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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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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는 호(號)가 없다. 난체하는 사람들이 먼저 짓는 것이 호인 세상에 리영희 선생은 그 흔한 호가 없다. 스스로 짓지 않으셨으리라. 설혹 지었다해도 앞다퉈 새기는 모습은 저서의 어디에도 보이질 않는다. 그런 행위조차도 허영이라고 보셨던 것일까? 그 만큼 자신의 삶에 철두철미한 사람은 흔치 않다. 선생의 평전을 읽으며 내내 남아 있는 것은 그 철두철미함이다. 천성이 그러한 사람도 있으니 그러려니 할 수 도 있겠지만, 대개 사람은 어려움에 빠지거나 유혹이 있을 때 자신에 대한 철두철미함이 와르르 한순간에 무너진다. 그것이 어쩌면 평범한 사람들이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시대와 역사의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 선생의 지사적 삶에서는 개인의 영달을 위한 무너짐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것이 선생이 살아온 궤적이 필부들과 다른 이유가 아닐까?

어쩔수 없이 선택한 군대시절에 선생은 그 지조를 지키는 계기를 만난다. 그것은 술자리에서 있었던 기생과의 일화이다. 그 명민한 기생은 호기를 부리려는 선생에게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벼락을 맞은 듯한 충격을 받은 선생은 그 일을 통해 전존재가 내면에서 산산히 부셔저 내리는 심정을 감싸안고 인간적으로 더욱 숙성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7년간의 군생활, 사실 전쟁통의 군대라는 것은 온갓 부정가 비리가 만연했으리라. 그 속에서 자신을 다잡고 철저히 개인의 일에 매진하는 생활을 유지한다는 것은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닐것이다. 그만큼 선생의 픔성은 특출났다고 본다.  

제대후의 삶부터는 고난의 연속이요, 형극의 길이다. 시대의 부름과 역사의 격동에서 가련한 한 인간으로써 최선을 다하고 1인분 만큼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다짐과 실천은 특별하다. 선생의 그것은 단지 지사적 객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대항하고 민중과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는 커다란 시각으로 견지되었다. 선생은 학습을 게을리하지 않아 주야로 획득한 어학, 글쓰기 실력으로 누구보다 빠르고 치밀하게 세상을 앞날을 예측하고 과거를 돌아보는 필봉을 휘날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귀감이 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필연적으로 권력자들의 미움과 시기를 동반한 강한 탄압을 받기 시작한다. 그 탄압은 본격적으로 박정희정권때부터 시작하여 군부정권 30년 내내 계속된다. 투옥과 해직을 반복하는 와중에 생계를 꾸리기 위한 선생의 일은 지식인으로써 자신을 파악하는 것을 통해서다. 철저히 지식인됨을 자각한 선생의 각오와 생활에 대한 자세는 더욱 견고해진다. 가히 철옹성같은 성정을 가꾸기에 이르는 선생이다. 탄압과 더불어 선생의 기자로써의 예리한 감각, 정세에 대한 탁월한 분석들은 내외의 관심을 받게되고 지천명에 이르러서는 사상의 은사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화갑을 지나면서 선생은 우상과의 싸움을 평생했지만 스스로 그것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자각하고 철저한 반성과 회한의 시간을  갖는다. 어느 정도의 명성을 획득한 사람들이 나이을 먹을수록 눈앞의 그것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말년을 그야말로 추하게 보내는 경우를 우리는 숱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선생은 그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나이를 먹을수록 자기반성과 연구에 게을러하지 않는다. 억세고 끊임없이 부딪힌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며 좀 더 부드럽게 사고하고 쓰자는 속내를 많이 드러내고 있다. 어느덧 병약해진 자신을 돌아보며 선생은 자신의 역할은 이제 다 되었노라 선언한다. 이제는 후대의 몫이 남아 있고, 자신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면 되는 것이라고. 부드러움과 강함이 이토록 적절히 조화된 예는 매우 드물다. 선생이 일생의 스승으로 삼은 뤼쉰과 장일순 선생들 처럼, 아니, 선생은 어느 면에서는 그들을 뛰어넘으신다. 누구의 말처럼 종교인이 아니면서도 여는 종교인보다 더 뛰어난 깨달음을 보여주시는 선생이다.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써의 선생 같은 역할을 맡는 사람이 앞으로는 나오기 힘들것이다. 그것이 서글퍼 저자인 김삼웅선생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저자의 노력으로 선생의 삶과 더불어 압축된 현대사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저자의 노력에도 경의를 표한다.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육성으로 행한 현정부에 대한 매서운 질타는 그들에게 뜨금함을 안겨주었을 것이다. 또한 현실에 안주하고 욕망에 들끓어 있는 많은 사람들을 깨우는 사자후로써 한반도에 메아리쳤다. 그야말로 마지막 가시는 그날까지도 시대속에서 선생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셨다. 이 위대한 삶을 산 거인은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씀을 힘겹게 하셨다. 그 말씀을 아로새겨 최소한 불의에 타협하거나 욕망의 용광로를 끓어 안는 짓은 안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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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2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2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금토일 주지육림에 빠져 있다가 (주지육림이라고 해서 별건 아닙니다. 막걸리, 소주, 그리고 달구의 염통을 안주로한 겁니다. 그 와중에도 이틀은 아주 잠깐 이지만 달도 쳐다보았습니다.) 

