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단의 목소리 1~3 세트 - 전3권 (완결) - 탑꾸 세트(포토카드 4종 + 탑로더 1종 + 스티커 1종)
정해나 지음 / 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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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도 그렇고 마치 종교 서적처럼 디자인해서 성경 주석이나 관련 시리즈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다윗과 요나단을 모티브로한 퀴어 만화였군요. 저처럼 헷갈리지 않도록 또 구매에 참고하도록 표기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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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고음악 악기 가이드: 중세에서 고전까지 [8CD+200p Book]
고마르 (Thierry Gomar) 외 연주, 라 쁘띠 방드 (La Petite Bande / Ricercar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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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의미있고 훌륭한 컬렉션인데 안에 시디들의 기스가 매우 많더군요. 빽빽한 종이 슬리브에 밀어 넣는 거라 유통 중 기스가 많이 생긴 것 같은데, 그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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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얼음 : 글렌 굴드의 삶과 예술
케빈 바자나 지음, 진원 옮김 / 마르코폴로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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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던 책이 번역되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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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빛 매드 픽션 클럽
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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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렇게 되길 바랐어. 내 소원대로 쓰나미가 와서 모두 죽었어! 대단해, 모두 죽었을 거야. 틀림없이 다 죽었을 거야. 그치? 유키 형!” (37)

 

섬을 소재로 한 소설을 읽다 보면 섬이란 공간의 폐쇄성과 퇴폐적인 분위기를 곧잘 마주한다.

 

섬은 그렇다. 고립된 만큼 그 안의 사람들의 유대감과 집단의식은 더없이 강하다. 그들의 세계는 외지인이 감히 발도 붙일 수 없는 성역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들만의 공화국이 쓰나미로 한순간에 휩쓸리고 모두가 죽는다.

 

살아남은 이는 중학생 노부유키, 미카, 초등생 다스쿠, 그리고 세 명의 어른뿐.

 

이야기의 진정한 시작은 여기서부터다.

 

세 아이는 앞으로 지독한 운명으로 갈라지게 된다.

 

노부유키와 미카는 그 섬에서 태어나 자란 친구이자 유일한 동급생으로,

 

그에게 미카란 존재는 이 고립된 섬이 제공한 단 하나의 운명의 짝이었다.

 

쓰나미가 섬을 공격하기 전부터 미카는 노부유키의 여자였다. 노부유키만의 여자였다. 미하마 섬에서 태어나 자랐고, 모두가 사라진 미하마 섬에 또다시 인간을 늘릴 수 있는 사람은 노부유키와 미카뿐이었다." (56)

 

지구 최후의 인류 한 쌍으로 관리되고 실험당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노부유키는 미카를 사랑한다.

 

그 둘과 함께 생존한 다스쿠는 부친에게 살인에 가까운 폭력을 당하는 어린아이로, 먼 친척뻘인 노부유키를 형처럼 따르나 노부유키는 그를 혐오한다.

 

쓰나미로 초토화된 땅 위에서 노부유키와 미카는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목격된다.

 

깊은 바다 바닥에 잠든 비밀을 불러내려 하는 자는 모두 매장시켜야 한다. (233)”

 

마호로 역과는 상반된 미우라 시온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검은빛폭력에 관한 얘기다.

 

폭력이 우리 일상 생활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의 감정이 어떻게 휘둘리지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사건은 잘 기억하면서 남을 괴롭힌 것에 대해서는 잘 잊는다. 모순이다. 그런 삶의 풍경을 드러내고 싶었다.”

 

(2009.08.10. 중앙일보)

 

 

세 사람은 쓰나미라는 공통적인, 불합리한 폭력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이다.

 

살아남은 것을 기뻐할 수 없던 그들의 인생은 깊은 허무주의에 지배당한다.

 

노부유키는 미카와의 더 끈끈한 유대감을 갈구하고,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 택한 수단은 폭력이었다.

