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만하리만큼 잘났지만 불의의 사고로 사지마비환자가 된 젊은 사업가 윌 트레이너,
괴팍하리만큼 독특한 패션 감각을 지닌 엉뚱하고 순진한 여자 루이자 클라크"

이 문장만 읽어도 짐작갑니다.
평상시라면 만나기 힘든 남녀가 '불의의 사고' 덕(?)에 환자와 간병인이라는 관계로 만나 의도치 않게 사랑을 쌓아가는 달달한 연애소설...임을 쉽게 알수 있어요.
이렇게 결말과 진행과정이 투명한 유리같지만, 술술 읽히는 가독성과 '혹시나 다른 결말'이란 희망만큼 '내가 선택한 죽음'이란 주제가 곳곳에 드러나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윌 트레이너는 끔찍하기만 한 사지마비 환자의 생을 스스로의 선택으로 마감하려 합니다. 빗발치는 가족의 만류에도 불구 마음을 굳히죠.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늘 그렇듯) 그의 삶에 등장한 여자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녀 또한 마찬가지로 예상치 않게 만난 그를 사랑하게 되죠.
아슬아슬한 줄타기처럼 사랑을 키워가던 윌은 사랑하는 클라크를 두고도 결.국. '선택적 죽음'을 맞이합니다. 제발 옆에만 있어 달라는 클라크의 외침을 외면하고 떠납니다.

<미 비포 유>에는 '선택적 죽음'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이 존재합니다.
주인공 윌은 확고하게 선택적 죽음을 고수하는 반면, 클라크(그녀의 가족을 포함)는 사회적.도의적으로 잘못됐다 생각해요. 윌의 엄마는 그의 유년시절 기억에 사로잡혀 현실을 부정하고, 윌의 아빠는 거리를 두고 냉정히 바라봅니다.
이러한 시선 속에는 '선택적 죽음'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의가 생략되 있습니다. 마치 조조 모예스가 일부러 '연애 소설'이란 장르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에요. 작가가 일부러 연애소설이란 장르를 골라 논란의 중심인 '정당성'을 '선택'의 문제로 치환시킨듯한 생각이 듭니다.
윌의 선택이 옳은가 그른가 대신, 윌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소설의 포인트에요. (그는 사랑하는 그녀를 놔두고 선택적 죽음을 택합니다)

선택적 죽음....
자신의 죽음을 자신이 결정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분명합니다만, 선택적 죽음이 그저 '자살'이 아닌, 엄격한 규제와  품위가 깃들어 있다면 어떨까요.
우리가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생명 존중'이란 윤리의 실현 통로가 꼭 '자살'이어선 안된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먼 훗날, 윌 트레이너처럼 선택적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위치가 된다면, 저는 윌과 같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떠나지 말아주세요 / 사랑하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에요... 라는 통속성 대신, 상대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설령 그것이 내 슬픔을 가중시키는 것이라 하더라도 의연히 감내하고, 상대방 부재로 인한 본인의 외로움에 어찌할 줄 몰라 슬픔에 함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누군가의 부재를 슬퍼하는 것은 그의 부재로 인한 내 정체성이 상실되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나를 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 나는 어떻게 살라구요...라는 통속성에 익숙해서일까요.

"어느 날 당신이 지금보다 나한테 화를 덜 내게 되고 또 마음도 가라앉으면, 나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또, 이로써 당신은 나를 만나지 않았던 때보다는 훨씬 더 좋은, 아주 멋진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요."

라고 말하는 윌과

"언니(클라크)는 아직 모를지 몰라도, 언니는 모든 게 달라졌다는 걸. 이제 윌 트레이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언니는 이곳에 머무르지 않을 터였다. 언니에게서 낯선 분위기가 풍겼다. 언니만의 깨달음과, 언니가 본 것들, 언니가 가본 장소들의 향기가 풍겼다. 우리 언니는 드디어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것이다."

이렇게 변한 클라크가 훨씬 더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라는 연애소설다운 문장까지.

적당한 몰입도와 선택적 죽음을 둘러싼 성숙한 사랑까지 (꼭 죽어야 성숙한건 아닙니다. 성숙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서 보여지는 게 아닐까요)... 여전히 인기있는 베스트셀러의 적당한 이유를 찾기에 충분한 작품입니다.

 

 

 

 

 


읽은 날 2014. 5. 20    by 책과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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