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한건 해결-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글을 읽기 전에 작가가 남긴 말을 보았다면,
 * 작가의 말 → 몇몇 독자들은 결말을 알고는 분개해서 "이건 속임수잖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마음 편한 어떤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마음 편히 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믿던 사람에게 뒷통수를 여러번 맞았더니, 절대로 누구에게도 속고 살지 말자는 의지가 생겨서 심지어 추리소설을 볼때조차 한사람 한사람 빠짐없이 의심하고 놓치지 않으려 한다. 추리소설 좀 봤다는 사람이나 반전을 즐긴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느꼈을 법한 경쟁심도 충만하기에, 추리를 해낼 회색 뇌세포가 딸리더라도 상황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어떻게든 범인을 찍겠다는 일심으로 눈알을 굴린다. 그런 식으로 쓸데없이 자신을 축낸 결과, 속임수에는 안 넘어갔다. 여러번 넘어갈 뻔한 고비가 있었지만 말이다. 무엇보다도 작가의 말 덕분에 한건 해결한 것과 다를바 없고..
에르퀼 푸아로가 은퇴한 모습으로 나온 것이 충격이었다는 점은 일단 넘어가고, 유명한 회색 뇌세포가 여기에 나오다니 감격했다. 뭔가 했더니만 이런 것이었군. 오오.. 그리고 언젠가는 꼭 응용해서 써 보겠노라 다짐했다. '친구여- 작은 회색 뇌세포를 써야하지 않겠나? 헛허허-' 이런식으로.

전집 5권을 보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뒤로 가면 갈수록 얼른 푸아로의 추리쇼가 보고 싶다며 아우성치는 내 마음을 달래느라 힘이 들었다. 역시 추리소설의 묘미는 독자를 끝끝내 "???"하게 만들고, 마지막에서야 통쾌하게 사건의 비밀을 푸는 점일 것이다. -내 경우에는 성급해서 답을 알고 싶어 미치지만- 부드럽게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또 감격하며 6권을 빌려오는 걸 깜박해버렸어...

마음이 흔들린 대목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완전판) -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6월

푸아로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가 프랑스 식으로 뺨에 뺨을 갖다 대지 않을까 하고 나는 한순간 겁에 질렸다. 다행히 그는 행동을 자제했다.-327쪽

"그런데 제임스, 그 원고에서 내 얘기를 할 때 조심했겠지?"
누이가 물었다.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조심 같은 건 하지 않았던 것이다.-328쪽

왜 유명한데?

명화는 왜 유명할까? - 걸작으로 보는 서양미술사
아멜리아 아레나스 지음, 정선이 옮김 / 다빈치 / 2002년 1월

미술에 대한 지식이라도 습득할겸 책을 골랐다. 학교 다니는 동안 짬짬이 보기 위해 되도록 작고, 가벼운 책을 골라야 했고, 지겹지 않을만큼 큼직한 글씨와 많은 그림들이 있는 걸 찾아야 했다. <명화는 왜 유명할까?>라니 사람 참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이네. 가볍고 글씨 크고, 그림은 원하던 것보다 적지만 이 정도면 괜찮겠다- 해서 당첨! 그런데 쉬는 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보자는 계획은 불거품 되어 버리고... 해서 다음 강의 시간까지의 남는 긴 시간동안 따뜻한 도서관에 앉아 읽은 것이다. 시작은 순조로웠다. 흥미진진, 내 눈망울도 초롱초롱 빛나며 명화들을 감상하며 설명글을 읽어 나갔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잠은 몰려오고 글은 지겨워졌고, 다 보고 얻은 건 몇몇 화가의 이름과 대표하는 작품 몇 점 뿐이었다. '모라리자'의 경우, 다른 책에서 봤던 흥미진진한 그림 속 숨겨진 사실들에 대한 것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제목을 보고 당연히 그 사실을 집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그림을 보고 눈으로 얻어낸 사실만을 언급하고 있다. 그림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들과 함께. 너무 멋대로 기대해 버린 나를 탓하며, 심심풀이는 되었군요.

이런저런 말,말,말

소설가의 죽음 2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월

그런데 내가 앉는 좌석은 왜 늘 발 받침대가 고장난 것일까?-48쪽

살다가 나쁜 일이 일어나거나 불행과 위험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사람들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는 모양이다.-75쪽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누구나 혼자 고립된 것 같고 편집증도 생기게 마련이오.-79쪽

이것저것 밑줄긋기

소설가의 죽음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월

허구에 사로잡힌 이런 질병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허풍선이들, 사회 부적응자들, 조울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을 끔찍하게 괴롭히며 자기 자신에게도 심한 상처를 입힌다. -69쪽

난 변화를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늙었어요. 건강을 위해 몸을 돌보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에도…. 지나간 과거도 내 것입니다. 그건 내 인생이에요. 당신은 젊어요, 스카페타 박사님. 뒤돌아 본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당신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예요. 그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에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 결국 친숙한 공간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을 겪은 곳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나중엔 고통도 편안하게 느껴지고, 자신을 배신했던 친구들도 시간과 함께 잊어버리지요. 그리고 언젠가 도망쳐 나왔던 고통 속으로 다시 뛰어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죠. 그 편이 더 쉬워요. 이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예요.-194쪽

사랑할 사람 없이 혼자일 때, 인생은 너무나 공허하다.-204쪽

자아도취적이고 책임감이 없는 아이였다.-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