 

폭력을 헤쳐 나가며 너와 나는 살아남았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몇 번이라도 죽여줄 테니, 안심하고 숨쉬면 된다."(239)

 

한편, 어른이 되어서도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한 다스쿠는 어릴 적 자신에게 유일하게 반응해주던 유키 형의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며 비틀린 방식으로 맴돈다.

 

직접적인 폭력은 아니더라도 그 이상의 불행을 초래한 미카는 가장 찬란한 빛 속에서 가장 짙은 기만을 품은 인물이다.

 

폭력이라 하니 나는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흙속의 아이가 떠올랐다.

 

부친에게 생매장까지 당할 만큼 폭력을 당한 남자가 희망을 발견하는 얘기지만, 이 소설엔 없다.

 

각자의 입장에서 폭력의 방식을 달리했을 뿐, 서로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는 그들의, 순수했던 유대감은 그날 쓰나미와 함께 매장된 것이다.

 

죽음 앞에서 함께 살아남았는데 결국 서로를 상처입히는. 여전히 셋은 섬에 갇혀 유랑하는 존재들이라는 게 퍽 측은하다.

 

책을 덮고 내 마음에 두 사람이 남았다.

 

가장 안쓰러운 인물과 가장 난해했던 인물.

 

후자로 말하자면, 상식적이고 온화한 겉모습에 속은 괴물의 심연을 품은 그의 인간성은 쓰나미의 유무와는 상관없어 보인다.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인간적인 혹은 인간적이고 싶었던 인물이 진짜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폭력앞에 자신의 합리적 입장을 추구하는 가해자와 그 주변인들이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그것이 작가가 의도한 검은빛의 실체라면,

 

폭력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다. 스스로를 만들어낸 장소...... 일상 속으로.” (359)

 

머리 위에 칼을 둔 듯이 숨죽이며 사는 매일의 지옥이 더 가혹하다는 말을 하는 걸까.

 

어디에도 도망칠 수 없다고.

 

갑자기 내 가슴에 슬픔이 확 밀려온다.

 

당신은 본 적이 없겠지? 새카만 하늘에 희고 큰 달이 뜬 모습을. 달빛이 밤바다에 하얀 길을 만들지. 정말 아름다워.” (121)

 

 

 

p.s. 마호로 역 시리즈를 읽고 나서 이 작가의 다른 소설이 궁금했다. 내용에 대한 정보 없이 받자마자 곧장 읽었는데, 취향에 맞아서인지 참 재밌었다. 읽고 나면 서글퍼진다. 위 글의 마지막 대사는 다스쿠가 노부유키의 아내에게 해준 말이다. 쓰나미 이후 과거를 봉인하며 사는 두 사람과 대조적으로 그때를 추억하는 유일한 인물이 다스쿠인데, 다스쿠의 한자가 (도울 보)인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2022.01.15.)

폭력을 헤쳐 나가며 너와 나는 살아남았다.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몇 번이라도 죽여줄 테니, 안심하고 숨쉬면 된다. (239)

폭력은 다가오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다. 스스로를 만들어낸 장소...... 일상 속으로. (359)

당신은 본 적이 없겠지? 새카만 하늘에 희고 큰 달이 뜬 모습을. 달빛이 밤바다에 하얀 길을 만들지. 정말 아름다워.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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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 고딕
실비아 모레노-가르시아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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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 고딕’은 1950년대 ‘탈식민시대’의 멕시코의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한, 현실과 환각, 역사와 역설, 과학과 미신, 고딕과 로맨스 등이 혼재한 고딕 소설로,

도일 가에 시집간 후 폐인이 된 사촌 카탈리나를 구하기 위해 도일 가에 뛰어든 노에미가 진실에 접근하면서 알게 된 도일 가문의 무시무시한 비밀과 저주의 이야기다.

*

“사랑을 위해 지어진 집이 아닙니다.... 우린 사랑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233)

이 소설은 1950년대의 멕시코. 스페인의 식민지 시대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1810년 멕시코의 독립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활발했던 영국인의 채광 사업이 중단되면서 잔류하게 된 도일 가문은,

엘 트리운포의 산골에 ‘하이 플레이스’라는 영국식 저택에서 모국 영국의 모습과 전통을 그대로 따르며 외부와 고립된 채 살고 있다.