문득, 너무한다 싶어 가토마사오 9단의 바둑을 놓아보았지요. 그는 대마킬러라는 별호가 있었지요, 참 많이도 상대의 돌을 잡아 죽였(?)을 겁니다. 얼마전에 좀 이른 나이에 돌아가셨지요. 이 바둑은 가토9단이 흑으로 169수 만에 불계승한 바둑인데, 상대편의 대마를 죽인거는 아닙니다. 유혈이 낭자한 것은 아니지요. 어찌보면 참 부드럽게, 시나브로 상대를 이겼다고 하는게 맞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부드러운게 좋은거 같긴합니다. 

홍대 노조사태가 1차 타결되었다는 뉴스가 반갑습니다. 월급 75만원에서 93만원으로 인상, 식대 5만원 지급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하더군요. 극단으로 치닫지 않아 다행입니다.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는 구조가 매우 취약한 한국사회 현실이 새삼스럽습니다. 한편을 죽이지 않고 각자도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1권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는데, 2권 들어가기가 힘드네요.  

그동안 저자인 문용직 기사는 중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고, 그분의 텔레비젼 해설은 참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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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21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구가 말이죠, 닭을 말씀하시는건가요? 아하하, 잘 모르겠어요.

저는 방금 전세난에 대한 뉴스를 보고 분개 중이었는데
홍대 노조에 대한 문구를 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군요.
'한편을 죽이지 않고 각자도생할 수 있는 사회' 이 문구가 퍽 꽂힙니다. ^^

쉽싸리님, 좋은 한주되셔요~

쉽싸리 2011-02-21 10:14   좋아요 0 | URL
네, 닭모래주머니, 속칭 똥집이라고하죠.ㅎㅎ

용역업체하고 타결된 거고 학교측하고의 협상이 별도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노동자 7명을 고소,고발해 놓은 상태고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한 주 시작입니다. 으랏차, 제겐 매우 중요한 한주죠.
잘 보내세요!!

2011-02-23 0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23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 - 식품법 100년이 숨겨온 밥상 위의 비밀과 진실
송기호 지음 / 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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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에 대한 전문변호사이자 아울러 식품에 대해서도 전문성을 발휘해온 저자의 책이다. 이책에서는 한국의 여러 식품관련법(왜 이리 많은지,,)에 대해 그 역사와 구성을 살피고 그리고 대안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식품법의 뿌리가 되고 있는 일제 통치시기의 법령이 아직도 바뀐 부분이 많이 없거나 바뀌었어도 최근임을 감안하여 법을 살필것을 주문하고있다. 각각의 법령이 관료중심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실제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이지 않은 인적구성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이런 문제제기를 기반으로 새로운 식품법체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공감되는 바가 많다. 그런데 실제 그렇기 하기 위해서 길이 좀 멀어보이긴 하다. 관료 중심의 법체계에서 소비자들의 몫도 확대되어는 방향이 있어야 겠는데 그럴려면 아무래도 소비자 중심 그룹의 활성화가 필요하겠고 그것을 바탕으로 강하게 미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나라가 자꾸만 뒤로 가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 쉽게 바뀔것 같지 않다. 누구나 한편으로는 소비자 임으로 식품의 선택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고 요모조모 따지는 것도 많이 고려해야할 상황이긴한데 한편 식품가격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으니 라벨을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도통 생기질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이마트 피자, 롯데의 통큰 치킨 등은 그런 약한 고리를 보고 파고 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안으로써 윤리소비, 로컬푸드 등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최선 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언제부터인가 최선이 없는 세상이다. 차선이 기세등등한 시절이기도하고.   

