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바흐 : 영국 조곡 3번 외
DG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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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분 말에 동감. 수없이 들으면 들을수록 빠져든다. 정말 훌륭한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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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날씨의 아이 : 한정판 (3disc: 2D +부가영상BD + OST) - 포토북+대본집+엽서(6종)+가사지
신카이 마코토 감독, 다이고 코타로 외 목소리 / 알스컴퍼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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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리콜 디스크가 몰입감이좋고 여러 면에서 우수합니다만, 디스크에 왜 스크래치가 여러 개 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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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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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2020)  by #도노하루카 #遠野遙 #시월이일 #아쿠타가와상 


"바다가 잘 보이는 방이 나았을까. 그러나 바다는 빛나지 않으니까 밤이 되면 깜깜한 어둠뿐이다. 보이지 않는 건 그곳에 없는 거나 다름 없다.“ (p. 54)


16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 1991년생 젊은 미남 작가, 게이오기주쿠대학 법대를 졸업한 도노 하루카의 작품 ‘파국’을 읽었다.





이 책 출판사에서 내건 홍보 글귀는 이것인데,


“그 기분 나쁜 여자는 잘 살펴보니 얼굴이 예뻤다.”


그래서 이 소설이 굉장히 파격적이고 충격적일 거로 생각했다. (사실 이 글귀는 작품의 핵심을 축약한 것이라고 본다.)


역대 ‘젊은’ 아쿠타가와 수상작가들이 쓴 작품들은 대체로 기괴한 면이 있었다. 


내가 꼽는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피어싱 만 봐도 그렇지 않았나.


그 작품들에는 독창적이고, 신랄하고, 신박한 면들이 있었다.


이 소설은 뭐랄까, 그런 작품과는 좀 달랐다. 


회색 빛깔, 불분명하게 모호한, 그래서 심사위원인 오가와 요코가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 도사린 위화감이라고 평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 요스케는 사립대 법대 4학년생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럭비팀의 코치로 후배들을 훈련시키고, 매일 건전하게 몸을 단련하는 근육의 남성.


“범죄자가 붙잡히는 건 좋은 일이다. 죗값은 치르게 해야 한다.” (p. 12)


사회 규범과 질서를 충실히 따르고, 공무원이 될 미래에 방해받지 않게 행동도 조심하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내재한 성적 욕망과 본능이 강하다. (건강한 남자의 보편적인 성욕이라 볼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부족함 없는 인물인지라 늘 여자친구가 있고, 자기 삶에 대한 원대한 계획이나 포부보다는 ‘보이는 안정성’에 주목하는 젊은이의 모습을 띠고 있다. 


사실 요스케는 정말 ‘보편적인 사람’인데다, 스토리 자체가 파국과는 다른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혔기에, 이 소설이 담은 ‘의미’를 찾는 것은 어려웠다.


당연하게 주어진 현실이기에 그리 슬프지 않고, 내 육체적 감각과 연결되지 않은 타인의 감정은 굳이 이해할 필요 없으며, 그때그때 본능에 충실한 채 사회적 규범과 나름의 도덕에 어긋나지 않게 살아가는 정도면 적당한, 보편적인 인생. 


그런 인생에서 ‘의미’ 같은 것은 불필요할 뿐이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소통의 오류로 숨바꼭질하는 청춘들의 갈 곳 잃은 ‘의미’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다.


요스케처럼 몸은 다 커버린 ‘근육 갑옷’을 걸치고 있지만 내면은 텅 비어 있는 '좀비' 같은 이들.


요스케는 아카리라는 여자를 만난다. 


미성년자로 묘사되는 아카리는 요스케를 만나면서, 요스케는 아카리를 알아가면서, 보이는 육체적 탐닉에 집착했던 그들의 관계가 보이지 않는 감정의 차원으로 얽히고 결국 붕괴의 위험에 처하는데…….


문체는 건조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는 친절하지 않다. 


글에서 상당히 하루키적인 서사 구조도 엿보이긴 했지만, 하루키만큼 솜씨 있는 이야기꾼이라 하기는 뭣했다. 그러나 긴장감을 조성하는 특유의 필력은 훌륭했다.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의 화자인 주인공 요스케의 감정은, 주로 ‘보는 것’ ‘맡는 것’ ‘닿는 것’ 등의 원초적 오감에 집중되어 있다. 


“여자가 예뻤다.” “만졌다.” “보는 것이 좋았다.” “냄새가 났다.” 다양한 냄새와 다양한 빛깔 등 타인들을 감각으로 인식해 자신의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라면,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은 주변 인물인데, 그것들도 추상적이고 불완전한 느낌이라 온전히 다 파악하기 어렵다.


어쩌면 작가는 이 소설에서 ‘보이는 의미’를 철저히 숨겨두고, 읽는 이 각자의 몫으로 남겨둔 건지도 모른다. 숨바꼭질처럼 말이다.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쉽다. 육체로 말하는 것은 때로는 더 큰 설득력을 행사한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감정을 꺼내어 소통하는 것은 어렵고 고달프다.


그것이 보편적인 인간들이 마주하는 보편적인 삶의 모습이다. 


그런 삶이 건네는 공포와 위기.


그것이 이 소설이 지향하는 진정한 ‘의미’였다면,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 수상작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의 우리를 진정으로 두렵게 하는 것은 어떤 신박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삶의 붕괴에서 오는 것일 테니까. 