멕시코 여성인 노에미의 사촌 카탈리나는 외아들 버질 도일과 결혼했지만, 거기 살게 된 이후 유령이 보인다면서 정신착란, 몽유병 등 이상 행동을 하고 불길한 기운이 가득한 편지를 노에미에게 보낸다.

멕시코시티에 살던 노에미는 카탈리나를 만나러 도일 가를 방문한다.

주변은 묘지이고 300년도 더 된 대저택에는, 도일 가문의 가주이자 노인 하워드 도일, 그의 조카 플로렌스, 그녀의 아들 프랜시스, 그리고 카탈리나의 남편이자 아들 버질이 세 하인들과 살고 있다.

집안 사람들 모두 무언가를 숨기듯 음침한 기운이 가득하고, 카탈리나의 상태는 갈수록 나빠지고, 형부 버질 (=잘생긴 개자식)은 노에미를 숨막히게 한다.

건강했던 노에미마저 소름끼치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며 쇠약해진다.

“공기가 무거운 집이 있어요. 사악한 기운이 내리눌러서 공기 자체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집인 거죠. 그 기운은 죽음일 수도 있고 다른 무언가일 수도 있어요."(199)

마을의 민간치료사 마르타에게 기묘한 이야기를 듣는 노에미.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이 집 사람들의 불안하게 끈끈한 유대감. 그들의 침묵.

빗장처럼 무거운 비밀과 저주가 드리워졌음에도 노에미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주체적인 삶이라. 알아챘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중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아버지는 내가 여기서 살길 바라셔. 아내는 병이 들었고. 늘 똑같은 이야기지. 우린 여기서 살아야 해.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모르겠어?” (251)

대체 이 집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과연 노에미는 카탈리나를 구하고 함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

이 책의 강점은 ‘재미’이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저자는 과학기술학 석사에 우생학 관련 논문도 쓴 학자이다.

고국 멕시코의 상흔을 꺼내 보이는 역사의식과 서구 열강들에 대한 비판적 태도, 인류학과 역사학에 대한 통찰력도 작품 곳곳에 담겨 있다. 다수의 저자와 논문을 인용하기까지 한다.

파워스의 소설도 그랬지만, 서사를 위한 논리적 자료를 충분히 뒷받침하여 소설의 격을 높인다.

그게 덫이 된 걸까. 탄탄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자기모순과 역설을 피하지 못한 것은.

작가가 후기에 직접 쓴 ‘역설적 유산’의 되풀이된 해석이 보인다.

식민지 시대의 유령에 사로잡힌 두 멕시코 여성, 노에미와 카탈리나.

영국인 도일 가문이라는 ‘악의 축’을 내세워놓고 그들에게 희생된 멕시코인들을 대표하는 후대의 소극적인 활약은 실망스럽다.

아마존의 어떤 리뷰어가 지적한 만큼 가장 큰 모순은, 그들이 사랑에 빠진 대상이 하필 식민지 시대 때 착취한 영국인들이라는 거다.

금발 머리에 벽안, 흰 피부, 스페인어 대신 오직 영어만을 쓰는 도일 사람들.

노에미는 카탈리나가 그랬듯이 이들에게 매료되어 간다.

도일 사람들의 입에서 계속해서 우생학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그들이 선택한 최고의 여성이 그녀라는 설정은, 모순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작가가 혐오하는 우생학 이론을 다른 방식의 가능성으로 열어두는 마무리도 영 개운치 않다.

허나, 작가의 숭고한 신념이나 문제의식이 ‘단지 거들뿐’이고, 쫀득쫀득한 고딕 로맨스 소설로 즐긴다면 이런 비판은 무용할 테다.

오랜만에 서구 감성 느끼며 정말 재밌게 읽었다.

그나저나 멕시코의 대표 작물이 할레피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먼.



사랑을 위해 지어진 집이 아닙니다.... 우린 사랑을 할 수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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