로컬푸드, 윤리적소비를 중심으로 모두 각자 농업인/재배인이 되는데 조금이라도 실천을 하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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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02-12 03:00   좋아요 0 | URL
아, 이런 책이 있었군요.
송기호님은 통상 전문가이시죠?
한미FTA 통상협정을 조목조목 뜯어놓은 책을 살펴본 기억이 납니다.
이 책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쉽싸리 2011-02-13 16:18   좋아요 0 | URL
광우병사태 때 부실협상을 조목조목 따지셔서 큰 성과가 있었죠.
식품및 통상관련해서 많은 역할을 하고 계신것 같습니다.
 
현대사 아리랑 -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
김성동 지음 / 녹색평론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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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대하던 김성동선생의 작품, 그 하나만 으로도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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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01-11 10:27   좋아요 0 | URL
이 책을 주문하려다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모습들이 참 쪽팔려서요.

쉽싸리 2011-01-12 12:16   좋아요 0 | URL
아, 굿바이님, 저도 아직 구매한것은 아니구요. 반가운 마음에 되는 않는 구매평을 썼어요.
저는 녹색평론에 선생님이 연재하시는 글이 묶어 나오는 줄 았았는데 그건 아닌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비싸서 기회만 노리고 있습니다.

아, 선생님의 국수라는 소설도 아직 안끝났는데 그건 그렇게 끝나는 건가 아쉬어요.
 
화척 5 - 1996년 제8회 이산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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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1년의 첫 독서는 김주영 선생의『화척』이다.

중고책방을 통해 진작에 용케 사놓기는 했지만 읽기 시작한 것은 작년 11월께 부터다. 2010년에 읽은 유일한 소설이다. 소설에 손을 안댄지 꽤 되었는데 해를 넘기는 마지막을 소설로 보냈다는 것이 심상하다. 역시 이야기로 귀결인가? 사람은 이야기를 먹고 사는가? 삶이 그런가? 이야기가 되어야/있어야 하는가? 소설 몇 권 읽고 좀 거창하다.

 
김주영 선생의 작품은 몇몇 단편과 『객주』이후 처음이다. 객주를 읽을때의 그 가슴뛰었던 흥분은 오랫동안 잊히질 않는다. 객주이후 선생은 주로, 하층계급이 중심이되고, 역사 형성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소설들을 많이 발표했다고 알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고려시대의 무인정권과 최충헌 집권시의 민란인 "만적의 난"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만적의 난은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비극으로 종결된다. 사전 밀고로 인해 난의 주동자인 천민들 100여명이 산채로 임진강물에 수장된다. 뜻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 한채. 그 속에 아주 슬픈 사랑이야기와 하층민들의 삶이 자리잡고 있다.

고려시대 무인들, 그들이 괄시를 받은 바가 없지 않았겠지만 저간에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을성 싶다. 이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무인정권의 수뇌들은 대개가 방자하고 패덕이 자심하다. 그래서 그 시대에 그렇게 많은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무릇 백성의 삶을 보살피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것이 위정자의 본분일진대, 현대에만 하더라도 독재, 군부정권의 말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음을 현 정부는 너무도 모르쇠하고 있다. 비극이 일까 두렵다.


역시 우리말의 향연이 펼쳐지긴 한다. 아름다운 낱말도 많지만 무슨 암호같은 낱말, 한자어들은 꼭 그렇치도 않은것 같다. 각각의 권 끝에 낱말풀이가 되어 있지만 그래도 모르겠는 낱말이 부지기수였다. 일일히 사전을 찾자니 읽기가 너무 자주 끊어질까봐 대충 넘어갔다. 어렴풋한 기억에 <객주>를 읽을 때 보다 낱말이 더 생소한것 같다. 아무래도 시대가 많이 다르니 그런가? 이 책은 고려중엽이 배경이니. 역사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적바람된 사실을 알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한 작가의 상상이 결합되어 먼 과거의 일을 대하는 것 이상의 감흥을 일으킨다. 김주영 선생의 일련의 역사소설들은 더욱 그러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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