"솔직히 말하면, 저는 상대가 요스케 선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p. 189)




#일본소설 #서평

바다가 잘 보이는 방이 나았을까. 그러나 바다는 빛나지 않으니까 밤이 되면 깜깜한 어둠뿐이다. 보이지 않는 건 그곳에 없는 거나 다름 없다. (p. 54)

솔직히 말하면, 저는 상대가 요스케 선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p.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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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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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기보단 한 개인이나 연인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혔다. 그것을 ‘파국‘으로 연결시킨 작가는 아직 순수한 양심과 선함의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지도. 보편적인 이야기를 사소하지 않게 끌어낸 작가의 역량은 우수했다. 인물들은 이루지 못한, 작가의 ‘미래‘도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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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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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추리소설을 읽었다.


나와 현실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느껴진 책이었다. 


추리소설이 얼마나 현실적일 수 있나, 물론 의문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가능했다.


대부분 사람에겐 고등학교 시절이 있고, 반과 교실이 있고, 학우들과 부대끼며 살아간 시간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표현대로 ‘능력자배틀물’, 학원물, 약간의 순정물도 얽혀 있는 작품이다.


내가 추리소설에 대해 좀 무지해서, 이런 조합이나 초능력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신선했다.


이 책에선 초능력을 받게 된 학생들이 등장한다. 


학교의 전통으로서 전수된다는 점에서 온다 리쿠의 #여섯번째사요코 를 생각나게 했다. 그 책도 아주 매력적인 책이다.


주인공 가키우치 도모히로가 재학하는 기타카에데 고교에서 의문의 연쇄 자살 사건이 발생한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 동기와 범인을 찾는 것이 주 내용인데, 교내 초능력 보유자들이 서로 얽혀 범인을 추적해가며 자살 뒤에 숨겨진 처절한 내막을 밝혀낸다.


각 반끼리 연합하여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화기애애하기만 한 교실 풍경 속에 느닷없이 발생한 자살 사건.


죽은 이들은 반에서도 인기 많았던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유서는 이러했다.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p. 36)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이지만, 정작 진심으로 애도한 사람은 있었던가.


이 책은 고등학교 시절 겪어봤을 그때의 감수성과 감정, 생각들을 세심하게 그려낸다. 


세상의 소음에 끼고 싶지 않은, 혼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나의 신념을 위협하는 타인들. 


그런 것들에 저항하고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살기처럼 끓어올랐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작가는 그런 인간과 또 그렇지 않은 인간에게 공평히 초능력을 쥐여 주고 그것이 어떻게 발현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애초부터 그 초능력은 무엇을 위해 존재했던 걸까. 


"법이 닿지 않는 세계니까, 어른들의 눈이 닿지 않는 세계니까, 능력이라는 비상식적인 면이 끼어든 세계니까, 우리끼리 확실하게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거야.“ (p. 280)


책에서 소쉬르의 언어학과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등이 인용되기도 한다.


그런 인용들이 과한 느낌도 있긴 했지만, 누구나 고등학교 시절엔 유난히 철학에 심취하기도 하고, 니체를 신봉하기도 하는 등 지극히 그 시절다운 산물이라고 여겨졌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싫어도 좋은 척을 하고, 친구들이 입지 말라는 옷은 입지 않고, 좋아하던 액세사리도 빼야 했던. 친구들 사이에선 유난히 소심했던 아이. 


그것이 서로를 케어한다는 의미, 우정의 방식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당시에는 힘들었다. (물론 그 친구들하고 여전히 잘 지낸다. 하지만 과거의 잔재는 남는다.)


“그런 지긋지긋한 바보들과의 공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고 해도 영원히 끝나지 않아. 평생, 요람에서 무덤까지, 거지 같은 바보들의 지배는, 공존은, 영원히 계속 될 거야. 그 누구도 너를 혼자 두지 않을거라고.” (p. 329)

 

물론 나는 이렇게까지 비관하지 않는다. 친구들의 진심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는 나도 이렇게 외치곤 했다.


“앞으로 일 년 반, 그저 그만큼의 인내, 그러면 이 우리에서 탈출할 수 있다.” (p. 357)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이유로 외친다.


윗집 아이(와 늘 몰려오는 친척들, 수시로 가구 찍는 소리 등) 층간 소음으로 나는 매일 절망으로 무너진다.


앞으로 1년 반은 우린 이사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내게는 무조건 참는 길밖에 없다.


앞으로 1년 반만. 


고등학생 시절을 훌쩍 지난 지금도 타인과 더불어 사는 우리의 삶에는 이런 간절하고도 고통스러운 외침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왜 인간은 타인들과 억지 조율하며 살아야 하는가. 그런 사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왜 불평등하게 어울리며 살아야 하는가. 무신경한 타인들이 빚어내는 폭력에 왜 내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모두, 다함께. 라는 건 농담일뿐.

 

덮으면 끝이었던 추리소설을 이렇게 곱씹어본 것도 처음이다.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존재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위로해준 소설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는, 결코 나를 혼자가 되게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키우치도 꼭 협조해 줘. 다 같이 다시, 조금씩 즐거운 반을 만들자.”

 

나는 그래, 라고 대답하며 고요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 함께, 말이지.” (p. 82)

 

법이 닿지 않는 세계니까, 어른들의 눈이 닿지 않는 세계니까, 능력이라는 비상식적인 면이 끼어든 세계니까, 우리끼리 확실하게 질서를 유지해야 하는 거야. p. 280

앞으로 일 년 반, 그저 그만큼의 인내, 그러면 이 우리에서 탈출할 수 있다. p.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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