로라 어려움을 겪습니다. 시간여행을 하고 오니 자신은 여전히 작고 야윈 초등학생인 반면, 같이 자랐던 쌍둥이 형제는 듬직한 청소년으로 자랐거든요. '시간여행'은 좋았지만, 또래와 다른 외톨이 같은 심정은 주인공을 괴롭혔습니다.
다행히 기술이 발달해 자신의 5년전 과거로 되돌아가는 두 번째 시간여행을 하며, 소설이 끝납니다.
소설의 이야기적 완성도는 높지 않습니다만(그래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이사이 어려운 상대성원리를 쉽게 알려주는 장점이 좋게 느껴진 책입니다.
루소는 <에밀>이란 작품을 썼습니다. 에밀이라는 남자주인공이 성장하는 교육 소설인데요, 루소는 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교육관,종교관을 집대성했습니다.
이 책 <루소, 학교에 가다>는 루소의 <에밀>이란 작품이 연상됩니다. (제목과 등장인물이 서로 겹쳐 헷갈립니다...)
<루소, 학교에 가다>에는 두 명의 아이(이코, 에밀)가 나와요. 그 중 한 명인 이코(역시 쌍둥이)는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한 학교를 다니다 우연히 가상마을 존재를 알게 됩니다. 반면 에밀은 루소의 교육관이 실천되는 곳에서 유유자적? 살아요. 그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인성과 자연스런 환경과 흐름 속에서 스스로 깨쳐 배웁니다.
에밀이 사는 곳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바로 가상현실이라는 점입니다.
에밀은 이코같은 아이들이 처한 교육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실험 속에 살고 있는데요, 실험이 비밀 유지에 실패하고 반대세력이 늘어나면서 결국 중단됩니다.
실험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것을 보니 루소의 <에밀>이 일으켰던 파문이 떠올랐습니다. 루소의 <에밀>은 1762년 파리에서 출간되자마자 금서 처분을 받고, 루소에게는 체포 영장이 발부될 만큼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어요. 이는 루소가 기독교의 요체인 원죄설과 계시 신앙을 부정하는 요인을 내포하는 ‘시민종교’를 역설했기 때문이랍니다. 당시 시대가 품을수 없었던 종교관과 교육관때문에 비난받았던 루소의 꿈이, 소설 속 실험 중단과 겹쳐 보이더군요.
제목만큼 루소를 효율적으로 차용해 <에밀>이란 작품과 묘한 공통점을 이끌어내고, <에밀>처럼 못다한 꿈으로 <루소, 학교에 가다>란 작품이 끝나는 게 닮아 있어, 인상깊습니다.
굳이 '에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처한 '교육'의 문제점을 부담스럽지 않게 환기시켜 준다는 점도 이 책의 미덕이 아닐까 싶어요.
푸코의 사상은 세 단계로 진행됐다고 합니다.
제1기는 <정신 질환과 인격>, <고전주의 시대에 있어서 광기의 역사>, <임상의학의 탄생>등의 저서를 중심으로 인식론적 연구에 집중하던 시기
제2기는 <말과 사물>과 <지식의 고고학>을 중심으로 한 이론 언어학의 연구 시기
제3기는 <감시와 처벌 : 감옥의 탄생>과 <성의 역사>를 출간했던 시기
이렇게 잔뜩 어려운 푸코를 이 작은 책(일반 책보다 면적이 적고 272쪽입니다)은 알차게 풀어내고 있습니다(아, 제가 푸코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이런 표현을....).
광인, 가난, 정신병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졌음을 알려 주면서 독자의 질문하는 힘을 길러주고 있어요.
대개 이러한 질문이죠.
난 변한 게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선 밖으로 밀려났을까?
내가 다르다는 게 밀어낼 이유가 되는 걸까?
누가 밀어 냈을까?
날 밀어내고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실존적인 질문은 거대한 일상과 관성적인 삶에 당연히 묻힙니다. 이런 책을 읽어도 쉽지 않은 일이에요. 대부분 시대에 압도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아주 가끔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면, 이 책 <푸코, 감옥에 가다>는 기뻐할 거 같아요.
플라톤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감각적인 세계와 이성으로 알 수 있는 이데아의 세계를 뚜렷이 구분했습니다. 이데아의 세계야말로 진짜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이데아의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하여, 이 책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는 가상현실 느낌이 나는 영화관을 배경으로 선택합니다.
매우 영리한 판단이에요.
주인공은 영화관을 통해 플라톤과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고대 그리스 세계로 넘어가고 현지?에서 다양한 교육을 받습니다.
이 설정은 현실(감각세계)과 이성(영화관을 통해 넘어간 고대 그리스 세계)을 구분시키는 효율적인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 포맷을 보니, 탐 철학소설 시리즈는 철학자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을 넘어 앎의 이해를 재창조한다는 느낌이 나더군요. 다양하고 신선한 각도에서 철학자를 차용하고 활용해 나름의 목표를 훌륭히 수행하는,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또한 고매한 철학자한테 함몰되지 않고 나름의 씩씩한 논리를 펴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이 책 <플라톤, 영화관에 가다>는 플라톤이 3D 화면을 본다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까지 합니다.
저자의 용감한 상상이 참신하고 재밌습니다.
이 책은...난해했습니다. 사실 난해할 수밖에 없어요. 장자의 사상을 딱부러지게 표현하기 힘드니까 알기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가보다...란 생각이 들어요.
이 책에 나오는 돌고 도는 대화를 소개할께요.
나는 지금 찰나의 순간만 '나'이고, 이 허물을 벗어 던지면 나는 나도 뭣도 아닌 것이다. 란 말에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는가 라고 되묻는 대화가 나옵니다.
생긴 대로 열심히 살지, 왜 내가 없어진 다음의 삶을 기웃거리는가, 란 질문에
'OO'란 문패가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란 말이 나오구요.
이런 선무당 같은 대화는 난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흠.... 동양철학이 더 어려웠나? 란 생각이.....들더군요.
난해함에 큰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독자마다 다르게 읽힐 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읽다가 말았습니다.
1년에 50~90권의 책을 읽는데요(올해는 현재 70권 정도 읽었네요), 읽기를 포기하는 책은 2~3권 정도됩니다. 대부분은 완독하는 편입니다만, 이 책은 읽기가 매우 어렵더군요.
주제가 분명하지 않은 대화가 반복되어 피곤했는데요, 아무래도 동양 사상이 어려운가 봅니다.
이상으로 탐 철학소설 10권 중 7권에 대한 리뷰를 마칩니다.
탐 철학소설이 청소년 대상이라, 성인이 읽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괜찮은 거 같은데, 감동받을 정도는 아닌....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어요.
그러나 주제를 풀어가는 참신함과 딱딱한 철학을 부드럽게 해주는 능력이야말로 칭찬받을만 합니다.
부디 좀 더 많은 청소년과 독자가 이 시리즈로 철학과 가까워지고, 깨어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애쓰셨고,
내일은 더 잘 되실겁니닷~!!!
by 조약돌 礫, 날다 (구, 책과의 일상)
http://sign.sewolho416.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