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 1 : 1954~1956
토베 얀손 지음, 김민소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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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으로 유명한 <피너츠> 시리즈를 도장 깨기 하고 있는 중인데, 출판사 작가정신에서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도 출간됐단 소식을 접했다. 무민 캐릭터를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도 드물 것이다. 나도 굿즈나 영화로 무민 캐릭터를 이미 많이 접한 바 있었다. 하마인지 강아지인지 정확히 어떤 동물인지 생김새를 알 수 없는 동글동글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무민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사실, 책을 읽고 나니 다음 완전판 2편을 바로 읽을 것 같지는 않다. 무민의 세계는 내 생각보다 더 중구난방 정신없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기가 빨릴 정도로! 그리고 무민과 스노크메이든을 그려내는 보수적인 성관념이 살짝 거슬렸다. 물론, 크게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이 책은 총 7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챕터3 '리비에라에 간 무민 가족 MOOMIN ON THE RIVIERA'을 읽기 전까지는 내가 도통 무민가족의 난장판을 견뎌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프랑스라는 낯선 나라에서 호텔의 개념도 정확히 모르는 채로 자꾸 일을 벌이는 무민가족의 소동을 보며 서서히 무민의 세계에 적응해갔다.


 무민에게 돈 버는 일을 알려주는 스니프부터 무민의 애인 스노크메이든, 따뜻한 마음씨의 무민마마와 쾌락주의자 무민파파, 난파선에서 건져낸 밈블, 밈블의 막내여동생이자 조그만 몸집으로 짓궂은 장난을 일삼는 미이, 피해망상이 심한 가사도우미 미자벨, 미자벨의 강아지이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콤플렉스를 가진 핌플 등 무민의 세계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내가 이 만화를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무민은 어떤 동물일까'라는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무민의 캐릭터들은 특정 동물로 정의내릴 수 없는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굳이 정의내리자면 '트롤'에 가깝달까.


 가장 재밌었던 챕터는 챕터6 '무민마마의 가사 도우미 MOOMIN MAMMA'S MAID'였다. 미자벨과 핌플의 첫 등장이 인상적이고, 무민마마가 미자벨과 핌플의 콤플렉스를 덜어주려 노력하는 고군분투가 귀엽다. 미자벨의 피해망상이 심해진 원인이었던 '잘난 언니'가 알고보니 거짓편지 쓰는 것이 취미인 '필리용크네 가사도우미 마벨'이었다는 반전까지 쉴틈없이 독특하다.


 무민 코믹 스트립 완전판은 출판사 작가정신 포스트에서도 맛볼 수 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941837&memberNo=260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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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어디 계세요?
햄햄 지음 / 이야기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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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집어들었다가 순식간에 본 책. 나도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반려인으로서,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면 저절로 마음이 사로잡힌다. 시바견을 두고 멀리 떠나버리는 자동차의 뒤꽁무니를 보자마자 가슴이 아팠다.


 강아지는 마지막에 주인을 만난다. 시무룩하게 봄과 여름의 계절을 걷다가 주인의 뒷모습을 보고는 빗방울을 뚫고 신나게 달려가는 강아지의 모습이 또 한 번 내 마음을 찌르르하게 만들었다. 아이가 주인을 만나 다행이지만, 또 다시 버려질까 두렵다. 애초에 강아지를 왜 버리고 갔을까. 세상에 유기된 모든 것들, 정말 안쓰럽고 사랑스럽고 슬프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작가 햄햄의 작품은 브런치(https://brunch.co.kr/@taji8749)에서 더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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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섹스 - 그놈들의 섹스는 잘못됐다
은하선 지음 / 동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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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한 성교육(?) 책으로 말발 화려한 언니가 다양하고 직설적으로 썰을 풀어주는 느낌이다. 학교에서는 들은 적 없었던, 친구들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었던 섹스 담론은 유쾌하고 당당하고 그간 내게 해왔던 자기검열을 자유롭게 한다. 우선, 이 책은 기본적으로 재미있다! 부록으로 곁들여진 장난감 안내와 후기까지 처음 보는 것들 투성이라 즐겁게 순식간에 읽었다.


 교복 야동 규제를 논의할 때, 규제를 해야 한다 혹은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양반의 입장을 갖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자는 성폭력 등의 성범죄는 권력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논의 자체가 생산성이 없다고 말한다. 생소한 입장이라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읽으면서 낄낄 웃음이 터질만큼 재밌었던 문장 하나와, 저자의 사이다 문장 하나 기록해둔다.

