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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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2019, 2021) #365dni #블란카리핀스카 #다산북스

 

네 허락 없이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거야. 그 점 명심해.” (155)

 

자신이 5년간 꿈에서 봤던 뮤즈 같은 여자를 실제로 찾게 된 이태리 거물 마피아의 가주 마시모(32)는 그녀 라우라 비엘(29)을 납치한다.

 

마시모는 365일의 기한을 잡고 그녀가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도록, 게임 아닌 게임을 제안한다.

 

주도권은 그가 가진 듯이 보이지만 그녀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게임에 농밀하고 적나라한 육체관계, 아슬아슬한 밀당, 다툼, 저항, 인정, 고백, 확인 등의 절차들이 따른다. 성인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 성애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폴란드의 작은 시골 마을 출신에 대학교도 나오지 않은 (본인 스스로 그렇게 소개) 라우라는, 스스로의 힘으로 호텔 세일즈 매니저 자리에 오를 정도로 능력도 있고, 167 센티, 50킬로도 안 나가는 가냘픈 체구에 매끈한 복근과 균형 잡힌 가느다란 다리, 탄력 있고 탱탱한 엉덩이를 가진 미녀.

 

남주 마시모는 또 어떤가.

 

최소한 192 센티는 되고, ‘이마 위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세심하게 손질한 짧은 수염으로 덮인 턱선, 그린 듯이 도톰하고 아름다운 입술, 어떤 여자라도 마음에 쏙 들어 할 만큼 완벽한 외모의 소유자다.

 

그러니까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는 이 소설의 여주는 잘생긴 남주에게 처음부터 호감이 있었고 그 호감은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납치를 당했는데도 그녀는 그 납치에 대한 불쾌감과 두려움을 그의 탁월한 외모나 집안 후광, 엄청난 재력으로 금방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납치는 그저 두 사람이 만나는 동기나 사건의 공간을 제시해주는 용도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어떤 강압으로 이뤄진 강제적인 관계라기보단, 서로 느끼는 진심을 숨긴 채 육체를 내세워 희롱하는 유희,

 

내 마음을 뺏어봐로 시작해 뺏었다로 도달한 후 끝나지 않은 어느 미묘한 지점에서 1부가 막을 내린다. 2, 3부가 예정되어 있다.

 

내게 이 책의 장벽은 여주였다. 솔직히 공감이나 이입이 되지 않았다. 로설에서 그건 정말 치명적인 아쉬움이다.

 

여주의 마음과 몸이 서로 다른 모습을 띤다. 마음은 그렇지만 몸은 그렇지 않은.

 

어찌 보면 그것이 여주의 내적 갈등이나 번민일 수 있는데, 작가의 필력이 그것을 담기에 전혀 깊지가 않아 여주가 그저 명품과 미남이면 금세 누그러지는 속물처럼 보이기도 했다.

 

땍땍거리면서도 자신이 취할 이득은 누리고, 자존심을 내세우지만 결국 그가 하란 대로 다 하고, 때론 그보다 한술 더 떠서 도발한다. 수습은 못 하면서 전부 그의 탓으로 돌린다.

 

마시모가 떠나라고 할 때는 또 떠나지도 못하다가 한 번씩 픽픽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것은 덤.

 

그런 그녀의 매력은 오직 마시모를 황홀하게 해주는 S 스킬에서 빛을 발한다.

 

마시모에게 도도하게 맞서면서도 자꾸 그의 육체적 매력에 굴복해 이도 저도 아닌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반복되자, 도대체 작가가 왜 이런 여주를 설정한 건지, 문화나 정서의 차이인지 혼란스러웠다.

 

이하는 라우라가 마시모에게 구속되어 있으면서 그에 대한 저항감보다는 육체적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장면의 예.

 

잘 빗은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흩날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관능적이고 유혹적이었다.

아냐,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돼. 난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친 다음 더듬대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요.” (86)

 

잠시 후 폭주하던 아드레날린이 잦아들며 정신이 조금 돌아오자, 드디어 상황이 파악되었다. 지금 나 뭐하는 거야?

잠깐! 그만둬요!”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를 밀어냈다. (109)

 

로맨스 소설에서, 여성이 남성을 황홀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혹은 그런 파트너로서의 존재감만이 부각될 때, 나는 흥미를 잃는 편이다. 그렇다고 걸크러시 마니아도 아니다.

 

나로선 여자를 리드하고 배려하는 남주, 거기에 화답하면서 남자의 가슴에 소리 없이 스며들어 그를 움직일 수 있는 굳건한 여주를 좋아한다. 결국은 다른 방식으로 대등하게 서로의 존재의 균형을 이룬 관계 말이다.

 

이 소설은 어떨까.

 

롤러코스터처럼 강렬한, 전기가 찌릿하는 육체적 탐닉이 있다. 선남선녀의 섹시한 몸, 호화별장, 요트, 클럽, 명품이 있고, 마피아 재력이 있다.

 

그러나 왜 서로를 사랑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365일이 지나도 영영.


마시모는 동물적인 욕망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으로 나 자신을 그에게 바치기를 원했다. 그는 나의 모든 걸 소유하고 싶어 했다. (164)

가끔 당신은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는 것 같아. 널 위해서라면, 너와 함께 있을 때면 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하지만 너 아닌 다른 인간들에게는 그러지 않을 거야. 난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야 해. 그날이 아니었더라도 머잖아 널 납치했을 거야. 시간과 방법의 문제였을 뿐이지. (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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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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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변하지 않은. 한국문학 자정을 위한 목소리 낸 분만 우스워졌구나. 여전히 큰 출판사의 비호를 받으며, 책 제공 받은 서평단의 든든한 배경까지 곁들인 순조로운 재기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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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6 세트 - 전6권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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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듦새 훌륭합니다. 멋진 작품이 탄생했군요. 다만 다른 구매자분이 지적한 대로 용어집이 따로 낱권으로 제작이 되었거나, 바로 볼 수 있게 편집이 되었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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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비승직기 1~2 세트 - 전2권
선등 지음 / 루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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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 작가의 작품을 팔아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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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애는 머리가 나쁘니까
히메노 가오루코 지음, 정수란 옮김 / 연우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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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청춘, 사랑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신랄한 통찰과 섬세한 관찰이 돋보였다. 근래 일본 대중 소설에서 쉽게 찾지 못했던 사회파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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