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Yoon 정권 때는 속이 답답해서 뉴스를 잘 안 봤다. 마침 한국에 있지 않았을 때이기도 했고. 그래서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과 건폭몰이 사건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서평단 활동으로 읽게 된 책인데, 이렇게 고마운 책을 우연히 만난다는 점에서 서평단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참 좋다고 새삼 느꼈다. 안 그러면 내가 사는 시대의 진짜 중요한 사람들 목소리는 안 듣고 좋아하는 소설에만 갇혀 있었을 거야… 12인의 구술 인터뷰 뒤에 책을 마무리하는 후기로 부울경건설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의 대화가 담겼다. 거기서 이은주 활동가가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고 싶을지, 이 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읽어주면 좋을지 질문했다. “우리가 살아온 걸 있는 그대로 보아주었으면”(김태훈), “이 책을 보고 진실이 무언지 알아줬으면”(정정길)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살아왔구나, 정도만 느껴도 좋겠습니다”(김준영) 라는 답변 뒤에 이은주 활동가가 마지막 말을 덧붙인다. “ 우리가 아는 만큼 세상이 보인다고 하지만 거꾸로, 보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다른 이의 목소리를 자세히 기록하고 느리게 듣는 책의 역할에 대해서 상기하게 만든 인터뷰집이었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이번 해 2025 서울국제도서전. 도서전에서는 매해 ‘여름, 첫 책’이라는 이름으로 신간 도서 10종을 처음 공개하는데, 이 책이 그중 하나였다. 참여 작가 명단만으로 압도하는 신간이었다.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20명이 본인의 당선작을 모티프로 쓴 짧은 소설들이 컨셉이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이 벌써 30주년이 됐다고 한다. 한국 소설을 막 탐닉하기 시작했던 스무살에, 나름 대중에게 인정받고 유명한 문학상을 찾아보다가 한겨레문학상을 처음 접하게 됐다. 한겨레문학상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블로그에 리스트업도 하고 수상작도 종종 찾아보곤 했다.이 앤솔로지 기획 덕분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들을 익혔고, 이미 좋아하는 작가를 짧게나마 만나서 좋았다. 그래도… 참여 작가들의 당선작 전부를 미리 알고 보면 훨씬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니면, 모든 소설의 스포일러를 각오하고라도 ‘당선작 지난 이야기’ 코너를 만들어 작가소개와 함께 덧붙였으면 좋았을 텐데.단편은 뒤죽박죽 집히는 순서대로 읽었다. 장강명 작가 소설을 가장 먼저 읽었고, 다음이 최진영 작가였다. 앤솔로지를 짧게 꾸는 꿈 같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구희 작가가 한겨레에서 가족을 주제로 연재했던 만화 ‘구씨집안 이야기’가 단행본으로 엮였다. 제목은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작년 6월, 서른이 한참 지나서야 처음으로 독립을 시작한 내게(아일랜드 기간은 빼고) ‘괜찮지 않나^^?…’하고 공감을 불러오는 제목이었다.그리고 다 읽어본 결과… 구희 작가는 프리랜서의 삶, 싱글 여성의 삶, 언젠가 독립할 삶 모든 옵션을 끊임 없이 고민하고 가족에게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는 사람인 동시에 가족과 함께 사는 삶도 이렇게 행복하다고 ‘자랑’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 만화는 캥거루족의 즐겁고 명랑한 버전이다! ‘아 역시 독립하길 잘했다’가 아니라 ‘엄마만 받아준다면 나도 집에 돌아가고 싶어~’ 투정을 부리고 싶어지게 만든다.재능 배짱이 엄마, 역사 오타쿠 아빠, 내향형 동생 그리고 꾸준히 하다 보면 의미로 가득 찬 인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 작가까지. 제목에서 주는 인상대로 독립이냐 vs 캥거루족이냐 질문을 던지고 치열하게 고민하기보단,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며 사소한 유머로 웃음 짓기 좋은 만화였다.