심지어 나를 붙잡고 "남자들 섹스 이야기도 좀 들어 달라"라고 하소연하는 남자들도 있다. (...) 시간의 업보를 조금이라도 덜어 내려면 옛 선조들과 아직도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 여자들을 씹고 있는 저 남성들을 향해 욕을 한바가지 퍼부어 주는 편이 좋을 거다. 그런데 그 답답함을 이제 겨우 섹스라는 단어를 옹알이하듯 입에서 내뱉기 시작한 여자들한테 털어놓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남자로 살기 힘든 거 알겠지만 여자들이 그 말들을 들어 줘야 할 의무는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까진 여자로 사는 것보다는 남자로 사는 게 편하거든. 대체 누구더러 누굴 걱정하라는 거냐.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도 모른 채로 글을 쓰는 작가가 있고, 심지어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정치를 하고 있는 정치인이 있는 세상이다. 왜 굳이 ‘여자들의 섹스‘를 두고만 ‘왜?‘라는 질문을 하고 대답을 강요하나. (...) 그들은 왜 그랬는지가 궁금한 게 아니다. 그 질문은 책임을 오로지 여자에게만 떠넘기기 위한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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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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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할까 말까, 편지를 쓸까 말까, 끝나지 않는 고민을 하는 고슴도치는 집에 올 동물들을 상상하기 시작한다. 자꾸 화를 내는 두꺼비, 어딘가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어야 하는 타조, 커튼을 내려 암실을 만들어주어야 하는 두더지와 지렁이, 대화목록이 있어야 하는 오소리, 초대를 받고도 한참 걸리는 거북이와 달팽이, 둥둥 뜬 채로 놀러온 고래, 파도를 타고 온 잉어와 메기, 욕조를 선물하고 간 하마 등등. '나는 왜 가시가 박힌 고슴도치인 걸까'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문득 자신의 가시가 자랑스러워 마음이 부풀기도 하면서 고슴도치는 불안하게 집 안을 서성거린다. 심지어 이때 꿈에서 읽는 책의 제목도 <방문의 장단점>이다! 이렇게 치열하게 불안해하고 고민하는 캐릭터라니!


 고슴도치에게 내가 겹쳐 보였다. 우유부단할 만큼 고민하는 고슴도치의 모습 안에, 남의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봐 타인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럴 수밖에 없는 자신이 괴롭고, 또 한편으로는 타인과 어울려야만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나'라는 인간이 있었다. 동물 친구들이 좋아하는 케이크를 종류 별로 다 만들어보려다 케이크로 가득 넘치는 집에서 우두커니 서 있게 될까 망설이는 고슴도치의 고민은 이렇듯 보편적인 고민을 상징하고 있다.


 고슴도치의 고민은 허탈할 정도로 어이없게, 뜬금없이 찾아온 다람쥐에 의해 끝이 난다. 다람쥐가 고슴도치와 이야기를 나눈 후 조만간 또 만나자고 편지를 남기자 고슴도치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역시 거대한 고민은 의외로 간단한 성취로 매듭지어지는 법이다.


 일러스트가 정말 귀엽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듯한 고슴도치의 손을 한참 쓰다듬어주고 싶어질 만큼. 책의 내용을 한껏 번지르르하게 살려주고, 귀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러스트의 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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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랜드
섀넌 헤일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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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의 영화로도 본 적 있는 <오스틴 랜드>. 책에서는 오스틴 랜드라고 칭하지 않고, 펨브룩 파크라고만 호칭한다. 영화를 보고 너무 설레서 당장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읽기 시작했다. 영화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며.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J.J.페일드의 얼굴을 대입해 줄곧 상상해 읽었더니 책이 두 배로 재밌더라. 두근두근하는 에피소드마다 제인이 한 때 스치듯 만났던 남자들을 남자1, 남자2로 구분해 비하인드를 소개하는 점도 볼 거리고, 영화와 조금씩 다른 점을 찾아내는 점도 또 다른 볼 거리다.


 예를 들어, 영화 속의 오스틴 랜드는 19세기를 거의 실제와 가깝게 재현해놓은 철저한 테마파크 느낌이 강했는데 책 속의 펨브룩 파크는 약간 허술한 느낌이 있다. 제인이 처음 저택에 들어서서 불꽃 모양의 전구에 전선이 연결된 등유 램프를 발견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그리고 몰리가 노블리, 즉 헨리가 이혼으로 인해 상처 받은 적이 있음을 펨브룩 파크에 있는 제인에게 이메일로 미리 알려주는 장면도 다르다. 또한, 제인이 펨브룩 파크에서 지내며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건 오랜만이라는 얘기를 하자 (제인의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 노블리가 제인의 방에 유성 그림물감 몇 개와 붓 세 개, 두 개의 캔버스를 선물로 두고 간 것도 다르다. (배려 넘치는 남자다!) 덕분에 제인은 펨브룩 파크에서 염증을 느낄 때마다, 자신의 자화상과 창밖에 보이는 펨브룩 파크의 풍경을 이젤 위 캔버스에 그리곤 한다. 무엇보다 노블리와 제인이 키스하면서 '탤리호'라고 외치던 감탄사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책 속 주석으로 이해했다는 것! 탤리호는, 여우 사냥에서 사냥개들이 여우를 발견하고 짖기 시작하면 외치는 소리라고 한다. 이 감탄사를 내지른 순간부터 여우 사냥이 시작되는 것이지.



 제인을 향한 펨브룩파크의 계략(?)이 밝혀진 뒤, 제인이 와틀스부룩 부인에게 자신은 기자라고 거짓말을 하거나 마틴에게 단호히 냉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속 답답하지 않은 대처가 좋았다. 다만, 책 속에서는 헨리가 전문 배우였다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와틀스룩 부인 조카인 헨리가 고모(이모였나?)의 일을 돕기 위해 교수 일을 잠시 쉬는 동안 연기를 했다는 설정이다. 책보다는 영화의 설정에 더 끌리는 솔찍헌 심정을 숨길 수 없다.



"이렇게 마주쳤으니 멋진 휴가를 보내게 해줘 고맙다는 말을 직접 해야겠네요. 사실 어제 그렇게 끝을 맺게 되어 좀 찜찜했거든요."
노블리 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인은 그의 눈에서 분노의 기색을 얼핏 읽고 깜짝 놀랐다. 아직도 여자한테 거절당한 남자역 연기를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제인이 배우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건가? 어쩌면 약혼에 실패해 보너스를 못 받게 된 걸지도 모르지.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어스트와일 양. 뵙고 싶을 것 같네요."
"정말이세요?"
"그럴 것 같아요."
"저기, 내내 궁금한 게 있었는데……. 노블리 씨의 진짜 이름은 뭔가요?"
"윌리엄입니다. 그거 아세요? 당신이 그걸 물은 첫 번째 사람이라는 거." (pp.305-306)

진짜건 가짜건 마틴은 독신 생활이 제인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진짜건 가짜건 노블리 씨는 다아시에게 ‘노‘리고 외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제인은 머리를 창문에 기댄 채 빠르게 지나가는 시골 풍경을 바라보며 억지로 미소를 떠올렸다. 어쨌든 펨브룩 파크는 본분을 다한 셈이다. 그곳에서 제인은 연애의 연옥을 견뎌냈다. 그녀는 이제 환상이 현실을 위한 연습은 될 수 없다고 믿었다. (……) 제인의 삶은 이제 진정한 가능성을 향해 활짝 여렬 있다. 거기에는 다아시도, 완벽한 남자도 없었다. 다만 누군가 있을 뿐, 제인은 이제 준비태세가 완벽하다. (p.319)

"처음 뵙겠습니다. 헨리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가 헨리 젠킨스였다.
"전 그대로 제인이에요."
제인이 말했다. 아니, 쇳소리를 냈다.
그가 안전밸트를 매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보여 제인은 손을 뻗어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규칙에​……. 잠깐, 둘은 지금 비행기에 타고 있다. 규칙 같은 건 이제 없다. 게임은 끝이 났으니까.
​ (……)
"부인이 보내서 온 거 아닙니다."
노블리 씨 아니, 헨리가 말했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제 스스로 온 거예요. 아니, 그보다 전…… 전 꼭 이렇게 해야 했어요. 미친 짓이란 거 잘 압니다. 하지만 티켓은 환불 불가예요. 적어도 가시는 동안만이라도 제가 동행하면 안 될까요?​"
"이건 정원을 산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예요."
"정원은 이제 지겨워요."
그의 말투가 훨씬 편안해졌다. 딱딱한 19세기 분위기가 사라졌고, 단어를 축약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점을 제외하면 헨리와 노블리 씨는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pp.331-332)

"잠깐만요. 이런 식으로 끝날 순 없어요! 당신은 내 환상이란 말이에요. 내가 뒤로 하고 떠나기로 한 바로 그 환상. 그런 환상을 가방 속에 쑥 집어넣어 들고 갈 순 없어요."
"지금껏 당신이 한 말 가운데 가장 자기중심적인 말인데요."
제인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가요?"
"헤이즈 양, 그 모든 게 거꾸로 적용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시나요? 사실은 당신이 제 환상이라는?"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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